# ‘한국의 델몬트’를 꿈꾸던 생과일쥬스 전문점 ‘쥬씨’.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주스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10~2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5년 5월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해 1년반 만에 가맹점수를 800여개로 늘렸다. 경쟁사에 비해 창업·운영 비용을 낮춘 게 주효했다. 덩치를 키우면서 실적도 크게 늘었다. 2016년 쥬씨가 달성한 매출은 433억원. 순이익은 102억원에 달했다. 꽃길 같은 앞날이 전망됐다. 쥬씨는 2017년 매출 목표를 7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 승승장구하던 쥬씨는 2017년 4월,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들어간다.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시 쥬씨에게 매겨진 기업 가치는 2000~3000억원. 하지만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 브랜드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생과일쥬스 전문점 시장의 경쟁강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레드오션화됐다. 그해 쥬씨의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매출액은 1년 만에 185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12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 감소했고 8억원의 적자를 기록, 2017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상장으로 ‘델몬트’와 같은 세계적 과일 전문 유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쥬씨의 꿈도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 즐비한 명동거리/사진=이미지투데이
[주말리뷰] 국내 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식료품 제조업과 음료 제조업 및 담배 제조업을 모두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이 큰 시장을 80% 차지하고 있는 것은 프랜차이즈 외식업 브랜드다. 한 브랜드가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의 가맹점주와 운명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이 상장된 사례는 많지 않다. 많은 브랜드가 상장의 꿈을 안고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계획을 세웠지만 번번이 좌초됐다. 현재 상장돼 있는 외식업체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2009년 8월) ▲맘스터치 브랜드의 해마로푸드서비스(2015년 8월) ▲마포갈매기로 대표되는 디딤(2015년 6월) 등 세 곳뿐. 그마저도 상장과 동시에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직상장은 아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상장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커피도 죽도… 상장 추진했지만 줄줄이 좌초


업계에선 가맹사업 특성상 ‘기업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커피 호황’을 업고 직상장을 추진했던 커피전문점의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커핀그루나루 등이 한때 상장을 계획했으나 문턱을 넘진 못했다. 카페베네와 이디야는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상장에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기업 영속성’ 부재다. 이를 가늠하는 첫 번째 항목은 실적. 상장 작업에 들어간 초반만 해도 실적이 꼭지점을 찍었지만 본격 절차를 밟아나갈 때면 어김없이 수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하는 등 불안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주식시장에선 ‘프랜차이즈=실적 들쭉날쭉’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유행에 민감할 뿐 아니라 경쟁 업체 난립도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요인이다. 생과일 전문점 쥬씨나 외식 실내 야구장 프랜차이즈 ‘리얼야구존’은 비슷한 콘셉트로 우후죽순 생겨난 경쟁업체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고 트렌드마저 바뀌면서 쓴맛을 봤다. 특히 리얼야구존은 직상장을 고려하다 방향을 틀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를 우선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상장에까지 나섰지만 이마저도 좌초됐다.

김철영 KB증권 연구원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경쟁이 심하고 경기의 영향도 많이 받는 영역”이라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맹 매장 수의 감소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존재하고 신규 브랜드의 흥행 부진에 따른 실적 변동 가능성도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직상장 선례 없어… 오너 리스크도 ‘발목’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직상장한 선례가 없다는 점도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첫 기준을 잡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상장돼 있는 해마로푸드·MP그룹·디딤은 모두 기업 인수를 통해 우회 상장한 사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선례가 있을 때는 기준에 따라 일사불란하고 치밀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참고할 선례가 없는 경우 관련 사례가 쌓여 선례로 남을 때까지 혼선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기준을 만드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터지는 오너 리스크도 상장 악재로 작용한다. ‘본죽’ 브랜드를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과거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오너 일가의 배임혐의 등 부도덕한 행태까지 불거지면서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 역시 2018년 3월 상장을 공식화했지만 이후 오너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내홍을 겪었다. 권원강 당시 회장의 6촌 동생인 권모 상무가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장 전망이 어두워진 것. 상장이 교촌의 오랜 숙원 사업인 만큼 권 전 회장은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격 퇴임하고 롯데 출신 소진세 회장을 영입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안 좋은 게 예측불가능성이다. 프랜차이즈는 개인이 운영하다 가맹사업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반 기업에 비해 오너 리스크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프랜차이즈 산업도 예측불가능이라는 고리를 끊고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의 영속성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소규모 점포… 대형화·기업화가 중요


전문가들은 외식업체의 대형화·기업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외식산업 시장규모 대비 상장기업의 시총 규모는 전체 시장규모의 1%가 채 안되는 상황.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식업체 대부분이 개인자영업 형태의 소규모 점포로 구성된 것이 상장기업 비중이 작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문 연구원은 “국내 외식시장에서 의미 있게 성장한 국내 토종외식업체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시점이 해외처럼 프랜차이즈 모델로 사업을 대형화·기업화 한 이후였다”며 “국내 외식업체가 점차 대형기업화한다는 것은 상장 가능한 기업의 수를 그만큼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