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직업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내년 1월부터 연료비 변동분이 즉각 반영되도록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저유가 기조가 반영돼 요금이 낮아지겠지만 이후 유가가 오르면 제조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진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 평균 사용량(월 9240kWh)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평균 요금은 월 119만원이다.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면 2021년 1분기 기업의 전기요금은 월 최대 2만8000원이, 2분기에는 월 최대 4만6000원이 감소한다.
산업계는 당장은 큰 변화가 없더라도 유가에 따라 전기요금 변동성이 커지면 철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기를 많은 쓰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계의 경우 판재류를 생산하는 고로업체는 전 공정에 걸쳐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원가의 10% 수준이 전기요금으로 구성된다.
특히 봉형강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에게 전기료 인상은 치명적이다. 전기로 업체들은 말 그래도 전기를 이용해 열을 발생시켜 고철을 녹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동국제강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비는 2502억원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2416억원)보다 높다. 원가가 오른 만큼 철강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주요 수요처인 조선과 건설 등 시장이 아직 충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부터 회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원가부담이 커지면 연쇄적으로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는 예상된 수순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전기료 가격이 들쭉날쭉해지는 것이어서 그만큼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전기료를 비롯해 철광석 가격 등 원가는 계속 올라가지만 경기 불황으로 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화학 업계도 장치산업인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성소다 등 염소계열 제품은 소금을 전기로 분해하는 과정에 따라 원가의 60~7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태양광의 핵심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역시 원가의 30~40%가 전기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산유량을 감축하기로 하면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이 감축을 더 오래 유지한다면 자연스레 전기료는 인상될 것으로 우려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평균 48.4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정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는 생산원가에 포함돼 있는데 전기료까지 유가에 따라 움직인다면 사업 리스크가 더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24시간 가동하는 부품업체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전기료가 올라도 이들 업체는 생산라인을 멈추기 어렵다. 완제품 조립공장은 수요에 따라 멈추기도 하지만 이들 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대형 생산 설비를 껐다가 재가동하는게 때로는 전력 소모가 더 크다. 미세 공정을 위해 먼지가 없는 '클린룸'도 24시간 내내 유지해야 한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반도체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어 전기료가 올라도 제품 가격에 쉽게 전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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