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을 받은 외국인들이 태국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관광 의존도 높은 동남아, 관광문호 경쟁적으로 개방
코로나 감염 위험 상존… "여행객 스스로 방역수칙 지켜야"
해외여행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부터 무격리 입국까지 다시 한국인 여행객에게 손짓하는 주요 관광국의 수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국인 단체관광 수요가 많았던 동남아시아가 관광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이 지역 가운데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태국이 지난 1일 빗장을 풀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국내 재확산을 염려하는 방역당국으로선 국민의 해외여행발 감염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해 관광 문호를 경쟁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백신 접종완료자에 한해 입국 후 격리 면제가 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는 여행업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동남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해외여행객 유치에 나서는 것처럼 국내 여행사 또한 서서히 점화하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국외여행)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해외여행 회복 심리는 현실에서 확인된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위메프가 지난달 1~25일 해외 항공권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래액은 전월 대비 790%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는 12월까지 즉시 출발하는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은 90%에 달한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떠나려는 해외여행 수요가 지난 3분기 대비 4~5배 증가했고 문의 전화는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한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는 단체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여행객 현지 방역부터 국내 방역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태국 정부가 11월1일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콕 수완나품 공항을 재개장했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모습. /사진=로이터

빗장 푼 관광대국 태국, 베트남도 ‘기지개’
동남아 국가 중 관광 문호를 개방한 대표적인 데가 태국이다. 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대국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태국 방문 해외관광객 수는 40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한국인 관광객은 약 155만명이었다. 전체 경제에서 관광 의존도가 높은 태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관광산업 재개를 고심해왔다. 이번 전격 개방에 앞서 지난 7월 푸켓 등 인기 여행지역을 시험 개방했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63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방문객들에게 무격리 입국을 전격 허용했다. 당초 46개국이 대상이었지만 그 수를 늘려 관광산업 재개에 사활을 걸었다.
다만 방역 차원에서 전제 조건을 뒀다. 태국 방문 해외여행객은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구비해야 한다. 또 태국 도착 후 정부가 지정한 호텔에서 최대 이틀간 머물면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QR코드 형식의 ‘태국패스’(Thailand Pass)를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또 출국 전 최초 1박 숙소와 공항-숙소간 교통편을 예약해야 한다. 태국 여행 중 동선 관리 앱 ‘머차나’(Mor Chana) 설치도 필수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시험적 개방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오는 20일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방문객들에게 푸꾸옥을 시험 개방한다. 이어 12월부터 하롱베이·호이·달랏 고원 등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4일부터 한국·중국·일본 등을 포함해 19개국의 백신접종 완료 해외관광객에게 발리·빈탄·바탐섬을 개방하고 있다. 의무 격리일도 5일에서 3일로 줄였다. 캄보디아는 백신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워터스포츠 명소인 시아누크빌과 코롱섬을 비롯해 리조트 지역인 다라 사코르를 오는 30일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에서 최소 5일간 머물고 추가로 검사를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내년 1월부터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앙코르와트사원도 개방한다.

태국 백신 접종 현장. /사진=로이터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동남아, 경제 회복 절실
동남아 국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이 자국의 코로나 확산세에도 해외여행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이유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곤두박질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여행객 유치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국의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 가까이 차지한다. 지난해 여행객 수는 670만명까지 떨어져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은 -6.1%를 기록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7.6%) 이후 최악의 역성장 기록이다. 태국호텔협회에 따르면 현지 호텔 절반이 문을 닫았고 피해 규모는 약 500억달러(약 58조7800억원)로 추산된다. 마리사 수코솔눈바크디 태국 호텔협회장은 영국 가디언을 통해 “호텔을 재개장할 만큼 충분한 현금 흐름을 가진 곳이 거의 없고 직원 역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더 연장된다면 태국 관광산업은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도 태국처럼 관광 의존도가 높은 관광국이다. 2019년 관광수입은 310억달러(약 36조4400억원)로 GDP의 12%를 차지하는 만큼 해외여행객 유치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인기 여행지이자 세계유산인 호이안. /사진=로이터

여전한 확산세·저조한 접종률… “여행 후 진단검사 필수”
문제는 현지의 코로나 확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 또한 저조한 상황이라 여행객 개별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태국(인구 7000만명)은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등에 따르면 최근 태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000~1만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200만명과 2만명에 달한다. 백신 접종률은 1차 약 59%, 2차 43% 정도로 저조한 편이다. 베트남(9500만명) 사정도 만만치 않다. 한때 방역 모범국이었던 베트남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92만명과 2만2000명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의 백신 접종률은 13%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여행사들이 자사의 여행객을 보호하는 현지 방역대책을 강구함에도 불안함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방역당국 관계자는 “여행을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짧게 가거나 여행지에서 환기에 신경 쓰고 마스크 착용 등의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여행객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의료진 역시 기본 방역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동량과 활동이 증가해 다시 확진자 수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해외여행에서도 기본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입국 후 코로나 진단 검사를 최소 두 차례 이상 받는 것이 권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