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기사 게재 순서① 송아지 4만원에 산다?… 조각투자 ‘열풍’
② “1000원어치 살게요”… 그림도 나눠 사는 시대
③ 조각투자, 신기루인가 오아시스인가
최근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 사이에서 가장 힙한 재테크로 각광받는 ‘조각투자’ 열풍이 거세다.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는 조각투자는 샤넬 백, 롤렉스 시계 등 명품이나 보석, 예술 작품은 물론 인기 가수들의 음악 저작권, 송아지 거래에 이르기까지 높은 투자 가치를 가진 하나의 대상을 수명이나 수십명, 수백명까지도 쪼개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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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투자한다?… 리스크 눈가린 ‘소액투자’━
목돈 마련이 힘든 MZ세대에게 소액 투자가 가능한 조각투자는 매력적이다. 소액 투자여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을 것이란 부주의한 인식도 조각투자 열풍에 한 몫을 더했다. 주식이나 코인과는 달리 실체가 눈에 보인다는 점도 MZ세대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다. 그림의 경우 직접 개인이 소장할 순 없지만 해당 갤러리에 찾아가 서 직접 감상할 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트테크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어 더 큰 이익을 보는 것 같은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음악 저작권 역시 즐겨 듣는 음악이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이 같은 조각투자 플랫폼이 온라인·모바일 기반인 것도 MZ세대에겐 용이한 접근성으로 좀 더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하지만 최근 관련 법에 대한 테두리가 없어 해당 조각투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서울옥션블루가 지난 1월부터 선보인 최소 1000원부터 투자가 가능한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SOTWO)와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쏠'(SOL)의 협업으로 미술품이나 스니커즈 등 희소성 상품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열었으나 지난 7월 종료됐다.
금융당국이 상품 구매 과정에서 문제 발생 시 소비자 보호 측면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란 지적이다. 이 여파로 유사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준비하던 타 은행들도 해당 추진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 열풍에 힘입어 급성장 중인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역시 최근 금융감독원이 유사 금융투자업을 운영한 혐의가 있는 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뮤직카우는 저작권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주식과 같은 투자성을 띤 상품을 다루고 있음에도 금융투자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이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저작권에 개인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법률엔 존재하지 않는 '저작권료 청구권'이란 용어를 만들어 유사 금융상품처럼 이를 운영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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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 모호… ‘이상거래 행위 관리·감독’ 부재━
사진=이미지투데이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이고 월등한 수익률을 앞세웠지만 미술품이나 송아지 조각투자 등은 구매 후 판매까지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감 수익은 낮아진다. 최소 1~2년에서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투자자가 늘면 개인의 수익이 줄기도 한다. 해당 플랫폼이 사라지거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은 별도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관련 업체들 중 정식 금융투자업체로 등록된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법률상 이처럼 투자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은 요건을 갖춰 인가 받은 금융투자업자만 다룰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시장은 아직 거래규모가 작은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이상거래 행위를 관리·감독할 기관도 전무하다. 조각투자 시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데 반해 금융 관련 부처의 특별한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조각투자는 분산투자와 다르게 투자 위험이 높다”며 “이는 현재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조각투자 관련 기업들은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 및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별도로 취득해야 하지만 이를 취득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현재 조각투자 시장의 상황은 관련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각투자 관련 기업들 중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업자’로 등록한 곳은 거의 전무하다. 일부 기업의 경우 통신중개업 신고만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처럼 여러 소비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관련 법안이 나오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정부에선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방향을 잡기 위해선 자산 가치를 더욱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데 조각투자가 소액 투자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증 부실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석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증권발행제도팀장은 “저작권 등의 거래는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라며 “이를 증권 거래로 볼 것인지 등은 현재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선 전망을 내다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규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조각투자 플랫폼과 이용자 간의 정보 불균형으로 향후 피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플랫폼 측이 투자 대상을 비싸게 구입하고 이후 이를 싸게 되팔면 플랫폼 기업은 이득을 보게 되지만 이용자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각투자라는 방식이 기존 법률론 보호받을 수 없는 유사 금융투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인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미흡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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