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전략으로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 그래픽=머니S DB

◆기사 게재 순서
①사내에서 동네로… 상장 기대주 당근마켓
②매출 256억·적자 352억… 당근마켓은 언제 돈 벌까
③카카오 될까?… 당근마켓이 그리는 미래는
중고시장에서 당근마켓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며 선두자리를 굳혔다.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전략으로 설립 7년 만에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비즈니스 혁신 주역으로 떠오른 당근마켓을 들여다 봤다.

추격자 아닌 선도자로… '슬세권' 전략 통했다
당근마켓은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들이 중고 물품을 거래한다는 점에 주목해 '판교장터'를 선보였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글로벌 규모는 2021년 270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중고거래 대표앱인 당근마켓의 창업자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카카오 출신이다. 이들은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들이 중고 물품을 거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5년 7월, 판교테크노밸리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판교장터'를 선보였다.


입소문을 타자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사이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3개월 후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서비스 범위도 성남시 판교에서 용인시 수지구까지 확대했다. 2018년 1월에는 전국으로 영역을 넓혔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이라는 전략을 짰다. 표는 당근마켓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인포그래픽=머니S

당근마켓은 후발주자였던 만큼 하이퍼로컬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적용해 차별점을 뒀다. 이미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원조 격인 '중고나라'와 국내 최초 중고 거래앱인 '번개장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중고거래는 모르는 사람과 비대면(택배)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기가 빈번했다. 당근마켓은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에 집중했다. 필요한 물품을 10분 거리 내의 이웃과 만나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용자 수가 많은 지역은 2km 이내, 보통은 4~6km로 범위를 제한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려면 30일마다 앱에 등록된 거주지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인증을 거쳐야 한다.
머신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활용해 전문 판매업자를 원천 차단했다. 영리 목적으로 전문업자가 반복해서 올리는 게시물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로도를 없앴다. 전략은 통했다. 그 결과 당근마켓의 월간이용자수(MAU)는 ▲2018년 50만명 ▲2019년 180만명 ▲2020년 480만명 ▲2021 1400만명 ▲2022년 1800만명으로 증가했다.

정연승 전 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당근마켓에 대해 "중고거래플랫폼의 성장성은 수익성보다 고객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동네를 기반으로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가 보장되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할만한 지표를 보여준다는 점이 기존 앱들과의 차별점이자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K-유니콘 16번째 주인공의 비결은
당근마켓은 '2021년 한국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당근마켓 서비스 이미지. /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은 '2021년 한국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원에 달한다. 2019년 인정받은 2000억~3000억원 대비 10배가량 커졌다. 투자자들에겐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혔다. 당근마켓은 글로벌 버전 서비스인 '캐롯'(Karrot)을 선보였다. 4개국(영국·미국·캐나다·일본)의 주요 4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상 공유를 넘어서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 '동네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네 숨은 맛집이나 명의가 있는 병원, 맛있는 반찬가게 등을 자신이 사는 지역의 다양한 소식과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유저들은 자신의 생활 기반인 '동네'에 대한 애정과 오프라인 교류에 대한 니즈를 갖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에 이웃과의 소통, 주변 상권 검색과 발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거주지역 내 온·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동네 가게와의 상생에 공을 기울인다. 지역 주민과 동네 가게 사장님을 연결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젝트도 실천하고 있다. 기존 커머스 시장이 온라인 비대면 거래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당근마켓은 모바일로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을 연결해 동네의 좋은 가게들이 발견되고 실제 가게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중소기업벤처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2022년 소상공인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진출 지원 사업에 참여해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40만원 상당의 온라인 사업을 지원했다.

최근 중고를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은 당근마켓 성공의 초석이 됐다는 평이다. 과거 중고의 의미는 근검절약으로 '오래되거나 사용해 낡은 중고품'을 뜻했다. 현재는 거의 새것과 같은 '새 상품이거나 새 상품에 준하는 수준의 물건'처럼 미개봉 상품 등을 가리킨다. 여러 차례(N차)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인 'N차 신상' 신조어도 등장했다.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스트리밍'(콘텐츠를 따로 저장해 재생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하는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하나의 상품을 거금을 들여 소유하기보다 중고더라도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며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