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3월 와인 유통사를 설립하며 와인 사업에 뛰어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2일 신규 와인 유통사인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비노에이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가 47%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유기농·프리미엄 와인 등 특화 와인을 수입해 판매한다. 신임 대표는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수석 소믈리에였던 송기범씨가 선임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비노에이치는 유기농·프리미엄 와인 등 차별화된 와인을 수입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와인 사업 확장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3월 정관 사업목적에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을 추가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와인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서울 잠실과 창원·광주 지역에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연이어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보틀벙커의 경우 오픈 이후 4월20일까지 약 4개월 동안 객수가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으며 매출은 6배 이상 신장했다. 이창균 롯데마트 홍보팀장은 "보틀벙커 3호점인 맥스 상무점은 약 990㎡ 규모로 4000여종의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잠실 제타플렉스 같은 경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합성어·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을 통해 자리 잡았고 맞춤형 큐레이션, 테이스팅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도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를 300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곳에서는 와인을 직접 생산해 와인 수입 역량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이번에 인수한 곳은 나파 밸리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인 힐사이드 셀렉트를 비롯한 5개의 럭셔리 와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와이너리로 사업적인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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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인기 비결은 음주문화 변화·고객 매장 유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수입액은 3억3002만달러(약 3713억원)로 전년 수입액 2억5926만달러(약 2917억원) 대비 27%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2018년 2억44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5981만달러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3사가 와인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음주 문화가 변화한 점이 꼽힌다. 음주에 대한 소비 패턴이 홈술(집에서 술을 마심)과 혼술(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로 넘어오면서 질 좋은 술을 마시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와인을 찾는 연령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와인이 출시됐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외식대신 홈술로 바뀌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유통 대기업과 와인업체 등에서 대량 수입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와인 접근성이 개선돼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식음료부문 선임 연구원은 "와인은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고 대부분의 공급이 수입에 의존하는데 와인에서 이국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다"며 "와인을 마시는 것은 국경이 닫혀 있는 동안 일종의 이국적인 경험을 즐기는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주류는 특성상 온라인 배송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와인 인기의 한 배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주류면허법 하위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전화와 휴대전화 앱 등 온라인 방식으로 주문·결제한 주류를 판매 매장에서 직접 대면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도록 돼 있다. 비대면 결제한 와인을 배송·배달할 수 없다.
이 선임 연구원은 "온라인 배송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최근 온라인 리테일러와의 경쟁에서 우위점을 찾고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고심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와인 판매에 집중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와인 구매 고객들은 비교적 고가의 안주를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객단가가 높은 와인 고객들을 환영할 요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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