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가 5%선을 뚫으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임한별 기자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하면서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7월 한은이 역대 처음으로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전년동월대비 5.4% 올랐다. 이같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부터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3월(4.1%)과 4월(4.8%)은 4%대로 올라서더니 지난달에는 5%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치로 삼고 있는 2%의 세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선 한은 금통위가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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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가능성 내비친 이창용 한은 총재━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4년9개월만에 두달 연속 인상했다. 그는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나 성장 등 경제지표가 매우 불확실한 만큼 모든 가능성(빅스텝)을 열어둔다는 원론적인 차원"이라고 말했다.이어 "6월은 통계청에서 물가상승률을 발표하고 7월 중순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도 발표된다"며 "무엇보다 6월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결정이 있는 등 중요데이터가 다 나와서 6~7월에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금리 인상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이달 열리지 않고 다음달 13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빅스텝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물가도 문제지만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는 연준의 움직임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짐에 따라 급격한 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또 원/달러 환율 급등해 원화가치라 하락하고 이에 따른 수입 물가도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준은 지난 5월에 이어 이달과 다음달에도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현재 1.0%에서 이달 1.5%, 7월 2.0%로 높아진다.
한은이 베이비스텝만을 지속하면 7월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는 2%로 같아진다. 한은이 7월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국 기준금리는 2.25%, 미국 기준금리는 2%로 0.25%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을 허용한다는 생각이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에 비해 (한국) 금리가 일반적으로 높은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항상 역전되지 말란 법이 없다"며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건 당연하고 금리차가 역전된다고 자본유출이 대규모 일어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감내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말 적어도 3% 넘길 것으로 예상돼 한국도 베이비스텝만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며 "가계부채가 많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는데 금리 인하 요구권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차주의 이자 부담을 금융 정책으로 상쇄해주고 통화 정책은 여기까지 신경 쓰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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