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집의 닭발 메뉴./사진제공=간판 없는 집
공간 하나하나의 개성이 뚜렷한 것도 성수동 특유의 매력이다. 오랜 기간 골목을 지켜온 터줏대감부터 트렌디한 신생 맛집까지, 하루로는 부족한 성수동 골목으로 맛 산책을 떠나봤다.
◆간판 없는 집
간판 없는 집 외부./사진제공=간판 없는 집
이곳의 상호만 들어서는 도무지 어떤 것을 파는 가게인지, 심지어 음식점인지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매우 충실한 이 비밀스러운 장소는 정말로 간판이 없다.
하지만 영업을 시작할 저녁 무렵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든 손님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손님이거나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은 방문객들이다. 외부는 물론 내부에도 그 흔한 메뉴판 하나 걸려있지 않다. 그러다가 삼삼오오 둘러앉은 손님들의 손에 젓가락 대신 들려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순간, 궁금증이 해소된다. 바로 '닭발'이다.
닭발 전문점 성수동 '간판 없는 집'의 김홍석 대표가 처음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다른 상호의 닭발집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매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공사로 인해 잠시 가게를 쉰 적이 있었는데 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도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고 이것이 역발상의 계기가 됐다.
이러한 모험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 대표의 음식에 대한 강한 확신 덕이다. 자작한 국물에 싱싱한 닭발, 숙주나물이 수북하게 얹어 제공되는 '숙주 국물 닭발'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식재료부터 가히 남다르다.
먼저 주재료인 닭발은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온 지금도 주인장이 직접 중앙시장 도매 업체를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고 받아온다. 예민한 원물 특성상 주로 냉동으로 유통되고 마땅한 곳을 찾더라도 소규모 업체에는 납품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당일 도계한 신선한 닭발을 수급하기 위해 도매업체에 수도 없이 문을 두드렸다고. 조금이라도 더 신선하고 질 좋은 원물을 공급받기 위해 발품을 팔고 물건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 꾸준히 업체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음식 맛의 가장 중요한 비결로 꼽는다.
양념용 고춧가루는 철저하게 관리되는 믿을만한 해썹(HACCP) 인증 공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공급받는다. 덕분에 이곳의 닭발 양념에는 자극적인 캡사이신을 전혀 쓰지 않는다. 고춧가루의 종류를 달리해 맵기 조절을 하는데 청양고추로 칼칼하고 계속 당기는 매운맛을 내는 2단계가 가장 인기다. 단맛이 풍부한 무농약 숙주를 농장 직거래를 통해 수급하며 사이드로 제공되는 야끼 만두 역시 최고급 수제 생지를 받아 매장에서 직접 튀겨내니 식재료에 쏟는 정성 하나하나가 갸륵하다. 국물 닭발인 만큼 칼칼한 국물을 졸여가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들고 그만큼 테이블 위의 술병은 늘어난다.
'숯불 뼈있는 불 닭발' 메뉴에 사용되는 숯도 필리핀에서 직접 톤 단위로 수급해온 코코넛 숯을 사용한다. 천연 숯이라 유해 물질이 거의 없고 달큼한 과일향 덕분에 재료의 풍미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닭발도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는 김 대표는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을 접목한 닭발 메뉴는 물론 다양한 레스토랑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구상하고 있다.
◆마블상회
마블상회의 시그니처 메뉴./사진=다이어리알
◆성수베이킹스튜디오
성수베이킹스튜디오에서 만날 수 있는 빵들./사진=다이어리알
◆플레이버타운
플레이버타운의 인기 메뉴./사진=다이어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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