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전경. / 사진=삼성전기
"하이엔드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은 고급빌딩 건축과 유사해 높고 넓고 튼튼하게 쌓을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력과 생산규모를 갖춘 업체만이 사업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삼성전기는 난이도가 높은 기술 부문에 강점을 갖춘 회사입니다."
지난 14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만난 안정훈 패키지 지원팀장(상무)은 회사의 FCBGA 경쟁력에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다른 기업보다 한 발 앞선 투자를 기반으로 오랜기간 기술력을 축적해온 덕분에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경쟁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1991년부터 기판사업을 시작해 1997년 BGA(FC-CSP) 첫 양산, 2002년 FCBGA 첫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설비와 공법 노하우로 미세회로 및 미세홀 구현,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절연재료 개발, 기판내 수동 소자 내장 기술(임베딩)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기판이다. 반도체 칩을 두뇌에 비유한다면 반도체 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 혈관에 해당한다.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하는데 메인 기판의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이 패키지 기판이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작에 필수인 패키지 기판 역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기판의 2021년 생산실적은 70만3000㎡로 축구 경기장 100개 면적의 규모와 맞먹는 규모지만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설비 가동률은 거의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기 FCBGA 공정도 쉴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FCBGA는 여러 단계의 빌드업을 거쳐 완성된다. 동박적층판(CCL)에 일본 아지노모토가 생산한 절연소재인 빌드업 필름(ABF)을 올려 에칭 및 드릴 공정을 통해서 무전해 도금층(비아홀)을 형성한다.


이어 표면을 디스미어 처리하고 무전해 도금을 통해 무전해 금속층을 형성한 뒤 회로패턴이 형성될 위치를 제외한 곳에 드라이 필름을 도포, 금속 패턴의 도금층을 형성한다. 이후 레지스트를 사용해 드라이 필름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부분의 금속층을 제거해 패터닝 과정을 완성한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기판 제품. / 사진=삼성전기
이 같은 빌드업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 쌓으면 높은 층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만들 수 있다. 서버용 등 하이엔드 제품의 경우 기능이 더 많고 회로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더 높은 층으로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피씨용 패키지기판의 경우 40x40mm 크기에 8~12층이지만 서버용 등 하이엔드급은 70x70mm 크기에 16~22층가량이다.
층수가 높아지면 수율 문제가 생긴다. 황치원 기판개발팀장은 "층수가 높아지고 기판 크기가 커지면 수율 떨어진다"며 "대형화 및 고·다층화에 따른 수율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FCBGA 공정은 아주 미세한 이물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공정에 들어가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며 작업자들에겐 기본적인 로션 외에는 화장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생산라인 내부 곳곳에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이물과의 전쟁' 포스터와 구호가 붙어 끊임없이 경각심을 고취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FCBGA 공정에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패키지 기판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2022년 113억달러에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해 2026년에는 17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 옌빈산업단지에 1조3000억원을 들여 FCBGA 생산 설비 및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3000억원을 부산사업장에 투자하기로 했다. 6월에는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자해 부산, 세종사업장 및 베트남 생산법인 시설 증설에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정훈 상무는 "부산사업장은 PC·서버·전장등 하이엔드 FCBGA 제품 연구개발과 생산의 거점으로 삼고 베트남으로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