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이재명 경기도는 '기본'을 바탕으로 공정의 가치로 내세웠다.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등 대한민국이 겪는 문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김동연의 해법은 기본이 아닌 기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4일 민선 8기 경기도 첫 국정감사에서 '기회의 수도' 완성을 경기도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5대 기회 패키지' 추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경기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기회'의 확대"라면서 "우리 삶의 모든 문제는 부족한 기회, 고르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기본소득'과 차별화 된 개념의 보편적 복지인 '기회소득'을 꺼내든 것이다
그가 말하는 '5대 기회 패키지'는 기회 소득·기회 사다리·기회 안전망·기회 발전소·기회 터전 등이다. 김 지사는 "기회가 넘쳐나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와 의회, 여야를 떠나 맞손을 잡아야 한다"며 '기회 이론'을 설파했다.
기본소득을 필두로 한 '기본'이라는 가치는 기초단체장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을 일약 경기지사, 대선후보까지 만드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해로 인한 반지하 일가족 사망사건이나 발달 장애인 가정의 극단 선택 등이 알려지며 모두에게 소액을 주는 것보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게 낫다는 선별 지원론에 비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보편복지'의 약점이었다.
김 지사는 선거 당시 예술인 소득보전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예술인, 장애인 등에 일정액을 지급하는 개념인데 이는 보편 지급보다 '조건부' 선별 지급 개념이다.
김 지사가 강조해온 3가지 기회란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기회'로 보편적 복지와 경제 성장을 통합한 개념으로 평가된다. 김 지사는 기회소득의 개념을 정책 각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직 경기도가 기회소득을 지급하는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까지 지급할 것인지, 지급할 경우 금액과 기준은 어떠한지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 향후 추경을 통해 개념을 정립하고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게 김 지사의 구상이다. 경기도는 최근 도의회에 제출한 제2회 추경예산안에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연구용역' 예산 5000만원을 반영했다.
향후 기회소득이 김 지사의 도정에 새로운 브랜드가 될지 주목된다. 기존의 예술인, 장애인에 대한 지원금이 지자체를 통해 지급돼왔던 가운데, 차별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회소득이 단순한 복지급여에 그친다면 기본소득 정책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회소득이 예술인, 장애인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객관적인 지표가 수반돼야 한다. 또 '김동연표 기회소득'이 되기 위해선 선별 지급으로 궤를 함께하는 각종 정부 지원 정책과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지원대상과 규모에 대해 구체적 연구가 필요하다.
누구에게 더 많고, 더 고르고, 더 나은 기회인지에 대해 깊고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기회'가 김동연의 정책 브랜드로 '기회수도 경기도'를 얼마나 잘 실현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에서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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