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달 들어 10일까지 한국의 수출이 또 다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의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당초 업계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미·중 패권다툼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14일 관세청에 따르면 3월1~10일 수출은 157억91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2%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207억8600만달러로 2.7%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49억9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수출은 22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41.2%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7.8%)부터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 부진도 지속됐다. 한국의 핵심 수출 대상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35.3%로 줄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이달에도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하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 품목별 대중 수출 비중은 ▲시스템반도체 32.5% ▲메모리반도체 43.6% ▲반도체 장비 54.6% ▲반도체 소재 44.7% 등이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누적 무역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올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수출은 1122억86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6%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350억6100만달러로 0.6% 늘면서 누적 무역수지는 227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2억달러)의 절반 가까이 적자가 쌓였다.


당초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올해 전체 수출 목표를 기존 -4.5%에서 0.2% 수정했다. 중국 경기회복에 따른 긍정적인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도 이에 맞서 반도체 품목의 내수 확대와 자체생산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현재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부품과 소재의 자급률을 2020년 40%에서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자급률이 강화될수록 한국 반도체의 중국시장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 SG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중 공급망 재편 속도에 맞춰 수출의 대중국 쏠림 현상 완화와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한 현지 수출공략도 함께 펼쳐야 한다"며 "중국 외의 추가 수출시장을 발굴하는 일명 '차이나 플러스' 혹은 '차이나 앤드' 차원의 수출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