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물량과 미입주 위험이 증가하면 주요 건설업체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급증할 것이라는 신용평가사의 전망이 나왔다. 당장 우려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나 분양 성과에 따라 재무부담이 악화될 수 있고 이는 신용도 저하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23일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건설회사 부동산 PF우발채무 리스크 범위 비교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건설업계의 위험군 우발채무 부담에 대한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시 요주의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뉴시스
지금보다 미분양 물량과 미입주로 인한 공실이 증가하면 주요 건설업체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급증해 현금유동성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신용평가사의 예상이 나왔다. 우발채무 부담이 높은 일부 개별 건설업체도 적극적인 현금유동성 확보를 통해 단기적인 대응력을 높인 상태이나 부동산 업황 침체가 길어지면 자금 부족 사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4일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최근 '건설회사 부동산 PF우발채무 리스크 범위 비교분석' 보고서를 발표, 현재로서는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위험군 우발채무 부담에 대한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지만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위기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나이스신용평가에 회사채?기업어음 유효등급(투자등급인 BBB- 이상)을 보유한 11개사(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태영건설·HDC현대산업개발·KCC건설·동부건설·코오롱글로벌·HL D&I 한라)의 주요 건설회사의 우발채무 총 규모가 95조원에 달한다. 이 중 보유 현금유동성은 12조원으로 우발채무의 절대적인 규모는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PF 유형 가운데 시행사 또는 SPC(특수목적법인)가 브리지론이나 본PF를 상환하지 못하면 건설업체가 대신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직접적인 보증에 해당하는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의 우발채무 위험도가 특히 높다. 이들 신용공여는 미상환 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건설회사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요 건설업체 11개사의 요주의 우발채무는 20조원가량에 머무르고 있다.
보고서는 요주의 우발채무 중 분양률이 70%보다 낮은 사업장에 개입된 본PF와 미분양위험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대구·인천·대전·울산 사업장의 브리지론이 위험군 우발채무로 구분했다. 규모로 보면 약 5조원(본PF 5000억원, 브리지론 4조5000억원) 정도다.
롯데건설과 태영건설 위험군 우발채무액이 특히 높았다. 롯데건설의 위험군 우발채무는 1조6000억원으로 현금유동성(6800억원)보다 9500여억원이나 많다. 위험군 우발채무 중 본PF는 울산과 대구를 중심으로 한 약 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의 위험군 우발채무는 5600억원, 현금유동성은 1400억원이다. 분양 개시한 현장들의 분양실적이 전반적으로 우수해 본PF 중 위험군 우발채무는 없다.
2개사는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에선 벗어난 상태다. 계열사 지원과 금융회사들과의 투자협약 체결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우발채무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행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메리츠금융그룹과 투자협약을 체결, 롯데건설이 보유하던 1조4000억원의 유동화증권을 매각해 유동 현금을 마련한 한편 신용공여한 동 유동화증권의 만기를 2024년 5월까지 연장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 관계사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차입(2027년 1월 만기)했으며 이달 한국투자증권과 조성한 2800억원의 펀드 자금이 회사가 신용 보강한 PF 유동화증권 매입과 대출 차환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세진 나이스(NICE)신용평가 기업평가4실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서 위험군 우발채무 부담이 높은 일부 개별 건설회사 또한 적극적인 현금유동성 확보를 통해 단기 대응력을 높인 상태지만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 미분양 위험지역의 현재 5조원인 위험군 우발채무 규모가 20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건설회사의 차환 위험은 다소 완화된 상태이지만 투자심리 악화 시 위험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며 "재무부담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수의 위험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현금유동성이나 재무여력 확보 수준이 건설업체 대응력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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