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당직 개편에 나섰지만 비명(비이재명)계의 불만이 여전하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민생 4대(물가·금리·부동산·고용) 폭탄 대응단 출범 회의.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직 개편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이들의 의견 대립이 연일 계속되자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정책위의장에 김민석(3선) 의원, 수석대변인에 권칠승(재선)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에 송갑석(초선) 의원 등을 임명하는 등 주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친명계 의원이 대부분이었던 지도부에 교체 여론에 잇따르자 비명계와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을 주로 선임했다. 다만 공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은 그대로 유임했다.

이에 친명계 측은 "골고루 된 인사" "상당히 잘 된 인사" 등 호평했다. 우상호 의원은 2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호남·비명계를 배려해 송갑석 의원을 지도부에 발탁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권칠승 의원은 청와대 출신이고 김민석 의원도 친명계는 아니다"라며 "친명 일색이라는 지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직은 비명계로 채워졌다"며 "이 대표가 통합적 행보 측면에서 상당히 양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김민석 의원 역시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 다수당으로서 책임이 있기에 일을 잘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했다"며 "이번 당직 개편은 비교적 골고루 됐다"고 말했다.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던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의장은 사무총장이 공천 작업의 핵심 요직인데 교체가 있었어야 진정한 인적 쇄신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얘기하면 이 대표를 바꾸자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총선 룰은 상당히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역사가 쌓여 있다"며 "현 사무총장이 무리하게 의도적으로 손댈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비명계 측은 "반쪽짜리 쇄신" "눈 가리고 아웅"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는 공천과 연관된 사무총장과 조직사무부총장을 개편하지 않아 생긴 반발로 보인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이로 인한 방탄 프레임"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은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만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끄집어 내리기도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에 방탄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 임명직·지명직 전원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무총장을 지목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사를 비난하고 이 대표를 두둔하는 일을 수차례 하는 등 방탄에 앞장 섰다"며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교체하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지난 27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의 거취 정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한가해 보인다"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다른 당직을 바꿨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직격했다. 이어 "사무총장은 당 대표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는 기구"라며 "해당 직에 전혀 변동이 없었다는 것은 이 대표가 앞으로의 당 운영이나 여러 가지 기조에 있어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좌"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