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다동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23년 금융발전심의회(이하 금발심) 전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상반기 국회 문턱을 넘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에 방점을 두고 펀드 불완전판매, 회삿돈 횡령 등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 대표(CEO)에게 해임·직무정지 등 제재를 내린다는 법안이다.

반면 금융노조는 내부통제 강화를 빌미로 한 관치금융 우려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법조계·학계·업계 인사로 구성된 '금융권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안을 마련했고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고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합리적 조치에 나설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하는 내부통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현행 지배구조법 제24조와 시행령 제19조1항에 따라 금융회사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단, '마련' 의무가 아닌 '준수'에 대한 조문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증권사 CEO에게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은 필수 과제"라며 "횡령, 펀드 불완전판매 등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CEO를 해임·직무정지를 하는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위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입법 단초를 마련하며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한규 의원이 발의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기준이 적절한지 점검·보완해 이사회 보고 ▲이사회에 대표이사가 내부통제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감독 책임 부여 ▲금융회사는 임원 중 불완전판매, 횡령, 배임 등 영역별로 관리책임자를 정해 책임성 제고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기준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해 대표이사에 보고 ▲위험관리책임자 역시 리스크를 대표이사에 보고 ▲내부통제 기준을 철저히 지켰음에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금융위에 제재 조치 감경 또는 부여 권한을 준다.

김 의원은 "금융사고가 터지면 대표이사와 이사회는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보고 체계와 책임을 분명히 하고 책임을 다 했을 경우에는 제재를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줘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외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해야 한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의 '지배구조TF가 관치금융TF'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후 금융노조는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협회와 학자들로 이뤄진 TF가 금융권에 '공공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지배구조 개편과 낙하산 인사를 통해 경영에 개입하려고 한다"며 "TF의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은 금융생태계를 붕괴할 것으로 우려돼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