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발견된 흰개미/사진=환경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마른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에 속하는 흰개미는 목조주택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충남 아산에도 흰개미 사태가 터졌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이는 "지난 2월 내부가 목재로 꾸며진 상가를 계약하고 3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4월 중순 곤충이 여기저기 날아다녀 확인해 보니 날개 달린 흰개미였다"며 "개미가 나온 문기둥 속은 비어 있었고, 유충도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방제업체를 불러 약을 뿌렸는데, 보름 후 다른 곳에서 수십 마리가 벽지를 뚫고 나오고 액자 뒤에서는 유충들이 떨어지기까지 했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글과 함께 흰개미들로 인해 생긴 피해 사진도 6장 올렸다. 사진에는 날개 달린 흰개미 100마리가량이 찍혀 있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이들 사진을 살펴본 뒤, "강남에서 발견된 외래종은 아니고, 국내에 폭넓게 분포하는 종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국내 서식종도 목조 주택 피해를 줘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97년 전국의 문화재를 조사한 적 있는데, 거의 모든 문화재에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흰개미를 발견하면 대부분 살충제를 뿌리는데, 그러면 흰개미들이 곧바로 이주해 다른 곳에 피해를 준다"며 "전체 군집 가운데 밖으로 나와 눈에 띄는 개체는 극소수인 만큼 전문가 도움을 받아 흰개미 서식처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방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지난 17일 나타난 강남 논현동 흰개미에 대해 18~19일 긴급 방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후 역학조사를 통해 유입 경로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