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신마취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에게는 무죄, 병원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신마취 수술 도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마취를 담당한 의사는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병원의 배상책임은 인정됐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숨진 A씨 유족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2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파열 등으로 B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마취과 전문의 C씨는 수술 당일 오전 전신마취와 부분마취를 하고 간호사에게 상태를 지켜볼 것을 지시했다.

이후 A씨가 저혈압과 산소포화도 하강 증세를 보이자 간호사가 C씨에게 네 차례 전화했다. 최초 전화에서 C씨는 에페드린 투여를 지시했고 두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 세번째 통화를 거쳐 네번째 전화를 받고 C씨는 수술실로 돌아와 A씨에게 혈압상승제 등을 투여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A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응급실 도착 직후 사망했다. A씨 유족은 B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C씨가 A씨 감시를 소홀히 하고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제때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C씨의 과실과 A씨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도 "환자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에서 실천하는 의료 수준에서 의료인에게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있다고 증명하고 진료상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개연성을 증명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B병원 측이 A씨 사망이 진료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증명하지 않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같은 사건의 형사 상고심에서는 C씨에게 무죄의 판단이 나왔다.

형사 2심 재판부는 C씨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의료법위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금고 8개월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C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지만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봐서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가 환자를 직접 관찰하거나 간호사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했다면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었는지, 그런 조치를 했다면 환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지 알기 어렵다"며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C씨가 직접 관찰하다가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증명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