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입시학원이나 이른바 '일타강사'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상문제를 만들어 판매한 현직 교사 24명이 과거 수능 또는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7월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형 입시학원이나 이른바 '일타강사'에게 거액을 받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상문제를 판매한 현직 교사 24명이 과거 수능 또는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해당 상황을 밝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교사 중 4명을 고소하고 22명(2명 중복)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고액의 경우에는 5억원 가까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들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간부는 "수능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교사 2명은 출제 이전과 이후 모두 사교육업체와 문항 거래를 해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도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영리행위를 한 현직 교사의 자진신고를 접수한 결과 322명이 신고했다. 교육부는 이들의 명단을 지난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자 명단과 비교해 겹치는 24명을 적발했다.

당국은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되는 교사 22명과 거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타강사와 사교육업체 21곳도 동일한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받은 자진신고 내용과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수능 본시험·모의평가 및 올해 6월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단 명단을 대조한 결과다. 문제를 판매한 수능 출제진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 동안 판매된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서약서에는 '문건 및 파일을 출제본부 밖으로 유출하지 않겠다', '모든 내용은 비밀로 하겠다', '참여 경력을 이용한 영리 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다음해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사교육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사람의 출제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국은 예상문제를 만드는 사교육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고 소속 전문연구요원이 소위 '킬러문항'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적발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업체에 대해 전문연구요원 배정 추천을 제한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소속 전문연구요원에게 IT 프로그램 개발이 아닌 수능 예상문제를 만들게 했던 업체를 고발하고, 해당 요원은 복무연장과 수사의뢰 조치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