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과적인 옥외광고는 무엇일까? 방송이나 지면광고와 달리 노출되는 빈도를 파악하기 힘들어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2008년 11월 한 리서치회사가 조사한 자료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한국리서치가 서울 및 수도권 거주 만 15~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옥외광고에 대한 평가 조사를 한 결과 34개 옥외광고 가운데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광고수단은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동영상이었다.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관한 영향력은 광고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로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동영상은 63.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 설문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유독 지하 시설물에 대한 광고가 많다는 점이다. 옥외광고 34개 형태 가운데 11개가 지하철 시설 광고다. 지하 시설물과 유관한 몰(mall) 광고 4개 형태를 포함하면 모두 15개나 된다.

지하 관련 옥외광고가 많은 이유는 지하세계에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효과의 전제조건인 노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인 셈이다.




◆지하는 광고혹획자들의 공연무대
 
지하철은 광고기획자들의 공연무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독특한 광고가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상그룹의 지하철 광고다. 청정원은 2008년 2호선과 4호선의 지하철 출입문 옆에 위치한 차내 액자형 광고에 포스트 잇 형태의 18개 카드 조각을 붙였다. 카드 조각과 액자 속 광고가 똑같은 그림으로 제작돼, 승객들이 카드 조각을 가져가더라도 그림은 여전히 유지된다.

배우 장동건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하세요’라며 프로포즈하는 그림이다. 카드 조각 뒷면에는 다양한 요리들의 레시피를 담아 광고 효과를 높였다.

소니는 스크린도어에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를 설치하고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고 펩시는 지하철 손잡이에 새로운 디자인의 캔을 매달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짭짤한 광고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하 쇼핑몰의 대명사인 삼성동 코엑스몰은 옥외광고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보행자들의 발길을 잡는 바닥광고가 대표적이다. 사람의 움직임에 센서가 반응해 물고기 이미지가 도망가거나 웅덩이를 밟은 듯한 효과를 보여준다. 코엑스몰 아셈 먹거리마당 앞에서 펼쳐졌던 BMW 벽면광고는 수시로 전조등이 켜지고 시동거는 소리가 들려 지나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터널 속 LED 광고도 각광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광화문-종로3가 구간을 지나면 창문은 순식간에 52인치 TV로 바뀐다. 도시철도공사가 엘이디웍스와 손잡고 제작한 LED 터널광고다.

현재 이 구간 외에도 여의도-여의나루 구간과 7호선 내방-고속터미널, 대구 지하철 2호선 반고개-서문시장, 부산 지하철 1호선 범내골-서명구간 등 총 다섯곳에 설치돼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TAS라는 이름의 이 광고시스템은 지하철 터널같이 어두운 곳에서 이동체의 외부에 동영상을 맺히게 한다.

LED 터널광고는 10년 전에도 모습을 보였던 터널광고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의 터널광고가 형광등 같은 조명에 포스터 광고 형태다 보니 정지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LED 터널광고는 동영상 광고로 제작된다.

전동차 창문을 통해 영상이 보이다 보니 마치 TV를 보는 듯 하지만 실은 1m 내외의 간격으로 나열된 LED 바가 연출하는 화면이다. 기존 광고처럼 지하철 창문에서 벗어나 보이는 일도 없다. 지하철이 60~74km/h의 속도로 달리면 센서가 전동차의 속도를 계산해 빛을 쏘는 속도감응식이기 때문에 보여지는 범위는 창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필름을 교체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광고가 바뀌더라도 영상 프로그램 교체 만으로 새로운 광고를 선보일 수 있다. 따라서 광고비용도 기존 형태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유선형 엘이디웍스 사장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불과 몇년 사이에 현실이 됐다”면서 “향후 지하시장의 변화 하나하나가 사회 전체에 큰 영항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 효과, 생활용품ㆍ휴대전화 자동차ㆍ건설
 
그렇다면 지하에서 빛을 발하는 제품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하에서 AES(광고 접촉 빈도와 호감도, 영향력을 고려한 지수. 100점 만점)가 높게 나타난 제품군은 생활용품이다.

생활용품군에서 AES 지수 상위 10개가 모두 지하철과 연관된 광고 시설물이었다. 지하철 출입문 옆에 위치한 차내 액자형 광고가 76.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공항 배너, 건물 래핑, 영화관 래핑이 55점 미만의 점수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식품이나 음료 화장품 등 서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군에서도 지하의 인기가 높았다. 지하철 출입구 상단 액자조명형 광고에서 84.8점을 얻는 등 상위 7개 광고유형이 식품군을 휩쓸었다. 음료분야 역시 상위 10개 중 8개가 지하철 광고시설물이었다. 화장품군에서는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동영상과 역사 라이트박스가 1, 2위를 달렸다.



하지만 34개 광고 형태를 개별적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체 최고점을 받은 분야는 휴대전화 광고다. 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휴대전화 광고가 94.3의 최고 만족도를 기록했다. 휴대전화 분야 옥외광고 상위 10개에서 지하철 및 몰에 설치한 광고물은 7개였다.

휴대전화 옥외광고는 지상에서도 빛을 발한다. 버스정류장의 쉴터(비를 맞지 않도록 만든 버스 대합실)나 버스 외부 광고도 93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동전화서비스나 전자분야는 지하와 지상의 지수가 비슷했다. 상위 10위 안의 이동전화서비스 광고 가운데 지상대 지하의 비율이 1대 1로 나타났지만 중앙차로 버스 쉴터와 공항 대형 광고판의 점수가 1, 2위를 기록했다. 전자 역시 중앙차로 버스 쉴터와 KTX 역사 대형 광고판이 상위에 랭크됐다.

유독 지하세계에서 힘을 못 쓰는 제품도 있다. 바로 자동차와 아파트다. 자동차는 건물 래핑 광고나 옥상 전광판, 스포츠 전광판, 몰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고 아파트는 고속도로변 등에 세우는 야립간판과 건물 래핑, 옥상 조명 광고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자동차와 아파트가 지하철 이용객들의 소비와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