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은 여름을 부르는 강이다. 발원지인 오대산 기슭부터 인제 읍내 합강교까지 여름 추억을 만들만한 곳으로 넘쳐난다. 그 중에서 상류지역에 속하는 인제군 상남면의 미산계곡은 물 맑고 경치도 좋아 가족 단위의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아주 높다.

내린천 상류인 인제 미산계곡은 마을 이름이 '산이 아름답다'는 뜻의 '미산(美山)'이지만 산뿐만 아니라 물빛도 곱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은 물빛을 자랑하는 내린천의 상류지역이니 두말이 필요 없으리라. 또 '계곡'이라 했지만, 내린천의 지류가 아닌 본류다. 내린천은 워낙 협곡이라 적시고 지나는 지역에 따라 미산계곡, 피아시계곡 등 계곡이란 말을 붙이는 바람에 미산계곡이라 하면 흔히 내린천의 지류로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강물


미산계곡 입구는 31번 국도가 지나는 인제군 상남면 소재지다. 여기서 상남초등학교 앞을 지나는 446번 지방도를 타면 길은 미산계곡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5km 정도 거슬러 오르다보면 양지말, 송계동, 속사동, 빈지동, 남전동, 칠전동 등 미산계곡에 속한 강마을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미산계곡의 첫 동네인 미산2리 양지말. 이 마을엔 보건소를 비롯해 10채의 민박집과 식당 등이 있다. 홍천 방내리에서 흘러온 방내천이 내린천에 몸을 섞는 양지말 근처의 합수모래유원지는 미산계곡 안에서 가장 너르다. 여기는 모래톱과 자갈밭이 잘 형성돼 있어 텐트를 치기도 좋고,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 쉬리 꺽지 퉁가리 피라미 갈겨니 등 민물고기들도 많다. 족대나 견지낚시, 어항 등으로 천렵을 즐기기 제격이다. 그래서 이곳은 물놀이와 낚시를 동시에 즐기려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내린천은 물살이 세고,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곳도 있다. 따라서 수심이 낮은 곳에서만 물놀이를 해야 한다. 겁 없이 안쪽으로 들어갔다간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본류가 조금 겁난다면 지류인 방내천 쪽에서 놀면 된다.


합수모래유원지에서 미산3교를 건너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강 건너로는 펜션이 몇채 들어서 있는 송계동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에 작은 자갈밭이 있지만 협소하고 그늘이 없어 야영지로는 적당치 않다.

이후 몇굽이 더 돌아가면 미산분교가 있던 빈지동이다. 폐교된 미산분교는 현재 미산계곡야영장으로 운영 중이다. 내린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아름드리나무가 그늘 드리운 운동장은 야영장으로 아주 그만이다. 학교 건물은 민박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빈지동엔 펜션도 여러채 있다.

여기서 1km 정도 상류로 더 올라가면 남전동 미산리마을회관이 반긴다. 이곳엔 몇년 전부터 산림문화휴양관, 농특산물판매장, 농촌문화전시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미산계곡의 중심부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미산계곡의 새로운 레포츠로 떠오른 리버버깅(River Bugging)을 산림문화휴양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미산계곡의 새로운 레포츠로 떠오른 리버버깅

리버버깅은 카약과 래프팅을 접목한 신종 수상 레포츠인데, 카약이나 래프팅 못지않게 스릴이 넘친다. 1990년대 뉴질랜드의 급류스포츠 전문가에 의해 발명된 후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장비를 등에 멘 모습이 마치 벌레(Bug)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리버버깅의 기원은 튜빙(Tubing)이다. 튜빙은 타이어의 이너튜브에 바람을 넣어 즐기는 물놀이. 흔히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할 때 사용하는데, 강이나 계곡에선 물살을 따라 즐기는 마니아들도 생겨났고, 이는 리버튜빙(River Tubing)이라는 레포츠로 발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린천 등 강가에 사는 어린이들은 이렇게 튜브를 갖고 급류에 몸을 맡겨 놀곤 했다.

리버버깅은 리버튜브에 비해 안전하면서도 모험적인 면을 고려해 개발한 레포츠다. 패들링을 하지 않고 손과 발만을 이용해 급류를 즐기는 리버버깅은 카약과 래프팅을 접목했지만 결국 리버튜빙의 발달된 형태로 보면 된다. 따라서 리버버깅은 급류가 흐르는 미산계곡과 잘 어울리는 레포츠라 할 수 있다.

리버버깅의 기본 기술은 어렵지 않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모두 배울 수 있다. 장비는 메인장비인 리버버그를 비롯해 체온유지와 피부보호에 필요한 슈트, 발을 보호하는 슈즈, 물갈퀴가 있는 장갑과 오리발, 그리고 헬멧, 구명조끼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미산계곡 녹색관광센터 운영팀에 접수를 하면 된다. 체험 비용은 5만원. 강습 30분을 포함한 총 투어 시간은 3시간. 2시간30분 정도 리버버그를 타고 내린천 비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산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033-463-8254 www.misanriverbug.co.kr

해발 1000m의 깊은 산속에서 샘솟는 개인약수

남전동 버스종점 앞에서 미산약수교를 건너면 왼쪽으로는 녹색관광센터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개인약수 올라가는 길이 이어진다. 미산약수교에서 개인산장까지 6.5km의 도로는 지난해 포장이 완료됐다. 따라서 일반 승용차도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경사가 급한 굽잇길이므로 초보 운전자는 주의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해 굽이도는 산길을 따라 중턱까지 오른 뒤, 다시 원시림의 짙은 숲길을 40분쯤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개인약수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약 1000m 지점에서 샘솟는 탄산약수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의 지덕삼이라는 포수가 백두대간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중에 발견했다고 전한다.

약수터 둘레엔 사람들이 무병장수를 빌며 쌓아놓은 돌탑이 늘어서있다. 또 심마니들이 산신제를 올리는 제단이 남아 있는데, 이는 약수 앞으로 흐르는 맑은 계류와 어울려 무속적인 분위기를 잘 자아낸다. 이 약수를 정화수로 올려놓고 기도하면 신이 잘 내리기 때문에 무속인들이 여기에서 신을 많이 받아간다고 한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약수터 위쪽에 '용궁사'라는 자그마한 절집이 있었는데, 산신당엔 약수로 병을 고친 환자들이 남긴 현판이 여러개였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엔 이곳에서 100여명의 환자들이 상주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이들 중엔 올라올 때는 업혀왔지만 내려갈 땐 자기 두발로 내려가는 이들도 많았다고 전해온다. 그만큼 약효가 높은 약수다.


여행정보

●교통 서울→6번 국도→양평→44번 국도→홍천→철정삼거리(우회전)→451번 지방도→내촌→상남(우회전)→446번 지방도→12km→미산계곡 / 서울→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 나들목→철정삼거리(우회전)→451번 지방도→내촌→상남(우회전)→446번 지방도→12km→미산계곡 <수도권 기준 2시간 30분 소요>

●숙박 내린천 미산계곡엔 숙박시설이 많은 편이다. 합수모래유원지엔 합수여관(033-463-6787), 예나지펜션(011-799-5445), 산자락(011-9163-685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송계동엔 솔개민박(033-463-3734), 통나무펜션(011-9074-5662), 빈지동엔 폐교된 미산분교 자리에 들어선 미산계곡야영장(018-9878-7329)과 야영장 옆의 예슬이네집(033-463-6886), 남전동엔 미산종점민박(033-463-7225), 개인약수 입구엔 개인산장(033-463-1700)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칠전동의 산새소리송씨네(033-463-7789 www.sansaesori.co.kr)는 강변 풍광이 아름다운 펜션이다.

●별미 미산계곡 초입의 합수모래유원지 근처에 있는 미산식당(033-463-6921)은 손두부백반으로 인기 있는 집이다. 하얀 두부를 전골처럼 큰 그릇에 끓여서 상을 차린다. 내린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재료로 쓴 매운탕도 잘 한다. 순두부백반은 1인분에 7000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매운탕 2만5000~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