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돌침대 고객센터입니다.”
“돌침대 작동이 안돼서 전화했는데요.”
“고객님, 우선 온도조절기 옆에 금장마크가 있는지 봐주시고 회사명도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금장마크요? 없는 것 같은데…. 회사명은 있네요. 장수○○.”
“장수○○이세요? 죄송한데 저희 회사 제품이 아닙니다. 여기는 장수산업입니다.”
“아니라고요? ‘장수돌침대’라고 하길래 거기 제품인 줄 알고 산 건데….”

지난 2009년 소비자의 돌침대 상표인지도 조사(한국갤럽)에서 90%에 가까운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주)장수산업의 히트 상품 ‘장수돌침대’. 이 제품을 만든 최창환 회장은 1992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줄곧 TV 광고에 출연,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라는 유행어로 일약 CF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 CF에는 ‘장소돌침대’의 상표를 무단 사용하거나 유사한 상호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최근 들어 최 회장의 장수산업은 인터넷쇼핑몰과 소셜커머스 등을 통한 유사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 지식경제부산하 한국의류산업협회의 지식재산권보호센터와 공동으로 전국을 돌며 ‘상표표식 사용에 대한 상표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둘러싼 ‘짝퉁논란’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셈이다.  
 



◆지능화되는 짝퉁유형…‘장수’만 넣으면 다 된다?

현재 장수산업측이 분석하고 있는 ‘장수돌침대’ 상표에 대한 짝퉁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표권자인 (주)장수산업의 ‘장수돌침대’를 제품명이 아닌 상호, 즉 기업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다. 상품명을 ‘XXX (주)장수돌침대’로 표기하는 형식이 대표적이다.

장수산업측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상호를 이용해 간판, 부착물 등을 봤을 때 이것이 상호명인지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표명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는 유사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상호를 써도 상표권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장수산업이 규정짓는 ‘짝퉁상품’은 ‘장수돌침대’를 연상할 수 있게끔 돌침대 제품명에 ‘장수XX, 장수OOO, 장수X, 장수OO’ 등 ’장수‘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경우다. 소셜커머스나 중앙일간지 등에 이벤트나 광고를 게재하는 최근의 사례 중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게 장수산업측 주장이다.    

◆“돌침대 잘못 샀다” 소비자 피해호소 월 100여건

장수산업에 따르면 앞서 예시의 경우처럼, 소비자들이 ‘장수돌침대’와 관련해 AS센터로 잘못 문의해오는 건수는 월 평균 100건에 이른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짝퉁제품’을 간판에 걸어놓고 영업하는 곳도 대략 130군데로, 하루 평균 5개 정도의 유사상품들이 매장의 간판에 내걸리는 셈이다. 

장수산업 법무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사상품명이 걸린 간판이 발견되는 즉시 지식재산권보호센터측에 알리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단속하지 않으면 장수산업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까지 막대한 피해가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돌침대에 ‘장수’ 함부로 표기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 돌침대의 제품명에 ‘장수’가 들어가는 것이 왜 ‘짝퉁’이 되는 것일까. 장수산업측은 ‘장수돌침대’는 ㈜장수산업만이 보유하고 있는 등록상표이자 일반에 널리 알려진 주지상표라는 점이라고 못박는다. 

실제 지난 2009년 12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돌침대 상표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소비자 10명 중 9명이 ‘장수돌침대’ 상표를 인지했다(인지도 89.8%). 반면 인지도 2, 3, 4위에 해당하는 장수XX, 장수OOOO, 장수△△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의 절반 이상(55.8%)은 이를 ‘장수돌침대’의 서브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장수산업의 이영훈 홍보팀장은 “앞서 2008년 유사상품을 판매하는 모 업체 대표가 ‘장수돌침대’와 ‘장수온돌’을 한글인터넷주소로 등록한 후 사용했으나 대법원에서는 이를 부정경쟁행위, 또는 ㈜장수산업의 상표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장수산업 주지상표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짝퉁’ 상표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수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짝퉁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몇몇 회사들은 “장수돌침대라는 명칭의 유래는 돌침대가 몸에 좋아 계속 사용하면 장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장수’라는 명칭이 특정업체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며 이에 항변하고 있다.

◆잃었다 다시 찾은 ‘장수돌침대’ 상표권

장수산업이 보유한 ‘장수돌침대’에 대한 상표권은 알고 보면 한때 소멸될 위기에서 되살아난, 사연많은 기업권리다. 당초 회사설립과 동시에 상표를 취득한 장수산업은 그러나 2006년 초반 특허권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상표권 무효의 위기에 처했다.

급기야 ‘장수돌침대’ 상표 사용에 대한 제재가 없다 보니 이 때부터 유사 상품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위기의식을 느낀 장수산업측은 2006년 말 제품명 ‘장수돌침대’를 다른 기업에서 쓰지 못하도록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3년여의 송사 끝에 장수산업은 200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상표권 무효와 관련해 위헌판결을 이끌어 내 상표권을 재등록 할 수 있게 돼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