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만드는 집이 나온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듈러주택이다. 공장에서 주택벽면 등을 대량생산한 뒤 이를 조립한 상태로 현장에 운반해 완성하는 집이다.

마침 지난 2월,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A&C는 천안 제5일반산업단지에서 모듈러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총사업비 130억원을 들인 부지 2만2451㎡에 연면적 5972㎡ 규모의 공장이다. 공장에서 생산한 집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이 포스코A&C의 계획이다. 모듈러브랜드의 이름은 '뮤토(MUTO)'다.
 
국내에 모듈러주택사업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그룹 계열사인 SK D&D가 2년 전 비슷한 콘셉트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주택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SK D&D는 사업을 축소하고 고급주택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시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포스코A&C의 모듈러 주택 사업은 기회를 맞았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듈러주택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여건을 갖췄다고 자체 진단한 듯하다. 공장에서 집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포스코A&C의 모듈러주택에 대해 알아봤다.
  
◆어떤 장점이 있나
 
모듈러주택 공정의 90%가 공장에서 이뤄지다보니 공사기간 단축 효과가 크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불과 석달이면 끝난다. '공기=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큰 건설업계에서 보면 매력적인 대안이다.
 
모듈러주택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일반적인 기존의 철근콘크리트(RC조)나 철골구조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다. 포스코A&C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 2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설계기간을 포함해 준공까지 석달이 걸린다. 설계기간을 제외한 토목공사와 건축물이 올라가는 시간은 보름이면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한채에 대한 공사기간을 하루로 잡는 경우도 있다.
 

 
이미 공장에서 모듈화된 건축구조물을 현장에서 단순조립만 하기 때문에 생겨난 장점이다. 6면 전체를 완벽하게 짜서 현장에 그대로 얹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주택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공장에서 갖춰진 채로 배송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주택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색다르다. 집을 헐고 다른 곳에 지어야 하는 경우, 기존 집을 그대로 떼어 옮길 수 있다. 재활용 가능비율은 최대 90%다.
 
개인이 집을 통째로 옮겨야 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토지를 임대한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근 서울시와 LH공사가 임대주택공급계획 중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남기석 포스코A&C 상무는 "모듈러주택은 시유지나 사유지 등에 조속히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해당부지에 임대주택 건설이 진행되면 모듈러주택을 다른 부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앞으로 주택공급계획이 서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사업진행이 늦어지는 부지를 모듈러주택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공급가격도 소폭 낮아졌다. 포스코A&C의 3.3㎡당 건축비는 300만원대 후반이다. 통상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단독주택 비용인 600만원대나 SK D&D가 공급했던 500만원대보다 싸다. 일본 업체들이 공급했던 모듈러주택의 가격(900만~1000만원)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공급가격이 낮은 이유에 대해 포스코A&C는 자재의 규격화와 표준화, 사업절차의 간소화에 따른 간접비 절감으로 설명한다. 공기 단축으로 인건비와 가설공사비는 최소 5%, 간접비는 최대 10%를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A&C 관계자는 "모듈러공장의 생산이 풀가동될 경우 2년 내 10%가량 더 싸질 수 있다"며 "평당 200만원대 공급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수요만 충분하다면 주택 공급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거주 성능은
 
모듈러주택은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에도 버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기초부터 튼튼히 한 철근콘크리트구조에 비해 약하다는 일반적인 평가와는 정반대다. 보통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버티는 수준은 리히터 규모 5다.
 
포스코A&C에 따르면 한국지진공학회와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가 공동검증을 위해 이 회사의 2층 규모 시험체에 구조실험을 진행한 결과, 각종 성능기준을 통과했다. 특히 화재 시 견딜 수 있는 자재성능을 판단하는 내화성능 면에서도 우수성을 입증했다. 국내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러시아에서 90분 내화성능을 확보했으며 국내에서는 60분을 확보한 상태다. 화재가 나더라도 이 시간만큼 건축물이 붕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포스코A&C는 내진이나 내풍이 우수한 최적의 강구조(剛構造)와 내화인증 자재적용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부식 방지를 위해 SPA-h강재를 적용했으며 바람이나 지진과 같은 횡력에도 충분한 저항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소음이나 바닥진동에도 우수하다. 외벽에 고차음스터드와 차음재, 보조재를 사용해 소음성능을 높였다. 또 구조접합부에는 방음패드를 적용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바닥 충격음이나 진동성능기준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단열에서도 기존주택에 버금가는 강점을 가졌다. 구조 외측에 폼단열재를 적용하는 외단열 시스템과 경량벽체 내부에 내단열 시스템을 적용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설계했다. 이 역시 모듈화된 온돌배관이 공장조립부터 적용된다. 2009년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 '저에너지 공동주택 설계기준고시'의 요구조건을 훨씬 상회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모듈러주택은 외형 때문에 컨테이너박스와 흔히 비교되기도 한다. 규격화된 유닛을 쌓아올린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르다. 컨테이너박스가 같은 사이즈로 규격화됐다면 모듈러주택은 유닛과 패널을 모두 활용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포스코A&C 관계자는 "현장 사무실이나 근로자 숙소 등 임시시설로 쓰이는 컨테이너와 달리 모듈러주택은 주거시설이나 업무시설 등 영구목적으로 활용된다"며 "단열이나 화재, 생활편의 등 모든 면에서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어디에 들어서나
 
당장 모듈러주택이 일반에 공급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수요예측이 명확치 않아서다. 일단 포스코A&C는 자사직원을 통해 만족도를 체크해볼 계획이다. 5월 강남구 청담동에 건립예정인 포스코 이동식모듈러주택 20가구가 리트머스시험지다.
 
포스코 서울사무소인 포스코센터 파견 직원숙소는 5~10년 임대한 강남구 청담동 주차장부지에 지어진다. 가구당 약 36㎡의 면적에 4층 규모의 원룸형 숙소다. 출퇴근시간을 줄이고 월세도 절감할 수 있어 파견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
 
올해 말까지 추가공급계획도 잡혀 있다.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지역에 100호 규모를 추가 공급한다. 역시 도심 유휴지를 임대해 직원숙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포스코A&C가 포스코패밀리 직원숙소 공급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공공에서 발주하는 임대주택사업 참여다.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성이 확인되면 서울시나 LH공사와 임대주택공급 계약체결을 가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고, LH공사 역시 올해 국민임대 등 임대주택 3만5000호를 공급할 예정이지만 이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토지임대형 주택으로 모듈러주택을 선택한다면 임대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모듈러주택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면 자체 개별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진동소음, 단열, 온돌바닥 등 우리나라의 주택품질이 일본·유럽과 비교해 까다롭기 때문에 연구개발기간이 길어졌다. B2B시장에 2006년부터 진출했다면 B2C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임대주택 공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다음단계는 일반공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