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결실을 기다리는 곳은 선수뿐만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지난 4년간 비인기 종목의 후원을 지속해온 기업들 역시 2012 런던올림픽에서 후원 종목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비인기종목의 후원은 기업 입장에서 사회공헌적 측면이 크다. 프로스포츠는 막대한 인기와 관심을 바탕으로 경기가 열리는 기간 내내 적잖은 홍보효과를 누리는 반면 아마스포츠는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회가 많지 않다. 사실상 올림픽이 거의 유일한 홍보 창구다.
런던올림픽이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간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세계양궁선수권 전야제 참석한 정의선 부회장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 길에 참석한 구자열 회장
◆10대그룹 체육예산 절반 지원
지난 6월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0대그룹이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예산의 절반인 4276억원을 스포츠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그중 비인기종목이 다수 포함된 아마스포츠 지원금액은 1325억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31%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선수단 운영 지원비용으로 471억원, 협회 지원비용 140억원,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비용으로 714억원이 투입됐다.
그간 10대그룹은 지원종목의 수를 조금씩 늘려왔다. 1970~1980년대 탁구·레슬링·양궁, 1990년대 태권도·배드민턴, 2000년대 육상·사격·수영까지 18개의 비인기종목에서 23개의 실업팀을 창설했다.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종목 중, 국내 프로팀이 없는 비인기종목 32개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되는 수치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요 기업들의 비인기종목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들 기업들의 스포츠 지원이 대부분 마케팅비용으로 회계처리 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과소평가 받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짧은 스포츠 역사와 불리한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스포츠강국이다. 더불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하계·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5번째 국가가 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 강국이 된데는 우리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런던올림픽 후원/ 런던올림픽 출정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는 박태환 선수/ 시구하는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
◆기업들, 어떤 종목 후원하나
대한체육회 가맹종목 58개 중 절반 수준인 27개(47%) 종목의 협회장이 기업인이다. 1997년부터 육상을 지원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동진 삼성전자 상담역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스포츠의 근간인 육상 종목에 국내 1위 기업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레슬링 역시 삼성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이건희 회장이 1982년부터 1997년 IOC 위원이 될 때까지 15년간 협회장을 역임했다. 서울사대부고 시절 2년간 레슬링선수로 활약한 것이 인연이 됐다. 현재 삼성생명은 탁구팀과 함께 레슬링팀을 운영하고 있다.
'활시위만 놓으면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한국의 효자종목 양궁은 현대차가 대를 이어 후원하고 있다. 1982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하면서 올림픽과 인연을 맺게 된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대에 걸쳐 정몽구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오르며 양궁에 대한 본격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정의선 부회장이 2005년부터 현재까지 뒤이어 회장직을 수행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25년간 200억원의 돈을 양궁에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과 인연이 깊은 기업은 SK그룹이다. SKT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를 공식 후원했다가 '대박'을 친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로 인해 SKT는 1000억원대의 광고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SK그룹은 '우생순'의 기적을 재현하려는 핸드볼 종목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으로 추대된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434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 핸드볼경기장을 지었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올해에는 해체 위기에 놓인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인수해 실업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손길승 SK 명예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펜싱 역시 SK가 후원하는 종목이다. 5월에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를 유치하고 메인스폰서로 SKT를 내세우는 등 펜싱 투자에 적극적이다.
한화는 복싱과 사격, 승마 등에 관심이 높다. 복싱은 김승연 회장이 15년간이나 협회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그는 2009년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산하의 국제복싱발전재단(FBB)의 초대 이사장이다.
사격은 김정 한화그룹 상임고문이 협회장이다. 한화회장배 대회를 개최하는 등 꾸준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일 종목으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하는 등 큰 결실을 거뒀다. 또 한화는 한화갤러리아 승마단을 운영하며 승마 종목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김 회장의 막내아들 동선씨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조양호 회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탁구는 1973년부터 한진그룹이 지원하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에는 카타르에서 열린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20년만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남자복식팀 금메달을 따는 등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전거 마니아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에, 이종철 STX 부회장은 대한조정협회장에,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대한체조협회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대한테니스협회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대한요트협회장이라는 또 다른 명함을 가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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