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상장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가 눈에 띄고 있다. 수억원의 사재를 털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자사주 1000주를 사들였다. 5억7660만원 어치다. 권오철 SK하이닉스 대표도 지난달 말 1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사주 5000주를 샀다. 동양증권은 이승국 대표를 비롯해 36명의 임원들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주식시장에서 대주주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매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의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오너가 아닌 임원이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경우엔 더욱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매도는 불확실성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영진의 자신감과 의지가 반드시 기업의 성장이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자사주를 사들인 경영진들의 의지는 모두 같을지 몰라도 이들 기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가 그리고 있는 기상도는 각각 다르다.
 


◆삼성테크윈, 오늘도 내일도 '맑음'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 중 삼성테크윈과 루멘스, KG이니시스, 윈스테크넷, 파트론, 한글과컴퓨터의 기상도가 가장 밝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전망은 한마디로 '오늘은 좋고 내일은 더 좋다'였다.

삼성테크윈은 SS(Security Solution)사업부, 파워시스템, 반도체장비(IMS ; lnteligent Machinery & Solution)부문 등 3대 사업부의 성장스토리가 구체화되면서 실적호전 지속과 함께 성장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SS사업부는 SOC(System on chip)를 기반으로 장비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산업용 장비는 최근 개발한 SMD(Surface Mounting Device)를 시작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파워시스템은 당장 매출 규모나 이익기여도가 높지 않지만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방산 관련 매출과 삼성그룹 내 매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루멘스는 뛰어난 실적 성장세가 높이 평가된다. 정영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멘스는 국내 LED업체 중 가장 월등한 실적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기존 삼성전자 LED TV 증가뿐 아니라 조명과 스마트폰용 카메라 플래시 등의 매출확대가 외형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루멘스는 2분기 삼성전자의 LED TV 출하기에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매출이 전분기 대비 50% 늘어났다.

윈스테크넷은 모바일 트래픽 증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윈스테크넷은 국내 네트워크 보안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특히 주력제품인 10G 침입방지시스템(IPS)의 매출이 국내 이동통신사에 이어 일본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에도 확대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윈스테크넷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LTE 서비스 활성화에 따라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의 지킴이로서 대표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실적 모멘텀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G이니시스는 오프라인 결제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황세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KG이니시스는 오프라인 결제의 온라인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연간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배달음식시장에도 진출했다"며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교촌치킨, 피자헛, 도미노피자 외에도 고객사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실적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 약간 흐린 후 갬

LG생활건강은 내수 소비 둔화 등으로 단기적인 전망은 약간 흐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호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음료 등 내수시장 내 지배력 강화에 따른 이익 호조와 더페이스샵의 중국, 일본 매출 고성장, 긴자 스테파니 실적 가세에 따른 해외부문의 견조한 성장이 기대된다"며 "화장품과 생활용품의 전략적 제휴 확대 및 인수합병(M&A) 고려 등 지속적인 성장방안 모색으로 중장기 이익 성장성이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부문 수익성 둔화 지속에 대한 우려로 주가 상승 동력은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빠르면 4분기부터 실적 반전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단기적인 조정을 장기적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신제품 효과와 제품믹스 개선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된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9~10월쯤 아이폰5를 출시하고 4분기 중 아이패드 미니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는 LG디스플레이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 사이즈 패널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믹스 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패드용 패널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프리미엄 제품 비중도 증가해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부터 업황 반등이 이뤄지면서 실적과 주가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 당분간 '먹구름'

신한지주는 규제 리스크에 대손 리스크가 더해져 당분간 먹구름이 걷히기 힘들 전망이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여건이 강화된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는 등 규제리스크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손 리스크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신한지주는 대손 리스크가 집중된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이 가장 높아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양증권도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 이후 특화된 성장동력이 사라졌다는 우려와 업계 최다 수준의 지점 보유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당분간 밝은 빛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