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턱받이는 베이비뵨께 좋더라고요. 오래 써도 늘 새것 같아요."
"우리 아이는 범킨스 턱받이 써요."
"이번에 유아식마스터기로 '아벤트' 거 샀어요. 그릇이랑 솔까지 세트로."
이 대화에 '이게 무슨 소리지?' 한다면 육아와 무관한 사람이고,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요즘 엄마들일 것이다. '기적의 속싸개'로 통하는 '스와들미'는 미국 유아용품 업체의 아기 담요고, '베이비뵨'은 스웨덴의 프리미엄 유아용품회사다. 범킨스는 미국 브랜드이며, 아벤트는 가전회사인 필립스에서 나온 유아식 전용기기 브랜드다.
사랑하는 아기를 위해서라면 좋은 것을 쓰려는 게 부모의 마음. 수입산만 고집한다고 '된장엄마'라고 매도할 수도 없다. 특히 엄마들은 출산용품에서 국산제품을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육아 블로거로 활동 중인 강문정씨(닉네임 '양띠모모')는 "예전보다는 국산제품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국산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든 유아용품이 많다"고 지적했다.
◆ 베이비산업 끝없는 성장세
국내에서 가장 큰 베이비산업 전시회를 열고 있는 ㈜베페에 따르면 국내의 베이비산업은 27조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10년 전인 2002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유아용품 시장이 10배나 커진 수치다.
해외 바이어들도 국내 유아용품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엄마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무궁무진하게 커질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글로벌브랜드 본사에서도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세계 유통상을 다 모아놓으면 한국지사장들만 지적을 쏟아낸다고 하네요. 그만큼 한국 엄마들의 눈이 날카롭다는 거죠. 전세계 각지의 본사에서도 이런 의견을 취합해 다음 시즌에 반영하곤 합니다."
베페 관계자의 말이다. 일광욕을 즐기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는 유모차의 차양이 짧았다면 국내용은 소비자의 의견이 반영돼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게끔 변모됐다. 수납 공간을 키워달라는 요구에 다음 시즌에서는 대형 수납공간이 생기기도 했다.
유통만 하다가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한 사례도 여럿이다. 노르웨이 수입업체인 스토케는 지난해부터 한국지사장을 직접 파견해 스토케코리아를 설립했다. 토마스 스테빅 스토케 CEO는 "한국은 스토케 간판모델 익스플로리 때문에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페 관계자는 "유아용품시장이 이미 포화됐다고 하지만 아이디어 상품이 무궁무진해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산 제품은 '실종?'
"유모차나 카시트 등 외출용품과 출산용품은 여전히 수입산 비중이 높습니다. 기저귀나 분유는 단연 국산제품을 쓰고 의류는 수입산과 국산을 반반 정도 쓰는 추세죠."
육아 블로거 강문정씨의 말이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모차는 퀴니, 잉글레시나, 키디 등의 수입 유모차가 인기를 끌고 젖병, 이유식기, 식탁의자 등 출산용품은 더블하트, 토미티피, 스반, 치코, 아벤트 등이 강세다.
유아용품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실종은 포털 검색어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네이버의 유모차·외출용품 쇼핑검색어(3월28일 기준)를 보면 1위 휴대용유모차와 4위 기저귀가방, 9위 아이엔젤힙시트를 제외한 나머지 순위는 수입제품이 차지했다.
베페 관계자는 "출산용품시장에서는 여전히 해외브랜드의 구매율이 높다"며 "아이가 커갈수록 점차 의류와 분유 등은 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비중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올해 전시에서는 부스규모와 업체수를 따졌을 때 국내업체가 64%의 점유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 아이디어 제품은 국산이 인기
여전히 수입산 비중이 높긴 하지만 국산 브랜드도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모차 키디와 아기띠 맨듀카 등을 수입하는 쁘레베베는 지난해 '페도라'라는 유모차를 직접 출시했다. 엄마들의 의견을 모아 국내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만든 것이다.
삼송이 만든 카시트 '보네스트 베네스트'는 러시아와 스페인 시장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무루땅콩기저귀의 '땅콩기저귀'는 베이비페어 현장에서 해외 바이어가 제품과 소비자 반응을 보고 5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베페 관계자는 "해외 수입브랜드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아예 국내업체가 자기 브랜드를 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국산브랜드도 아이디어 면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제는 유모차에서 유아가구로
베이비산업에는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불황의 깊은 골이 유아용품시장에까지 미쳤다. 평균가격이 100만원을 호가하고 각종 부속품도 수십만원이나 나가는 수입유모차 '스토케'의 판매율 하락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스토케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모은 노르웨이의 유모차 브랜드다. 스토케는 2011년에 판매 정점을 찍더니 지난해부터는 하향세로 돌아선 추세다. 지난해 '고가 유모차'로 낙인이 찍히며 여론의 포화를 맞은 데다 불황으로 초고가 유모차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서다.
베페 관계자는 "2011년까지만 해도 유모차는 고가의 대형 수입제품이 대세였지만 지난해부터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절충형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가격대도 100만원 미만의 수입브랜드나 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스토케는 멈칫한 유모차시장 대신 유아가구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유모차에만 편중됐던 시선이 유아침대나 유아풀장 등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 베이비페어, "한국 소비자 눈이 가장 정확합니다"
'베페 베이비페어'가 지난 2000년 처음 시작된지 12년 만에 글로벌 육아용품시장의 테스트마켓으로 떠올랐다. 국내 엄마들의 까다롭고 날카로운 의견이 가장 중요한 고객 소통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두차례 열리는 베페 베이비페어는 연간 10만명이 방문하는 큰 전시회다. 베페를 찾는 해외 바이어 역시 매년 두자리수 신장률을 기록해 지난 10년간 5배나 증가했다.
베페 베이비페어의 인기를 타고 국내에서 비슷한 전시회만도 매년 27번이나 열린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비롯해 중소도시에서도 유아산업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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