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2차 대전'에서 승부의 열쇠는 기업들의 유통권 장악여부다. 오프라인의 경우 백화점과 브랜드숍 매장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최근 온라인으로 아웃도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많아지고 있다. 일본업체 제비오의 국내 멀티숍 진출도 브랜드숍이 대세이던 한국 아웃도어시장에 '변혁'을 일으킬 조짐이다. '2차 대전' 격전지로 주목받는 3대 유통권역을 분석했다.


◆[백화점] 매출 상승세 여전…알고보면 세일 때문?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의 상승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스페이스의 1분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605억원을 기록했으며, 블랙야크와 K2도 각각 55%, 16% 증가한 248억원과 253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자체매출 집계에서도 아웃도어 매출은 지난 3월 평균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백화점의 매출 상승세가 백화점의 정기적인 할인행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분기 노스페이스의 백화점 할인행사 매출비중은 16%, 코오롱스포츠는 42%를 차지했다. 3~4위 업체인 K2와 블랙야크의 행사 매출비중도 각각 46%와 49%를 기록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라푸마의 경우 백화점 행사매출 비중이 41%와 33% 임에도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행사매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제품을 그만큼 많이 할인해 팔았다는 얘기"라며 "가격을 할인해주는 행사매출 비중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한 업체가 적지 않다는 것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성장을 계속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상품 마니아인 성상민씨(39·가명)는 "아웃도어 제품은 대체로 인터넷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할인행사기간이 아니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매장을 찾지 않는다"며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은 등산길 매장보다도 더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옥션 70% 이상 판매 급증 '과열징후'?


백화점 매출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견과는 별개로, 온라인쇼핑몰은 아웃도어 2차 대전의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는다. 고가의 아웃도어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을 노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옥션은 아웃도어 카테고리부문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캠핑용품 판매량이 전년대비 82%, 등산용품은 72% 이상 급증했다. 특히 캠핑용품은 지난해 캠핑시즌이 4월부터 시작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한달반 정도 앞당겨진 2월 중순부터 시작되면서 관련용품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G마켓도 아웃도어 인기에 편승해 올 1분기 아웃도어 브랜드 판매가 전 분기 대비 60% 증가했다. GS샵 역시 지난 1~2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 가까이 성장하면서 지난 3월 유럽 아웃도어브랜드 3개를 추가 론칭했다.

TV홈쇼핑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아웃도어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아웃도어 매출액만 100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12월 들여온 아웃도어상품은 목표 이상으로 판매돼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방송 편성비율을 줄이기도 했다.

CJ오쇼핑도 2010년 11월 론칭한 아웃도어브랜드 '로우알파인'으로 올 2월까지 총 7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올해에는 1~2월 매출만 180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멀티숍] 브랜드숍 대세, 뚫을까


아웃도어 2차 대전 격전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의 전문멀티숍시장이 본격 개화될 것인지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전문멀티숍이란 한가지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매장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이 조심스레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최근 일본 멀티스포츠업체 제비오가 국내시장 진출, 업계에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LG패션의 '인터스포츠', LS네트웍스의 '웍앤톡', 이마트 '빅텐' 등이 아웃도어 멀티숍을 열었지만 아직은 변변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스포츠는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업을 일부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S네트웍스 역시 지난 3일 운영 중이던 웍앤톡에 대한 철수의사를 밝힘에 따라 업계는 제비오의 진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비오는 일본의 1위 업체인 만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인터스포츠나 웍앤톡과 같이 조기정착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할인서비스 제공 유무와 수준 설정 등의 고객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라며 "제비오의 성패는 앞으로 아웃도어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비오는 GS계열 코스모그룹과 손잡고 지난 3월27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옛 을지서점 자리에 2100㎡(700평) 규모의 '슈퍼스포츠 제비오' 1호점을 열었다. 오는 2017년까지 한국에만 16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등산길 주변 아웃도어 매장 가보니

"요즘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서 장사가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매장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어떤 날은 티셔츠 몇장만 겨우 팔릴 때도 많아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등산길 주변의 아웃도어 매장에는 아직 '봄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북한산 입구에는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라푸마, 밀레 등 많은 아웃도어 매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하지만 손님으로 붐비는 매장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가끔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구경만 하다가 나가기 일쑤다. 봄맞이 특가전이나 이월상품 특가전을 진행하는 매장 몇군데만 손님이 몰려들 정도다.

등산객 이우정씨(36·가명)는 "등산길 아웃도어 매장은 특가세일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비싸다"며 "정상가격보다 일부러 더 높게 붙여서 할인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등산길 주변 아웃도어 매장은 한마디로 '파리 날리는'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