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부티크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빈티지 의류’ 시장은 오늘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대량생산 시대, 패스트 패션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행하는 스타일도 시즌에 따라 급변, ‘속도의 전쟁’이 된 패션 시장에 중고 의류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08년부터 오리지널 빈티지 전문몰을 뚝심 있게 운영하는 ‘빈티지현경(www.vintage-hk.com)’ 이현경(33) 대표를 만났다.
이대표는 2005년 지인들과 함께 빈티지 샵을 공동 창업하며 쇼핑몰 세계에 발을 디뎠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다가 리폼(낡은 옷을 유행하는 스타일로 바꾸는 일)을 기반으로 한 빈티지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2008년 카페24(www.cafe24.com) 솔루션을 통해 단독 전문몰로 독립했다.
이 대표는 절반 이상의 빈티지 의류를 직접 리폼한다. 오래 전 만들어진 옷을 현대적 감각에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리폼은 척박한 빈티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대표의 ‘생존 전략’이었다.
이 대표는 “옛날 옷들의 가장 큰 단점은 트렌디하지 못한 핏감”이라며 “주력 상품인 원피스의 경우 사이즈를 줄이고 허리끈을 별도로 제작하여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마니아층의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50% 이상의 고객이 오랜 단골 고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구매 고객에게는 컵라면을 보내주고 단골 고객에게는 직접 만든 반지나 취향에 맞는 깜짝 선물을 주는 등 ‘빈티지스러운’ 소통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무엇보다 높은 충성도의 비결로 이른바 ‘7080 명품의 21세기적 재해석’, 즉 대량 생산제품이 따라갈 수 없는 ‘품질’에 기반한 리폼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오리지널 빈티지가 죽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7080 시대의 부티크가 직접 만든 의류는 소재나 패턴, 바느질에서 그 섬세함을 대량 생산품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확실한 퀄리티가 기반된 상태에서 약간의 수정만 해 주면 세상에 하나 뿐인 명품으로 재탄생하지요.”
품질에 최우선을 두기 때문에 이대표의 제품 선택은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에서 직수입된 제품들이며 모든 제품을 이대표가 원단, 상태, 패턴을 꼼꼼히 확인하며 직접 선택한다.
직접 옷을 만나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최근 서울 혜화동에 오프라인 매장 ‘마초빅’도 오픈했다. 마초빅은 카페와 쇼핑이 결합된 콘셉트의 빈티지 샵이다.
이 대표는 “카페로 전업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어디까지나 빈티지현경의 판로 개척 차원”이라며 “고객들이 쉬었다 가면서 빈티지 의류를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척박하다고 하지만 이대표는 ‘오리지널 빈티지 시장의 끝을 보고 싶다’는 말로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상품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향후 목표에 대해 “빈티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빈티지현경이었으면 좋겠다”며 “한국 의류 시장에 빈티지에 관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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