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외진 골목에 자리한 서울 논현동 '합스카치'(Hopscotsh)는 그 흔한 간판조차 걸지 않았다. 그저 들어서는 문 하나가 전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대표와 셰프가 합심해 만든 곳으로 ‘게스트로펍’을 표방한다. 술과 미식이 공존하는 곳이다.
매장 안은 고급 바를 연상케 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이 곳곳에 묻어난다. 매장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홀에서 바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이나 테이블 등 엔틱가구를 리폼하거나 손수 제작했다. 한쪽 천장이 통 유리로 돼 있어 날이 밝을 땐 햇살이 그대로 쏟아져 내리고 어둑한 밤에는 나름의 분위기로 진가를 발휘한다. 비가 내리면 더없이 운치 있는 그림이 펼쳐진다.
게스트로펍이라곤 하나 와인은 일절 취급하지 않고 싱글몰트스카치위스키와 맥주를 주로 다룬다. 특히 맥주는 마니아들도 인정할 만큼 리스트가 출중한 편이다. 병맥주는 20여종으로 모두 수입된 것들이다. 세계랭킹 선두에 있는 프리미엄급부터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것들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사진=류승희 기자
벨기에 맥주들이 대표적이며 대체로 평가도 우수하고 유명한 라벨들이 많다. 델리리움 트레멘스는 독특하게 도자기병에 담겨 나오는데 바닐라와 과일향이 적절히 조화롭고 남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두체스 드 부르고뉴는 유명 와인산지의 이름이 들어간 것처럼 와인과 준할 정도의 풍미가 있고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아 입가심용으로 적합하다.
생맥주는 크래프트웍스나 맥파이브루샵 등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된 자가맥주를 선보인다. 종류는 헤페바이젠, 페일에일, 스타우트, 제주 IPA 등 약 10가지에 달한다. 무얼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면 제공되는 샘플러를 시음해보고 선택하면 된다. 샘플러는 4가지의 서로 다른 생맥주가 작은 잔에 담겨 나오는데 그날그날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술 못지않게 음식들 또한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다. 미국 현지에서 볼법한 메뉴들은 외국인들에겐 모국의 향수를, 우리에겐 여행에서 느꼈던 맛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게 한다. 현지의 맛을 제대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감각이 더해진 것들도 많다.
베이컨을 잼으로 만들어 관자와 곁들여 내는가 하면 감자튀김은 오리기름으로 튀겨내 좀 더 바삭하면서도 녹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소캘샐러드는 서든캘리포니아 스타일로 라임, 만다린 오렌지, 사과, 크랜베리 등과 닭가슴살이 들어가는데 시트러스비네그렛드레싱을 이용해 새콤달콤하면서도 가볍게 즐기기 좋다. 더맥은 마카로니 대신 굵은 갈레티가 들어가 진하고 풍부한 소스의 맛을 고루 느낄 수 있다.
식사나 안주 메뉴 외에 디저트도 몇가지 마련돼 있다. 푀유도똠은 가을낙엽이란 의미로 술에 절인 체리와 초콜릿·초콜릿무스로 만든다. 디저트라고 하지만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술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위치 강남구청역에서 서울세관 사거리 방면으로 직진, 이후 카페베네 옆 골목으로 진입해 약 100m가량 가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좌측
메뉴 더맥 1만6000원, 소캘샐러드 1만7000원, 표고버섯튀김 1만원, 잠발라야파스타 1만8000원
영업시간 17:00~1:00(일요일 휴무)
전화 02-511-0145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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