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한우마을
얼마 전 유명 일간지 인터넷판에 게재된 맛집 기사가 있다. 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약한 신생업소를 전략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이미 그 지역에서 막강한 전국구 맛집으로 알려진 업소와 동시에 소개하며 ‘비교 프레임’으로 구성한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인천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맛의 도시다. 인천을 대표하는 다양한 맛집들이 많겠지만 특히 국민 육류인 돼지고기를 맛있게 제공하는 고깃집이 많다.
등갈비가 유명한 만수동의 '초심', 완벽한 직화구이를 구현하는 인천 서구 '가연생고기', 숙성육 목살이 발군인 부평동 '화미소금구이', 매운 목살이 맛있는 왕길동 '태백산' 등 오히려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맛있는 고깃집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인천의 고깃집이 매력적인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서울보다 착한 가격에 더 맛있는 고기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고기 마니아들의 발길을 인천으로 돌리게 한다.
하지만 목살과 삼겹살 위주의 고깃집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맛있는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 지금까지 전형적인 가족외식메뉴 돼지갈비로 전국구 맛집인 간석동 '부암갈비'가 아직도 굳건히 아성을 지켜왔다.
여기에 신흥강자인 논현동 '화동갈비'가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부암갈비'가 생갈비를 전면에 내세운 데 비해 '화동갈비'는 양념갈비로 승부하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각기 서로 다른 요소로 손님을 끌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부암갈비'와 '화동갈비'. 모두 상품력 즉, 맛이 그 명성답게 남다르다는 것이다.
'부암갈비'와 '화동갈비'는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했다는 점 외에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곳의 유명세에는 온라인 마케팅의 힘이 컸다는 것이다. 아직 마케팅에 미숙한 외식시장에서 마케팅적 사고(思考)를 가진 두 곳의 대표 역시 큰 경쟁력이다.
돼지고기 부위 중 선호도 부동의 1위는 삼겹살이다. 하지만 삼겹살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돼지갈비만의 쫄깃한 식감과 달달한 양념, 나아가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돼지갈비의 향수.... 돼지갈비에는 추억의 맛이 있다.
'부암갈비'는 얼큰하게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투박한 매력이 있고, '화동갈비'에는 가족과 함께 먹기 좋은 편안함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돼지갈비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맛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 최적의 프레임 마케팅은 ‘가격 대비 만족도’다
효과적인 프레임 마케팅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의 니즈를 간파해 전략적인 홍보 방법을 선택, 최고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것이 마케팅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고로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력을 구성하고 이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프레임은 ‘가성비’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로 흔히‘가격대비 만족도’를 이야기할 때 소비자가 사용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한다고 해도 가격대가 일반 소비자의 가격 저항선을 넘어버릴 정도로 높다거나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고객이 재방문하기 힘들다.
외식업소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고객에게 어필하기 좋은 아젠다(agenda)는 가성비다. 그리고 ‘가성비’라는 콘텐츠를 소구하기 위해서는 메뉴의 퀄리티와 상품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대에 고객이 만족할 만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집들은 어디일까. 그전에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맛집 블로거들과 맛 칼럼니스트에게 가성비 맛집을 물었다.
그들은 맛도 맛이지만, 주로 합리적인 가격대비 푸짐한 양과 좋은 식재료 사용 등을 만족할 만한 요소로 꼽았다. 각각의 맛집 블로거가 소개하는 가성비 맛집 일곱 곳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고객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가성비가 훌륭한 맛집 7선’이라는 프레임 마케팅도 가능한 부분이다.
태백산
◇ 가성비가 훌륭한 맛집 7선
'태백산'
인천 서구 왕길동에 위치한 '태백산'은 1++등급 한우 갈빗살이 150g에 2만5000원이다. 판매 시 갈빗살 부위를 골고루 섞어 제공한다.
그 중 꽃갈빗살은 부드러운 맛을 내며 늑간살은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보통 ‘꽃갈비살’이라는 메뉴로 따로 끄집어내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지만 이 집은 같은 갈비라도 다양한 부위를 내기 때문에 고기마니아들의 만족도가 높다.
더구나 강남 일대에 비해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평일 저녁에는 당일 도축한 한우 육사시미와 간, 천엽을 서비스하고 양념 대창도 무료 제공한다. 질 좋은 갈빗살과 부담 없는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 메뉴가 접대 장소로 탁월하다.
'설악한우마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설악한우마을'은 한우갈비곰탕(1만원)을 주문하면 즉석에서 지은 돌솥밥을 제공한다. 일반 뚝배기보다 2배가량 큰 뚝배기에 한우양지와 사태, 갈비를 넉넉하게 담아낸다. 식사보다는 ‘안주’에 가까울 정도로 양이 푸짐하다. 특히 주당들에게 인기 있다.
사골과 잡뼈를 8대2의 비율로 넣고 서너 번 끓인 육수에 큼직한 갈빗대 3~4개, 부드럽게 삶은 한우고기로 전체 식사 메뉴 중 판매율이 70~80% 차지한다.
'오목집'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오목집'은 매일 공급받은 국내산 돼지고기를 2시간가량 삶아 만든 족발(대 3만5000원, 중 3만원)을 판매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족발을 따뜻한 상태에서 내고 테이블 한쪽에는 즉석에서 끓여 먹을 수 있게 맑은 국물의 해물나베를 제공한다. 홍합과 꽃게, 바지락, 배추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에 주당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품목이다.
사이드메뉴로 막국수 대신 개운한 해물나베를 제공, 푸짐하다는 인상과 함께 셀링 포인트구실도 한다.
'바달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바달비'는 정갈하고 깔끔한 한식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한정식전문점이다. 웰빙을 넘어 ‘힐링 밥상’을 콘셉트로 좋은 식재료를 사용, 메뉴의 퀄리티를 높였다.
저녁 코스 메뉴는 총 4가지고 기본(1인 기준) 2만원부터 시작, 즐거운상차림(2만8000원), 행복한상차림(3만5000원), 다복한상차림(5만원)으로 구성한다. 인삼제육구이, 간장과 올리브오일, 다진 고추정도만으로 간을 해 해파리 본연의 식감과 맛을 살린 해파리냉채, 감자옹심이, 한약재를 넣고 고운 삼계탕, 수수부꾸미와 김치전, 불고기냉채, 직접 만든 보리빵 등을 제공한다. ‘웰빙’과 ‘저염’이라는 키워드가 이 집의 강력한 무기다.
'경성한우불고기'
인천시 남동구의 '경성한우불고기'는 돼지고기 전지 부위를 활용한 콩나물돼지불고기백반(1인 7500원)으로 점심 저녁 매출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 삼겹살이나 목살에 비해 비교적 텁텁한 전지 부위를 얇게 썰었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다.
콩나물과 파, 팽이버섯을 넣고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즉석에서 자글자글 끓여먹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콩나물을 푸짐하게 제공, 아삭한 식감을 잘 살렸다.
'자강갈비'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자강갈비'는 점심시간 판매율이 가장 높은 메뉴가 돼지콩불돌솥밥정식(1만원)이다. 얇게 썬 돼지고기 전지 부위와 콩나물을 매콤한 양념과 함께 볶아먹는 돼지불고기와 밥, 된장찌개, 떡갈비, 갓김치, 코다리탕수육 등을 정갈하게 차려낸다.
떡갈비는 돼지고기 전지 부위와 소고기 자투리 부위를 칼로 직접 다져 간장 베이스 양념에 숙성해 구워내는데 식감이 쫄깃하다. 객단가 1만원에 따끈한 돌솥밥과 돼지불고기, 완성도 높은 반찬 구성으로 주부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후레쉬빌'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후레쉬빌'은 함박스테이크와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 추억의 경양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후레쉬빌정식(8000원)과 수제함박스테이크(9000원)이다.
후레쉬빌정식은 제주산 돼지고기 등심 부위를 사용한 돈가스와 베이컨, 그릴소시지를 제공, 수제함박스테이크는 호주산 소고기의 목심 부위를 갈아 데미그라소스에 버무려 구워낸다. 일본식 함박스테이크다. 오피스 상권이라 점심시간 직장인 고객의 방문율이 높은 편이고 50~60대 고객도 30~4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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