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수 많은 직업이 탄생하고 있다. IT를 떠올리면 모니터 앞에서 야근 후 부시시한 모습으로 컵라면을 든 남자를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세분화와 오프라인 경제와 융합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들의 전문분야가 되고 있다. 특히,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세밀함이 더해지면서 ‘디지털 코디네이터’ 분야는 우먼파워가 크다.
◇ 매장음악, 그냥 트는게 아니에요~
매장음악들은 그냥 틀어지지 않는다. 컨설팅 업체 인바이로셀의 CEO 파코 언더힐은 매장음악이 소비자들을 더 오래 머문다고 말할 정도. 뮤직 마케팅 전문 기업 샵캐스트(www.shop-cast.com / 대표 이정환)에는 ‘매장음악 코디’들이 있다.
매장음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마케팅 기법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매장’은 자연의 느낌과 순수함, 고풍스럽고 고급 이미지가 강한 곳은 클래식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다.
각 매장별로 특성과 브랜드가 다르기 때문에 뮤직 마케팅 코디네이터들은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 중이다. 그들을 이끄는 리더는 이혜연(34)팀장이다.
음악을 좋아한 이혜연 팀장은 매장에서 음악을 듣고 제목 알아보러 카운터로 갔다가 지금의 직장까지 ‘물어물어’ 온 경우다.
이 팀장은 하루 평균 200곡의 음악을 듣는다. 곡당 3분만 잡아도 하루의 반을 음악 속에 있는 셈. 새로운 매장음악 채널 코디를 위해 직접 듣는 것도 있지만 다른 매장 채널 모니터링 때문에 하루 종일 틀어 놓는다. 오프라인 생활은 ‘코디네이팅의 연속’이다.
아침은 세븐일레븐에서 삼각김밥, 점심은 한스델리 매장이다. 드롭탑에서 커피를 마시며 실시간 DJ 방송을 듣는 고객들의 반응을 본다. 퇴근 후 다이소에 들러 쇼핑을 하면서도 귀는 음악에, 눈은 방문객들을 살핀다.
이 팀장이 만든 오프라인 매장음악은 약 150개 브랜드. 17,000개 매장이 이혜연 팀장의 코디네이팅을 받고 무형 브랜드를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분위기에 취해 지갑을 열고 소비를 즐긴다. 매장음악 채널을 만들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와인바 음악 채널 컨설팅을 갔다가 30만원이 넘게 와인을 마신 적도 있고, 커피 매장을 다니다 하루에만 20잔 넘는 커피를 마신적도 있다. 음악 플레이어 문의로 토요일 밤 11시 착신 전환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컴맹이었던 편의점주를 챙기느라 집에서 전화로 2시간 동안 PC 사운드 드라이버 잡는 방법까지 설명한 경우도 있었다.
또, 음악을 고르다 보니 신곡 중 ‘뜬다’는 노래를 귀신 같이 고르는 능력도 가지게 됐다. 케이윌이 방송에서 ‘가슴이 뛴다’ 첫 방송을 보고 ‘저 노래 음원 차트 상위권이다’라고 찍어낸 전력도 있다.
이혜연 팀장은 여성으로의 강점을 “남성복도 여자가 고르면 더 멋있고 이뻐 보이는 것과 같은 점”을 든다. 또한, 커피 방문객 대부분이 여성 고객으로 비슷한 취향을 찾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 월 평균 1억이 내 손으로… 신 디지털 복부인?
“처음엔 듣기 거북했지만 이젠 그 만큼 내 능력이 커지는 것 같아 즐겁다”며,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만큼 내 실력을 인정하는 광고주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유과장이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전공과 전혀 다른 마케팅 분야였다. 고향인 전북 익산은 대학 전공인 ‘의학 기기’ 시장이 협소했다. 일자리도 그 만큼 작아 고민하다 전공을 특화시키자고 생각해 ‘의학 마케팅’을 틈새 진로로 잡았다.
첫 직장은 마케팅 컨설팅 대행사에서 시작했다. 이러던 중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를 보고 온라인 광고 코디네이터로 아예 전업하게 된 것.
유미나 과장이 월 평균 코디하는 온라인 광고 비용은 약 1억 5천만원 정도. 주니어 시절 1천만원 정도의 했던 것이 5년새에 15배가 늘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월 2억 5천만원의 광고비가 유과장의 손을 거쳐 집행 됐다.
처음 사회 생활을 할 때 병원과 의학 기기 중심의 광고주도 이젠 여행사와 교육 관련 업체까지 영역도 다양해졌다.
유 과장은 여성 특유의 ‘챙기는 성격’이 온라인 광고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광고 업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본 뒤 사회 이슈를 체크했다가 블로그 및 SNS 운용에도 조언을 준다.
또한 광고 뿐 아니라 매출 및 사업 영역까지 확인해 광고주들에게 조언을 주기도 한다. 유과장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여성의 강점을 ‘엄마 같은 꼼꼼함이 첫번째’라고.
“집안 살림할 때 엄마들이 가계부를 쓰며 통장 늘리고 집도 사고 그러잖아요. 온라인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주들의 매출과 투입되는 광고비를 엄마 같이 꼼꼼히 챙기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 다른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또 다른 소통을 만드는게 좋아요.
‘책속의 한 줄’은 내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가는 내용을 공유하는 SNS 서비스다. 이 앱을 기획한 사람은 서른도 안된 이서연(28)씨다.
첫 직장에서 3년이 지나자 이서연씨는 ‘직딩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 적성도 그렇지만 ‘요즘 대세’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획 분야에 매력을 느꼈던 것. 하지만 길을 못 찾아 고민하다 대학 선배 추천으로 레디벅에 입사해 2011년부터 즐거운 스트레스 속에 쌓여 있다.
이서연씨는 앱 기획자로서 여성의 장점을 ‘화법’과 ‘공감’을 첫번째로 꼽는다. 애플리케이션은 ‘기획, 개발, 디자인’ 3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각 분야가 전문화 돼 있어 의견 충돌이 많을 수 있기 때문.
이 때마다 같은 동족(?)들에겐 공감의 대화로 풀고, 남자들에겐 웃으며 ‘생글생글 화법’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이서연씨의 숨은 무기.
‘책속의 한 줄’ 출시 전에는 자기가 먼저 죽는 것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기획 회의시 ‘이건 아니다’며 팀장이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 참사를 겪은 적도 있었다.
또, 출시 일주일 전에는 야근, 철야를 거치면서 힘들었지만 독하게 마음 먹고 덤볐다. 이서연씨는 “책속의 한 줄이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등록이 끝나자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서연 씨는 여자들이 ‘통통 튀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앱 기획자로 큰 장점이 된다고 말한다. 본인도 아이디어를 얻을 때는 앉아 있지 않고 ‘통통’ 튄다. 꽉 막혀 있을 때 한강을 걷는다. 그러다 보면 물 위에 기가 막힌 화면 기획서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일 때도 있다.
다음은 화장실. 완벽히 ‘독립적이고 제한된 공간’에서 양치질을 하며 생각을 풀어 놓다 보면 기획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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