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서울 강남 신사동에 자리 잡은 일식당 '아키'에 가면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일본 정통 갓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갓포란 썰고 삶아서 음식을 조리한다는 의미로 일본식 음식의 한 형태를 말한다. 이자카야보다는 격식 있고 가이세키보다는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수준급 요리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쉽다.

요리의 수준도 당연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과 셰프의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갓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이 배가되게 만드는 재치 있는 입담은 물론이거니와 고객의 취향과 식사 속도를 꿰뚫어내는 내공 역시 빼어나다. 때문에 갓포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길 원한다면 주방과 마주할 수 있는 카운터 테이블이 명당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지나친 조리기술은 최대한 자제한 채 심플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로 선보인다. 채소나 수산물 모두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당일 매입 상황에 따라서 메뉴가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 같은 때에는 여름철 별미인 전갱이와 병어, 성게알 등이 주를 이룬다.


강한 불로 달궈진 쫀득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아부리차슈’는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다. 간장과 미림, 청주 등으로 맛을 낸 국물에 푹 삶은 삼겹살을 양념을 덧발라가며 5시간 이상 숯불에 구워낸다.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사요리(학꽁치), 아까가이(피조개), 이까(오징어), 타이(도미) 등 15가지 정도의 횟감을 이용해 내보인다. 선도 높은 해산물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카이센 카키아게’는 오징어·새우와 같은 해물과 옥수수, 풋콩 등 제철 야채를 넣고 튀겨낸 야채튀김이다. 재료들이 각기 제 맛을 유지하면서도 고루 어우러진다. 바삭한 식감을 잘 살려 튀겨낸 덕에 맥주 안주로도 더없이 훌륭하다.


이밖에도 오차즈케나 스시, 마끼, 우동 등 식사로도 괜찮은 서브메뉴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특히 일본의 3대 우동 중 하나로 불리는 ‘이와니야 우동’은 칼국수와 소면의 중간 굵기 면에 산마, 성게알, 튀긴 가지 등을 올리고 차가운 츠유를 부어낸 요리로 뜨거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별미다.

단품 요리가 아쉽다면 셰프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오마카세’를 맛보길 권한다. 전채요리부터 맑은 국, 사시미, 구이, 튀김에 이어 특선요리, 식사, 그리고 디저트까지 연달아 코스요리로 즐길 수 있어 셰프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매일 한정된 인원에 맞춰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위치 학동사거리에서 도산공원사거리 방면, CGV 옆 골목으로 우회전해 260m 가량 직진하다 좌회전해 진입하면 좌측 두번째 골목길 끝
메뉴 오마카세 7만3000원, 사시미 9만5000원(4피스)·5만5000원(2피스), 카이센카키아게 1만6000원, 아부리차슈 1만6000원, 스시12종 3만원, 토로로우니히야시우동 1만6000원
영업시간 18:00~2:00(일요일 휴무)
전화 02-540-8669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