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 당시 영국 런던은 독일군으로부터 숱한 폭격을 받았다. 런던시민들은 폭격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폭격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독일군이 투하하는 폭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패턴을 읽어내면 폭격 안전지대를 찾아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난히 런던 동쪽에 폭격이 집중되니 그쪽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이 끝난 뒤 폭격을 받은 면적을 쪼개 분석해보니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폭격지점이 랜덤(무작위)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연속되는 사건에서 패턴을 찾아내려는 습성이 있다. 사건에서 규칙이라는 그럴 듯한 연쇄고리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현상을 조리 있게 해석하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오죽하면 '패턴을 추종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포르마페텐스(Homo formapetens: 패턴형 인간)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렇지만 패턴에 대한 집착은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에 따라 움직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부동산시장에서 회자되는 '부동산 투자공식'은 과거의 패턴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한다. 대표적인 공식이 '전셋값이 집값의 60%를 넘어서면 전세 살던 세입자들이 집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이런 패턴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입자들의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큰 데다 전셋값 급등으로 추가로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어려운 구조다. 빚을 갚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는 '빚테크'도 통하지 않는다. 빚테크는 집값이 크게 오를 때 남의 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말하자면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만 저성장체제에서는 과도한 빚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 뿐이다.

택지개발지구 분양 불패 신화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체계적으로 개발된 택지지구의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어지간해선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택지지구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영웅담처럼 나돌았다. 하지만 그 믿음을 믿고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은 낭패를 봤다. 웃돈은커녕 분양가에서 몇천만원 낮게 손절매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3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돈을 불릴 수 있다는 말 역시 한동안 '집테크' 공식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다. 또 재개발 투자는 개발 초기인 조합 설립인가 이후에, 실수요자들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 사라는 조언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재개발이 멈춰 있는 요즘에는 개발 초기에 투자했다간 몇년 동안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가 돼버린다. 2~3차례의 성공사례가 어떤 환경에서도 적용되는 일반화된 성공법칙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규칙적인 질서보다는 우연의 연속이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패턴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가용기간은 잠시일 뿐이다. 환경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미래에도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단정 짓고 투자하는 것은 큰 화를 부른다. 패턴과 규칙성에 대한 어설픈 믿음은 사막의 신기루를 쫓는 것과 같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