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규모에 따라 메뉴와 전반적인 콘셉트 등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매장에서는 회전율을 높이기 좋은 분식 아이템을, 대형 매장에서는 주로 테이블 단가를 높이는데 탁월한 아이템을 선택한다.
고깃집도 마찬가지다. ‘육류’라는 맥락은 같지만 그 안의 소소한 콘셉트나 포지셔닝을 각각 다르게 할 수 있다. 이달 ‘성공 고깃집 분석’은 현재 대형 규모의 고깃집에서 벤치마킹하기 좋은 요소들을 골고루 담았다.
1157.02m2(350평)의 특색 없던 갈빗집에서 콘셉트 전환 후 현재는 제대로 된 ‘선육후면’키워드를 구성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시 상동의 <삼도갈비>를 소개한다.
성공비결 01. 규모가 클수록 명확한 콘셉트가 생명이다
<삼도갈비>는 원래 ‘유명궁’이라는 상호의 대형 고깃집이었다. 돼지갈비와 갈비탕, 함흥냉면을 비롯한 다양한 육류와 식사메뉴를 구성, 1157.02㎡(350평)의 대형 규모에 맞게 회식이나 피로연, 돌잔치 등의 단체 행사 고객을 주로 받았다.
규모가 있다 보니 매출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고 부천 시민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콘셉트의 공간이었다. 그러나‘반드시 방문해야 할 만큼’의 메리트나 특색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정진 대표가 매장을 인수한 건 작년이다.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에서 지리산 흑돼지전문점 <가산통통>을 운영, 흑돼지와 숙성김치찌개로 오픈 3개월 만에 월매출 900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더 큰 매장을 운영해보고자 지인으로부터 현재의 매장을 인수받게된 것.
대형 고깃집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스템을 잘 갖추지 못하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도 제법 들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형 매장의 강점을 먼저 봤다.
2층에 설치된 오픈형 육가공실과 넉넉한 저장 창고는 대형 매장이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육류 작업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동치미나 장아찌, 김장김치 등을 숙성시킬 수 있는 냉장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상당한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2층에 마련돼 있는 육류 작업 공간은 방문 고객에게 ‘좋은 고기를 사용한다’는 신뢰를 제공한다. 넓은 창고에는 동치미와 배추김치, 백김치, 장아찌 등을 저장해 놨다. 저장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김치도 더 맛있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집은 규모에 비해 메뉴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메인인 한우생갈비와 한우마늘양념갈비(각 200g 2만8000원)를 비롯해 한우생등심(150g 2만5000원), 삼도 스페셜(150g 3만9000원) 등 육류 생구이 메뉴는 다섯 가지. 식사 역시 5~6가지로 단출하게 구성하고 있다.
대형 음식점일수록 많은 인원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메뉴 가짓수를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대표의 생각은 반대였다. 소규모 매장처럼 팔고 싶은 메뉴만 단출하게 구성해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성공비결02. 합리적인 가격의 한우갈비+평양냉면 ‘선육후면’ 조화
<삼도갈비>의 메인메뉴는 한우갈비다. 보통 소고기전문식당은 생등심이나 안창살, 살치살 등과 같은 특수부위를 주 메뉴로 둔다.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부위기도 하면서 등심의 경우 다른 부위에 비해 비교적 양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우고기 중 진짜 맛있는 부위는 갈비”라고 설명한다. 갈비는 마블링이 촘촘한 기타 특수부위보다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인 부위다.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한 육질과 고소하게 배어나는 육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집은 거세우 대신 한우 암소갈비를 낸다. 보통 1등급과 1++등급을 골고루 사용한다.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한 거세우에 비해 암소는 고소한 풍미가 뛰어나다. ‘고기는 씹는 맛’이라는 말도 어쩌면 한우암소갈비를 사랑하는 고기 마니아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갈비는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했다. 아무런 양념 없이 순수 한우고기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한우생갈비와, 달착지근한 간장 양념에 즉석에서 버무려 내는 한우마늘양념갈비다. 주문 시 미리 작업해놓은 생갈비에 간장과 참기름, 양파, 마늘, 설탕 등을 넣고 만든 양념을 발라 바로 상에 낸다.
하루 이상 양념에 재놓지 않아 간이 심심하게 배어 있다는 것이 특징. 과하게 달거나 짜지 않다. ‘양념 맛으로 먹는 고기’가 아니다. 갈비의 고소한 풍미와 결대로 갈라지며 씹히는 쫄깃한 육질이 양념과 심심하게 잘 어울린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중요한 성공 포인트 첫 번째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물론 서울 강남 상권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정할 수 있는 가격 적정선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질 좋은 한우갈비를 2만원 대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고객 만족도를 끌어낼 만한 좋은 요소다.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평양냉면이다. 이 대표는 매장 오픈 전부터 꽤 오랜 시간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냉면명장부터 메밀가루 생산업자, 여러 명의 주방장과 냉면 전문가들을 만나며 맛있는 냉면을 만드는 노하우를 들었다.
육수는 갈비뼈와 고기를 3시간 이상 삶아 우려낸다. 갈비나 생등심을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부위의 고기를 육수 내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로스 없이 모든 식재료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가격은 9000원이다.
기존 서울 경기 지역의 냉면 명가들보다 가격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했다. 1만원이 훌쩍 넘는 기존 평양냉면 가격에 비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그러나 맛이나 재료 퀄리티, 양에 있어서는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였다.
우선 양이 상당히 푸짐하다. 건장한 성인 남자가 먹기에도 양이 많은 편이다. 메밀 원가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기본 이상으로 푸짐하게 담아내도 충분히 남는다. 오히려 후한 인심까지 어필할 수 있어 면 요리의 경우 무조건 넉넉하게 제공하는 편이 낫다.
메밀 함유량은 60% 이상으로 맞췄다. 메밀 특유의 향과 식감을 살리면서 어느 정도 대중 입맛도 고려한 것이다. 육향을 잘 살린 육수에 메밀 면과 백김치, 삶은 등심을 슬라이스 해서 올려낸다.
<삼도갈비>는 한우마늘갈비를 먹고 난 후 시원한 평양냉면으로 마무리하는 ‘선육후면’ 콘셉트를 부각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잘 만든 냉면은 여름철 매출을 절대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소인 데다, 단순히 공깃밥과 된장찌개를 판매할 때보다 테이블 단가를 3~4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현재 한우갈비 손님의 절반 이상이 냉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맛보기 냉면은 5000원으로 책정해 가격 부담을 낮췄다.
성공비결03. 불고기정식과 갈비된장찌개로 점심매출 밸런스 맞추기
저녁엔 단체 예약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선육후면’의 전략적인 메뉴 구성만 잘 어필하면 된다. 더구나 ‘유명궁’때부터 형성돼 있는 단골이 있기 때문에 관리에만 좀 더 신경 써서 해준다면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것이다.
관건은 점심매출이다. 점심시간에 1157.02㎡(350평) 매장을 적어도 한 번은 채워야 한다. 식사 공간이 넉넉하기 때문에 직장인뿐 아니라 주부 고객을 불러 모으기에도 충분하다.
갈비된장찌개나 한우국밥, 한우곰탕(각각 7000원), 평양냉면 등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식사메뉴 외에도 얼마 전에는 불고기정식(200g 1만원)을 구성했다. 슬라이스 한 한우 등심 부위(주로 2~3등급을 사용한다)를 간장 베이스 양념에 하루 이상 숙성시켜 전골처럼 끓여먹는 방식이다.
평일 오후 3시까지는 한우등심불고기 200g에 푸짐한 나물비빔밥을 1만원에 제공한다. 고기양도 푸짐하지만 일반 공깃밥 대신 건강식 나물 반찬을 정갈하게 올린 비빔밥을 제공해 만족도가 훨씬 높다.
가족 외식이나 점심시간 주부 고객 모으기에 탁월한 콘셉트다.
평범한 메뉴를 비범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고깃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된장찌개를 이 집은 ‘갈비된장찌개’로 특화시켰다. 재래식 된장과 청국장, 일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된장 세 가지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끓이기 때문에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
여기에 큼직한 갈빗대와 갈비 자투리 부위, 감자, 호박, 두부를 푸짐하게 넣는다. 고기 맛이 육수에 잘 우러나 구수하다. 집 된장의 쿰쿰한 맛과 시원한 맛을 적절히 섞어 연령 상관없이 선호하는 편이다.
성공비결04. 중요한 건 업주의 추진력
콘셉트를 전환한 지 3개월 여 밖에 지나지 않은 것에 비해선 그래도 제법 자리를 잡은 편이다. 평일 300~400명, 주말엔 700명 이상 방문해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을 먹고 간다. 매출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 고민거리도 많다. 냉면마니아들은 입소문을 듣고 이곳까지 방문해 냉면을 맛있게 먹고 가지만, 아직 부천시민에게 평양냉면은 생소한 음식이다. 평양냉면을 처음 접해본 이들 대부분은 ‘싱겁고 밋밋하다’, ‘맛이 없다’고 평가한다. 자극적인 함흥식 냉면 맛에 익숙한 지역 주민의 입맛 특성상 단시간 내 평양냉면으로 어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처음 기획한 콘셉트대로 꾸준히 밀고 나갈 계획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게 돼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버전의 <삼도갈비> 직영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1157.02㎡(350평)의 중앙 무대를 기반으로 좀 더 대중화된 콘셉트의 매장을 생각하고 있다.
음식점을 오픈,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업주의 추진력이다. 얼핏 손님은 까다롭게 구는 존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업주가 무엇을 얼마만큼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의 조합을 충분히 어필하기 위해 평양냉면 관련 스토리텔링 문구를 담은 테이블 세팅지나 메뉴판, P.O.P.를 구성했다. 고객 머릿속에 인지되기까지 좋은 상품을 꾸준히 어필하는 것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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