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를 보면 앞머리는 덥수룩하게 자라 무성한 반면, 뒷머리는 머리카락 하나없는 대머리다. 

조금은 기형적인 모습이기도 한데, 기회는 그런 모습이다. 다가오는 앞모습을 보면,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으로 인해 누구(기회)인지 분간하기 힘들고, 지나고 나서는 뒷머리가 없는 까닭에 잡을 수 없다. 

다가 카이로스의 등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양 발목에도 날개가 달려 있다. 기회는 그만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앞머리가 무성한 까닭에 기회임을 눈치챈 사람이라면 손쉽게 움켜잡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를 잘 하라고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평소에 하는 준비의 요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학습과 교육일 것이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갈고 닦는데 있어 배움만 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최근처럼 수명이 크게 늘어나 언제 기회가 또 다시 찾아 올 지 모르는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교육이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소위 ‘평생교육’이란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조각상(사진제공=우리투자증권)
과거의 중장년이라고 하면 먹고 살기 바빴던, 어쩌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래서 교육의 필요성이 적었고, 이 시기를 지나면 그저 남은 여생을 보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100세시대가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의 중장년 시절은 유년시절에 청장년기를 준비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처럼, 인생후반을 준비하기 위한 또 다른 교육의 시기다. 앉아서 여생을 그저 흘려 보내기에는 인생후반이 너무 길어졌다.
▶인생주기에 맞춰 직선형에서 순환형으로 바뀌는 교육주기

그래서 요즘은 길어진 인생주기에 맞춰 교육의 주기도 순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교육은 청소년기 시절에 하면 그걸로 족했다. 이 시기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평생을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직선형의 매우 단순한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를 전후로 소위 제 2의 인생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이 시기를 전후로 다시 학습과 배움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린 시절 했던 것처럼 배움과 학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다시 교육을 받게 되는 순환형의 교육주기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른이 된 이후 받게 되는 교육이나 학습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 어린 시절의 교육이 타의, 주로 부모에 의한 비자발적인 것이었다면, 어른이 된 이후 받는 교육은 매우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시기의 교육이 자아의 계발이나 자아실현에 있어서는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의지와 필요성이 담기는 학습을 하게 되므로 당연히 새로운 정체성 확립과 자아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평생교육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 위에 새로 무언가를 채워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은 당연한 것이지만, 요즘은 하얀 종이가 다양한 것들로 이미 충분히 채워져 각기 다른 색깔을 내고 있는 중장년에게도 교육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와 높아진 필요성에 따라 실제로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각종 교육시설이나 기관, 소위 평생교육기관과 프로그램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정규 교육기관을 제외한 평생교육기관의 학생이나 학습자수가 매년 50~80만 명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인터넷 등을 활용한 원격형태의 교육까지 합칠 경우 평생교육 학습자수는 이미 지난 2010 년을 기준으로 2,7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총인구가 대략 5,000만 명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평생교육과 관련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몸소 실천해야 할 60세 이상 혹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평생교육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부족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평균 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초반까지는 그나마 7%를 넘기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으로는 매우 작은 수치다. 

그나마 현재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참여하고자 하는 희망률은 전 연령대에서 현재 참여율보다 높아 평생교육 참여율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교육과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 평생교육에 대한 공감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중장년 이후 교육이 갖는 남다른 의미 다섯 가지 

중장년 이후의 교육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들이 교육을 통해 얻는 것들은 여러 측면에서 다른 연령대와 다른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다.

제공=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첫째, 새로운 자아의 발견과 정체성의 재정립이다. 

장수가 보편화, 일반화되면서 인생 후반의 노후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왕 새로 사는 삶이라면 이전에는 이런저런 사정들로 포기하거나 억눌러왔던,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생각들이 많아졌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해서 은퇴와 동시에 무턱대고 시작하거나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교육과 경험을 통해서 진정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바로 인생후반에 증가하는 새로운 자아의 발견과 정체성 재정립의 욕구가 교육을 통해서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둘째, 교육은 두 번째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번째 직업을 가능케 한다. 

사실 은퇴하기 전까지 재무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은퇴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도 많은 은퇴자들이 경제적으로 힘겨워하고,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보다 나은 직장으로의 재취업을 가능케 하는 것 바로 교육이다. 실제로 중장년 이후에도 다닐 수 있는 직업학교가 많고, 재취업을 위한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셋째, 시간활용이다. 

요즘 일부에서는 은퇴 후 몇 만시간, 혹은 몇 십 만시간 하며 은퇴 이후의 시간활용에 대한 필요성과 불안감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또 실제로 많은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 갑자기 늘어난 자신만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루해하는 등 힘겨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대안이 바로 교육과 학습이다. 배움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간활용도 가능하다. 

현재 평생교육에 참가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일주일에 2~3회 교육에 참가하고 있으며, 주 4회 이상 참가하고 있는 고령자도 15% 가량 된다. 교육 등을 통해 한 주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고령자들에게 있어 커다란 기쁨이다. 

넷째, 사회관계 형성이다. 

은퇴 이후 고령자들이 힘겨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에서의 고립과 이에 따른 소외감이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바로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게 되고, 나이들면서 이런저런 모임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돼, 많은 고령자들이 소외감과 고독을 호소하고 심할 경우 정신병적인 증세까지 보이기도 한다. 

교육은 이런 사회고립과 여기서 파생되는 정신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교육에 참가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주변사람과 엮이기 마련이다.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주위사람과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또 나이까지 비슷해 꽤나 깊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교육을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맞는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한 것이 바로 교육을 통한 관계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생친구로 여기는 많은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배우고 학교를 다녔던 학교친구들이다. 

직장에서도, 동네에서도, 그리고 이런저런 모임에서도 친구를 얻기도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혹은 이사를 가면서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섯째, 지적 만족감 상승이다.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과 만족감을 준다. 행복이란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인데, 교육은 바로 그 기쁨과 만족감을 고양시켜준다.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어제보다 좀 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하고 행복할 수 있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아무래도 젊었을 때보다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활의 소재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교육은 그런 와중에 중요한 기쁨과 즐거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100세에 가까운 임 할아버지(97세, ‘100세인 이야기’ 中)가 낮에는 힘든 밭일을 하고 밤에는 한문을 익히는 등 꼭 공부를 하는 것은 무언가를 따로 얻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공부하고 학습하는 것이 즐겁고 기쁘기 때문에 할 뿐이다.

교육을 통한 학습과 배움은 중장년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 준다. 평생교육이란 말이 표현하듯 젊은이들도 교육이 필요하지만, 특히 중장년들에게 있어 교육은 다양한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은퇴 이후의 삶 속에 반드시 고려되고, 생활설계에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