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30m 이상이었으며, 맨 밑단은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4각 모양의 성채, 중간층부터는 8각형, 맨 위에는 8개의 돌기둥이 탑꼭대기를 둘러싸고 있다. 꼭대기에는 태양신의 조각상이 얹혀졌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기원전 3세기 고대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파로스 등대’를 묘사한 글이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유적만 남아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면서 안정감을 주는 고대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등대의 맨 꼭대기에 있던 조각상이 바닷속에서 발견되면서 그 존재가 확실해졌다.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파로스 등대처럼 우리들의 은퇴통로도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파로스 등대가 안정감을 주는 것과 달리 좁아지는 은퇴통로는 우리들에게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시장의 악화와 그 돈을 증식시켜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금융시장의 낮아진 수익성이 은퇴준비를 힘겹게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 : 돈 벌기 힘들어지고 있어
노동시장은 일반 가구의 최대 소득원 중 하나다. 노동시장을 통해 번 돈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가구가 절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근로소득 금액이 증가해야 가계재정이 탄탄해지고 미래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금액이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비교적 꾸준히 오르던 근로소득이 2007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6년 동안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있는 것이다. 


매년 물가는 오르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근로소득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가계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근로여건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근로소득이라도 안정적이라면 그나마 걱정이 덜할 텐데 직장의 근속기간이 짧아지고,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최악의 경우 근로소득이 단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으며, 근로자가 느끼는 고용의 불안정성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고용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근로자가 64%(매우 불안+약간 불안)나 됐다.

▶자산시장 : 그나마 돈을 벌어도 굴릴 곳이 없어..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그나마 번 돈을 굴리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적은 돈이라도 자산시장을 이용해 증식이 가능하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최근의 자산시장 환경이 노동시장 못지 않게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먼저, 우리나라 가구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신화’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장기간 상승 추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에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하락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어서, 2007년 이후 6년여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국내 가계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의 자산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부동산 가격의 하락 자체도 문제지만, 가격하락이 규모별, 지역별로 편차가 나고 있는 점은 고령자에게 있어 특히나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고령자들이 기존보다 작은 평수로 혹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하길 원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들 유형의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살았던 큰 평수의 주택을 팔고 부담이 적은 작은 평형의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평형이 작을수록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전보다 큰 평수를 팔고 작은 평수의 주택을 구입하는데 부담이 커졌다. 

수도권과 지방에 위치한 주택간의 엇갈린 가격흐름도 부담이다. 최근 5~6년간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하락내지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북적대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하고 싶어도 이전보다 가격부담이 커져 이사결정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예금, 주식 등 금융시장도 좁아지고 있어…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예금의 경우에도 운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10%내외였던 예금금리가 이후부터는 꾸준히 낮아져 현재는 2% 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금리자체가 낮아져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자가 시중의 물가상승률도 따라가기 버겁다는 점에 있다. 

즉, 최근 몇 년간 물가상승률이 예금금리에 버금가거나 혹은 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실질소득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3.4%로 현재의 예금금리보다도 높다. 예금에만 돈을 넣었다가는 앉아서 돈을 까먹는 셈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가상승을 헤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자산을 대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주식시장 환경을 살펴보면 위험성은 이전보다 높아진 반면,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져 이에 대한 투자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스피의 최근 5년(2008~2012)과 이전 5년(2003~2007)의 성과와 위험을 살펴보면, 성과는 낮아진 반면, 위험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즉, 연평균 상승률의 경우 이전 5년간은 26%를 상회한 반면, 최근 5년간은 겨우 5%에 그쳤고, 위험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표준편차는 이전보다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기상황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그에 따라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만성화되면서 주식투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이 그나마 괜찮기는 한데…

최근 그나마 성과가 괜찮은 시장이 채권시장이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 채권과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고, 심지어 최근에는 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에 속하는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말 IMF외환위기 이후 채권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채권 수익률 하락은 채권가격의 상승을 의미). 그러나 문제는 국고3년물 채권의 수익률이 최근 2%대에 진입하는 등 채권 수익률 자체가 역대 최저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경기상황이 빠르게 호전될 가능성이 작아 채권 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익률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여지 역시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즉, 채권의 가격부담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뜻이다.

▶돈대신 시간의 투자량을 늘려라

돈을 버는 것도 쉽지 않고, 돈을 굴리는 것도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대략 2007년을 기점으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은퇴를 준비하는 것 역시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100세시대가 도래하면서 분명히 은퇴준비는 필요한 만큼,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도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 은퇴준비다. 은퇴 이후 30~40년을 아무런 준비없이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돈을 투자할 만한 여력도 환경도 이전보다 악화된 상황이라면 그 대안으로 시간의 투자량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좀 더 빨리 그래서 좀 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금액이라도 오랜 시간 투자를 지속해서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