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정회성 기자

요즘 주식시장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하던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 2050선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1일 1998.87로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10월22일 2056.12까지 치솟았다.

증시 상승을 이끈 건 40영업일 넘게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이다. 지난 8월23일 이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수 규모는 13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코스피지수가 연내 2200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외국인의 매수세가 앞으로 더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다.


하지만 최근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10월2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54.3원까지 떨어지며 연내 최저점인 1054.5원이 붕괴됐다.   

기본적으로 주가와 통화가치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의 원화강세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거에도 한국 외환시장에 달러가 충분히 공급되고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때 원화강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060원 밑으로 내려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은 원화강세 시 대체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다가, 원/달러 환율이 1060원 이하로 내려갈 경우 순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역시 원/달러 환율이 1070원까지 떨어지자 외국인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1070원보다 낮은 1050원선까지 내려간 현재 외국인의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변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민상일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환율 레벨에서 추가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현재보다 현저히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정점으로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달러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던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시점이 크게 미뤄진 만큼 현재 상황에서 환율이 더 강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화강세에 웃는 산업도 있다. 조선과 유통이 대표적이다. 특히 유통업체의 주가는 환율과 역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인다. 지난 6월25일 이후 환율이 8.6% 하락하는 동안 유통지수는 17.5%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15.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조선업 역시 원화강세기간에 선박가격 상승, 수주 증가, 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난다. 상선은 해양과 달리 국산화비율이 80% 이상이어서 원화가 기준이 된다. 이에 조선업체들은 원화 선가를 산정한 후 환율을 곱한 외화 선가를 두고 선주들과 협상한다. 따라서 원화강세가 나타나면 선박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임계점으로 더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통업과 조선업의 주가 역시 하락 반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성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강세 수혜업종들은 환율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 환율이 연내 최저점 수준 가까이 하락하고 있는데,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유통업종의 주가 역시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