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가지 긍정적인 점은 SK이노베이션이 전체 매출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정유부문의 비중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유부문을 대신할 사업으로 자원개발을 선택해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자원개발로 인한 영업이익이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 수준까지 도달했다.
◆정유부문 부진, 어닝쇼크로 이어져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5조8582억원, 511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1%, 18.1%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56.7% 감소한 3826억원을 기록한 것.
실적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도 하락했다. 실적발표가 있었던 지난 10월25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보다 1.62%(2500원) 빠진 1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영업일인 28일에도 500원이 떨어졌다.
어닝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유부문의 부진에 있었다. 세계 경기회복 지연으로 제품 수요가 준 데다 정제마진까지 하락하면서 정유부문을 이끌고 있는 자회사 SK에너지의 영업이익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도 SK에너지의 수익성 감소에 한몫했다. 실제로 국내 기름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시장의 복합정제마진은 2분기 배럴당 2.3달러에서 3분기 1.6달러로, 환율은 2분기 평균 1121.9원에서 3분기 평균 1110.6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SK에너지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97%나 감소했다. 직전분기 대비로는 66% 줄어든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서 SK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75~78%로 높다보니 자연스레 SK이노베이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화학부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8.0% 증가한 3조3231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186억원으로 24.4% 감소했다.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레핀, 아로마틱 제품의 마진은 줄었지만 공장설비 정기보수 종료 후 재가동에 따른 판매량 증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윤활유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404억원, 627억원으로 집계되며 견조한 수준을 보였다. 이 중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5.8% 감소했지만 직전분기 대비로는 120.4% 증가했다. 주요 제품인 윤활유 수요와 아시아·미국시장 수요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마진이 개선된 덕분이다.
석유개발사업 부문은 3분기 매출 2317억원, 영업이익 1280억원을 올렸다. 북미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비중 증가로 판매단가는 하락했지만 하루 평균 생산량이 7만2000배럴을 기록해 비교적 탄탄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양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4분기 자린고비식 실적개선 전망
이제 시장의 관심은 4분기 실적으로 넘어갔다. 3분기 실적이 기대했던 것보다 나빴던 만큼 회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정유부문의 실적 회복에 있어서는 엇갈렸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10.4% 증가한 42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와는 반대로 정유부문(SK에너지)의 실적 개선이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는 고도화설비 정기보수에 따라 정유부문 가동률이 67%에 그쳤으나 4분기에는 80% 전후를 회복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SK에너지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133억원보다 대폭 개선된 895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9% 개선된 41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2 RFCC(중질유분해시설) 개선이 마무리되면서 전체적인 출하량 증가가 실적개선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응주 애널리스트와는 달리 정유부문의 부진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유가 점진적 약세 추세에 있고, 정제마진 역시 난방유 성수기인 12월까지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여 정유부문 실적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욱 애널리스트도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휘발유 가격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등경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의 소폭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7.3% 증가한 41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2014년 설비확장·자원개발 덕본다
본격적인 실적개선은 신규투자 설비들이 차례로 상업가동에 들어가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백영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설비확장 및 개선 프로젝트로 인천정유(현재 SK인천석유화학) 업그레이드, 울산 PX 확장, 윤활기유 증설이 있다"며 "특히 인천정유 업그레이드는 기업 가치를 구조적으로 증대시키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애널리스트 역시 내년 이후 대규모 증설효과 반영으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실적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정유와 석유화학부문에 치우쳐 있는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도 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 실적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7월 자회사인 SK에너지에서 인천콤플렉스와 트레이딩사업 부문을 분사해 각각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공식 출범했다. 분사를 통해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자원개발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석유개발사업의 매출은 26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는 전체 매출인 17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전체 62.2%를 차지할 정도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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