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 도시형생활주택에 월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30·여)는 요즘 걱정이 많다. 다세대가 쓰는 출입문이 고장 난 채로 한달 가까이 방치돼 외부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은 밤 집으로 향할 때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 얼마 전부터는 계단 위 형광등마저 깜빡거려 분위기가 음산하다. 집주인에게 조심스레 상황을 설명해 봤지만 “나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르니, 전 세입자에게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도시형생활주택 특성상 세대별로 주인이 모두 달라 의견수렴이 쉽지 않다보니 기본적인 관리조차 안 되고 있는 것. 박씨는 꼬박꼬박 매달 5만원씩 관리비를 내고 있다.

월세시대에 돌입하면서 고정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택임대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주택임대관리 부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주택임대관리 전문회사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정부도 최근 집주인을 대신해 임차인을 구하고 임대주택시설을 관리하는 ‘주택임대관리업’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전월세시장의 안정과 민간임대주택 공급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택임대관리업.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수개월째 투자자들의 관망세만 이어지면서 활성화가 묘연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국회 통과는 했지만…

4·1부동산대책에 포함된 주택임대관리업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6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시설물관리와 임차료 징수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 관리 부담을 감소시키고 민간의 임대주택시장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판단이다.

주택법 개정안에서는 주택임대관리업의 임대관리 방식을 크게 ‘자기관리형’과 ‘위탁관리형’으로 구분한다.

먼저 자기관리형은 주택의 공실, 임차료 미납 위험 등을 주택임대관리업자가 부담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임대인은 주택임대관리업자에게 장기간에 걸쳐 매월 일정 고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기관리형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재산권이나 주거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자의 보증상품 가입을 의무화했다.

위탁관리형은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임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집주인이 책임을 지는 형태로 매월 실제 임대료의 일정 비율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임대가 잘 되지 않더라도 주택임대관리회사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수익률이 문제다.

한편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300가구, 위탁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은 1000가구 이상 주택을 관리하는 경우 주택임대관리업자로 의무 등록해야 한다. 등록 요건은 자기관리형의 경우 자본금 5억원에 전문인력 3명, 위탁관리형은 자본금 2억원에 전문인력 2명을 확보하도록 했다. 여기서 전문인력은 변호사·법무사·회계사·세무사·주택관리사·공인중개사 등이다.

◆투자 유인할 동력이…

주택임대관리업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히든카드다. 이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어느새 5개월이 훌쩍 지났다.

주택임대관리업 도입 소식에 다수의 건설사들은 주택임대관리시장 진출을 차례로 선언하며 의욕을 불태웠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재 건설사를 비롯해 관심을 보였던 민간 투자자 대부분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제도적으로 보안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투자 여부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우선 주택임대사업자의 등록기준이 문제로 꼽힌다.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도입이라는 전제에 맞도록 기준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보유해야 하는 전문인력을 기존 해당 법률에 근거한 기술자가 아닌 변호사·법무사·회계사·세무사·주택관리사·공인중개사 등으로 한정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임대관리 전문기업 ㈜라이프테크의 박승국 대표는 “기본적으로 변호사나 회계사 등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주택임대관리회사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임대관리회사 중 열에 아홉은 전문인력을 인건비가 가장 낮은 공인중개사로만 대체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그는 “주택임대관리회사에서는 부동산중개 업무를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공인중개사를 주택임대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으로 분류하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제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의 경우 임대인의 소득세 신고 누락으로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제대로 신고를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위탁관리형의 경우 임대인에게 받는 수수료와 세입자에게 받는 관리비에 대한 비과세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인이나 세입자 모두 비과세인데 주택임대관리회사만 과세 대상이 된다면 부가세 처리가 힘들고 소득세까지 이중으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택임대관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임대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대방식이 지금처럼 전세와 월세 체제로 고정된다면 주택임대관리업자가 단순히 임대인의 업무를 대신 해주고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임대방식의 다양화가 전제돼야만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수익을 높일 수 있고 민간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임대방식의 다양화를 위한 방법으로는 임차인이 월세를 보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임차인이 월세를 보증하게 되면 지금처럼 높은 전·월세 보증금이 필요 없고, 주택임대관리회사는 월세징수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