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를 희곡으로 만들어 연극 공연을 시킨다면 학생들에게 역사, 문학, 연극, 미술, 음악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통섭 교육은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사람의 입맛도 세상사와 마찬가지다. 우리의 미각은 늘 다양한 맛을 욕망한다. 하지만 일반 식당의 메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번에 한 가지 음식만 제공한다. 식당이나 고객이나 이런 체계에 익숙해졌다. 가평 '설악한우마을'은 이런 타성을 깼다.
이른바 컨버전스(Convergence) 개념으로 불고기에 피자를 곁들였다. 어떤 맛일까?
◇ 외식업계의 에디슨?
'설악한우마을'의 제갈한덕 대표는 남다르다. 인성이나 의식 수준이 일반 외식업 경영자들보다는 한 수 위고 차원이 다르다. 이는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거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그의 개인 이력과는 무관하다.
◇ 외식업계의 에디슨?
'설악한우마을'의 제갈한덕 대표는 남다르다. 인성이나 의식 수준이 일반 외식업 경영자들보다는 한 수 위고 차원이 다르다. 이는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거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그의 개인 이력과는 무관하다.
턱없이 욕심을 부리거나 자만하지 않으면서 남의 얘기에 귀를 잘 기울인다.
그런가 하면 점포의 경영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탐구정신이 뛰어나다.
이 점은 아마도 평화로운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과학도로 단련 받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제갈 대표가 ‘숯불불고기피자’를 개발한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숯불불고기피자는 숯불로 익힌 불고기와 피자를 함께 먹는 메뉴다. 왜 하필 불고기와 피자일까?
▲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제갈 대표의 머리는 늘 새로운 메뉴, 창의적인 경영기법을 탐색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를 지나간다. 그 중 괜찮다싶은 것은 직접 시도해본다. 이 메뉴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 한식 메뉴인 불고기와 대표적 서양 음식인 피자의 만남, 높은 연령층이 좋아하는 불고기와 낮은 연령층이 좋아하는 피자의 조합. 육류 음식인 불고기와 곡류와 유제품 음식인 피자의 결합이다. 이질적인 요소를 가진 두 음식을 한 상에서 먹어보는 것,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체험이고 업주로서는 차별화 전략일 수 있다.
◇ 숯불직화 불고기에 치즈·꿀 향기 담뿍 든 피자
숯불불고기피자를 주문하면 질 좋은 참숯에 불고기가 먼저 나온다. 청동 불판을 화로 위에 놓고 가장자리에 양파, 대파, 당근채, 넓적 당면을 익힌다. 어느 정도 채소들이 익으면 얇게 썰어 즉석 양념한 한우 목심을 불판 가운데 얹는다. 미리 양념을 재놓지 않아 고기 색깔이 선명하다.
◇ 숯불직화 불고기에 치즈·꿀 향기 담뿍 든 피자
숯불불고기피자를 주문하면 질 좋은 참숯에 불고기가 먼저 나온다. 청동 불판을 화로 위에 놓고 가장자리에 양파, 대파, 당근채, 넓적 당면을 익힌다. 어느 정도 채소들이 익으면 얇게 썰어 즉석 양념한 한우 목심을 불판 가운데 얹는다. 미리 양념을 재놓지 않아 고기 색깔이 선명하다.
차츰 간장과 마늘과 소고기가 참숯에 익어가는 냄새가 풍긴다. 직화구이만 의 장점인 불맛이 살아있다. 황동 불판 가장자리에 고인 고기 국물에 채소와 함께 적셔먹는 맛이 일품이다. 숯불불고기를 반 정도 먹어갈 즈음 드디어 피자가 나온다.
토르티야처럼 얇은 씬 피자에 고르곤졸라와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 후 벌꿀을 뿌려 구운 피자다. 얇게 부서지는 도우의 바삭함, 치즈의 감기는 풍미도 좋지만 은은하게 코를 간질이는 벌꿀 향이 압권이다. 피자를 먹으면서 벌꿀 향기에 취해보긴 처음이다.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피자 한 쪽을 떼어내 불고기를 싸서 먹는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제3의 맛이 난다. 간장 베이스인 불고기의 맛과 치즈 향의 피자가 입 안에서 벌이는 미각의 대결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 맛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 불고기와 피자의 맛을 따로따로 즐기려는 사람들이다. 불고기를 맛있게 먹고 나서 후식 개념으로 피자의 풍미를 느긋하게 즐기는 고객도 많다.
함께 차린 찬류와 먹어도 맛있다. 특히 브로콜리 장아찌가 느끼한 고기와 피자 맛을 중화시켜준다. 이 브로콜리는 충북 단양의 제갈 대표 외숙이 농사지어 보낸 것이다. 아삭한 숙주나물과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담백한 묵사발도 느끼한 불고기나 피자 맛과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원하는 고객에겐 한 공기 분량의 밥을 넣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준다.
불고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피자를 곁들여 먹는 컨버전스 방식에 여성과 어린이 고객이 매우 신기해 하면서 고무적인 반응을 보인다. 가족단위 손님에겐 즐겁고 색다른 외식 경험이 될 것이다.
숯불불고기피자는 가격이 저렴하다. 150g (1인분)에 1만5000원인데 이 가격에 맛있는 피자까지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피자는 2인당 한 판씩 제공한다. 사실 불고기 양이 푸짐한 편이고 피자도 적지 않아 이 정도 먹으면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나 더 먹기를 원한다면 추가가 가능하다. 숯불불고기(150g)는 1만원, 피자는 8000원씩으로 저렴하다. 숯불불고기피자는 오후 4시까지만 한정 판매한다.
◇ 컨버전스 음식은 왜 만들었지?
저렴한 가격은 손님 입장에선 즐겁지만 업주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제갈 대표가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숯불불고기피자를 내놓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컨버전스 음식은 왜 만들었지?
저렴한 가격은 손님 입장에선 즐겁지만 업주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제갈 대표가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숯불불고기피자를 내놓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평범한 불고기에 싫증을 느낄 고객에게 신선한 바람을 넣고 싶다는 점이다. 어느 집에 가나 비슷한 맛, 비슷한 불고기에 살짝 변화를 줘 먹는 재미를 배가시키려는 생각에서다. 새로운 재미를 유도하는 데 컨버전스 콘셉트를 끌어들인 것이다.
둘째는 외국인 고객 확대를 염두에 뒀다.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불고기다. 그러나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피자를 내세움으로써 불고기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고자 했다. 피자는 외국인들이 불고기로 다가가는 다리인 셈이다.
셋째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불고기의 부활을 위해서다. 눈썰미 빠른 사람은 짐작했겠지만 숯불 직화구이 방식으로 불고기를 만든다. 맛이나 조리에서 가장 한국적인 불고기의 전형을 구축했다.
제갈 대표는 이 맛을 젊은 세대나 어린이까지 끌어들여 명실공히 가장 한국적인 음식으로 부흥시키고자 한다.
넷째는 다소 뜬금없는 얘기 같지만, 저지방 한우 부위 소비 촉진을 통해 국내 축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목심이나 앞다리살 등과 같은 저지방 부위의 소비가 너무 저조하다. 그러다보니 부위별 유통 불균형이 큰 문제다.
그의 부친은 한우를 기르는 축산농이다. 누구보다 한우 농가의 애환을 잘 아는 제갈 대표다. 숯불불고기가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번지면 한우 농가와 축산 산업의 주름살이 다소나마 펴질 것이다. 제갈 대표의 '설악한우마을' 간판엔 오늘도 이렇게 쓰여 있다.
“아버지가 키운 소, 아들이 파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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