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사들의 광고가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가 지난 2일 출시한 '훈민정음카드'는 '국민생활의 힘'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을 잘 살린 광고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영상미로 눈길을 잡는 KB국민카드의 광고는 영화 <광해> PD로 유명한 정지훈 PD와 서양희 감독이 제작했다. 윤창수 KB국민카드 광고마케팅팀장은 "옛날의 마트를 재현한 '민카드'의 광고를 제작할 때에는 세팅만 10시간이 넘을 정도로 영상미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품 출시로 내년 KB국민카드의 일명 '투트랙'(Two-Track) 상품 전략이 본격화됐다. 훈민정음카드는 고객의 소비패턴을 4가지로 나눠 특화한 상품이고, 지난해와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한 '혜담카드' 시리즈는 원카드 상품으로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원카드는 여러 장의 카드서비스를 한장으로 압축한 것이 특징이다.
 
훈민정음카드는 지난 7월 심재오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그만큼 심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상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심 대표는 훈민정음카드의 상품설계 단계부터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모델 선정 시에는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72)를 관계부서에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윤 팀장은 "세종대왕과 한글을 키워드로 모델 선정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조선황족 후손인 이석씨가 어떻겠냐며 제안해 섭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11번째 아들로 가요 '비둘기 집'으로 유명한 가수이기도 하다. 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을 만드는 데 이씨의 얼굴을 많이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씨는 훈민정음카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광고모델 제의가 많았지만 조선의 황손으로서 뜻이 없는 일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해 거절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광고는 한글과 세종대왕을 기리는 만큼 뜻이 깊어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출연배경을 설명했다.
 
훈민정음카드는 상품명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카드를 제작한 배경에는 KB국민카드 본사가 한글학회와 한글을 보급하는 데 앞장선 주시경 선생의 생가 터 등이 위치한 '한글가온길'과 인접한 점도 작용했다.
 
카드디자인 역시 한글카드인 점을 고려해 전통색상인 오방색(황·청·백·적·흑)을 반영했다. 이중 백색을 제외한 황·청·적·흑색이 상징하는 뜻을 4장의 카드마다 지닌 특징과 결합해 디자인했다. '훈카드'는 인간의 지혜를 뜻하는 흑색, '민카드'는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황색, '정카드'는 정열과 창조의 적색, '음카드'는 생명과 성장을 의미하는 청색이다.
 
또한 훈민정음 각자의 음절의 뜻과 부합하는 보조수식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각 카드의 특징을 보다 쉽게 인식하도록 했다. 예컨대 자녀의 교육과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고객은 '알찬 내일'이라는 보조수식을 가진 '훈카드'를 선택하면 된다.

KB국민카드 내부에서는 훈민정음카드를 두고 '25대 25'라는 재미있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는 세종대왕이 즉위 25년만에 한글을 유포한 것처럼 국민카드도 1987년 분사 이후 만 25년만에 훈민정음카드를 운명적으로 출시했다는 의미다. 과연 훈민정음카드가 KB국민카드의 '행운의 여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