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연준의 결정이 나왔지만 이날 뉴욕증시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다우와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테이퍼링을 경기개선의 신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첫걸음을 뗌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 축소는 어떻게 진행될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 5년만 양적완화 축소…규모, 100억弗 그쳐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2008년 11월 1차 양적완화를 실시한지 5년 만이다. 연준은 2008년 11월 이후 두 차례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2년 9월, 매달 400억달러의 모기지담보증권(MBS)를 매입하고 사실상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2015년 중반까지 유지하는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다.
이어 연준은 같은해 12월 3차 양적완화 확대정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단기채를 매각하고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가 2012년 말 종료됨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매달 45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 매입, 400억달러의 MBS와 함께 매달 850억달러의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것이다. 또 실업률이 6.5%이하로 떨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2.5%이상 오를 때까지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무기한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올 들어 미국경제는 회복조짐을 보였고, 증시는 사상 최고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버냉키 의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간다면 2013년 하반기 중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쯤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에 양적완화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지만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를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연준은 2013년 마지막 FOMC회의에서 마침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양적완화 축소방식은 MBS와 국채 매입규모를 내년 1월부터 각각 현재보다 5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즉 현재 400억달러인 MBS 매입규모를 350억달러로, 현재 450억달러인 국채 매입규모를 400억달러로 각각 축소하는 것이다.
연준이 이처럼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은 고용과 성장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2월5일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1년6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한 데 이어 6일 발표된 11월 고용은 시장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취업자수는 20만명을 넘었고, 실업률은 5년만에 최저인 7.0%를 기록한 것이다. 한마디로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실업률이 아직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진전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부문은 최근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추가 양적완화는?…통화정책 '투트랙'으로 진행될 듯
연준이 이날 테이퍼링을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추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2.8~3.1%에서 2.8~3.2%로 상향조정하고 올해 전망치도 2.0∼2.3%에서 2.2∼2.3%로 조정했다.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6.4~6.8%에서 6.3~6.6%로 낮췄다. 다만 내년 인플레이션은 기존보다 낮은 1.4~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버냉키와 연준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한마디로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이날 "앞으로 실업률이 더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근접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더 축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테이퍼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앞으로 양적완화 추가 축소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며, 경제상황에 따라 다시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개선세를 보임에 따라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했으나 통화부양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이번 테이퍼링 결정이 출구전략은 아니며, 경기부양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동시장의 개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이 2014년 말에 연준의 목표치인 6.5%로 내려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미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까지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낮은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전망 하향조정은 연준이 통화부양기조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재닛 옐런 의장 취임 후 연준의 통화정책은 양적완화 규모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제로금리 정책은 유지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사상 최고 랠리 새해에도 이어질까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 지난 18일 다우와 S&P500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와 S&P500의 이날 상승폭은 지난 10월10일 이후 2개월여만에 최대다.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크지 않았고, 연준이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통화 부양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게 증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에버뱅크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크리스 카프니는 "투자자들이 양적완화 축소를 경제가 강해진 것으로 봤다"며 "연준은 이날 시장에 훌륭한 신호를 줬고, 이에 증시는 당초 우려와 달리 정반대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에릭 데이비슨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결정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고무시켰다"며 "이는 시장이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2014년 증시가 경제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는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제는 더 개선되겠지만 주식시장은 올해와 같은 급등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처드 실러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미국경제는 좋아지겠지만 증시는 5~10%가량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증시가 호황을 보였기 때문에 내년 증시상승률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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