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간섭·구조조정 벗다” 불구, 사모펀드에 쏠리는 우려의 시선
 
2년여간 끌어왔던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작업이 완료됐다. "사모펀드는 안 된다"던 일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토종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새주인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11일 제21차 정례회의를 열고 라이프투자의 ING생명보험 주식 820만주(지분율 100%) 인수를 승인했다. 라이프투자는 MBK파트너스3호 PEF, MBK파트너스3호의2 PEF, MBK파트너스2011 PEF, 다산1호 PEF, 다산2호 PEF, 다산3호 PEF 및 다산4호 PEF가 ING생명 주식취득을 목적으로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기자


◆새 CEO 하마평 무성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인수 이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뒤를 잇는 업계 4위를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일단 존 와일리 ING생명 사장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이 결정은 존 와일리 사장의 업적보다는 고령(1949년생)으로 은퇴할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라는 게 MBK파트너스의 설명이다.


따라서 생명보험업계 내에서는 신임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우선 이영호 전 라이나생명 사장과 김종원 전 ING생명 영업총괄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 신성욱 RGA재보험 한국지점 사장, 황우진 푸르덴셜그룹 남미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도 물망에 올랐다.

2010년 11월 라이나생명에서 퇴임한 이영호 전 사장은 외국계인 라이나그룹에서 한국인 최초 지사장(최고책임자)으로 발탁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 전 사장은 당시 치매보험, 무진단보험, 치아보험 등 라이나생명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유명 광고카피도 그의 사장 재임시절에 나온 것이다.

김종원 전 ING생명 영업총괄 사장은 지난 1999년 영업본부 이사를 거쳐 영업총괄담당 부사장, 영업·마케팅 총괄 사장, 영업총괄 사장 등을 지냈다. 2008년에는 네덜란드 ING그룹 본사의 경영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한 바 있다.

현재 MBK 측은 거론되고 있는 사장 후보군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를 거치고 영업력 강화에 주력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수설계사 양성에 주력"

MBK파트너스는 과거 '설계사 사관학교'로 불렸다. 대면채널에서 높은 강점을 보인 ING생명에 우수한 설계사가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2년여간의 '매각' 이슈로 인해 우수 설계사가 많이 이탈한 상황이다.

ING생명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 설계사는 "과거에 비해 설계사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매각과정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영업력 저하로 이어졌고 이에 많은 설계사가 이탈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9월말 기준 7025명이었던 설계사 숫자는 2013년 9월말 현재 6546명까지 줄어들었다.

MBK파트너스는 설계사들의 영업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인센티브) 제도의 개편을 준비 중이다. 설계사들의 영업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현재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ING생명 본사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함께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ING생명은 매각 이슈에도 몇몇 신상품을 내놓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고객의 구미를 끌어당길 수 있는 신상품 개발을 통해 업계에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설계사 조직과 상품은 보험사의 성장에 가장 큰 뼈대"라면서 "MBK파트너스와 ING생명의 재도약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경영간섭 없다"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경영할 수 있을까."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생보업계에서 보내는 우려의 시선이었다. 이 같은 물음에 MBK파트너스는 일단 ING생명 경영에 무리하게 간섭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웨이를 예로 들었다. 코웨이와 유사하게 MBK파트너스쪽 인사를 이사회에 파견해 최대주주로서 최소한의 영향력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 계열이었던 옛 웅진코웨이를 인수해 코웨이로 이를 바꿔달았다. 현재 코웨이의 등기이사 8명 중 4명만이 MBK쪽 인사다.

이에 대해 생보사 관계자는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대주주(MBK파트너스)가 임명한 등기이사의 입김이 더 셀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관리직을 포함한 모든 ING생명 인력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MBK가 금융당국에 한 약속은?
 
'고배당, 먹튀'. 금융위원회가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매각 승인을 앞두고 가장 우려했던 사안이다.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면서 고배당으로 본국에 자금을 유출시키고 재매각을 통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경험이 있어서다.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에 두가지를 약속했다. 먼저 고배당 제한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에 고배당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외국계 보험사는 본국의 최대주주 이익을 위해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2년 내 재매각' 금지도 약속했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당시 업계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ING생명이 재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MBK가 사모펀드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ING생명 노조쪽에서도 재매각 전 인력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