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점심 메뉴로 만둣국을 주력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손만두의 경우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육수 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분식집이나 한식집이 아니고서야 고깃집에서 만둣국을 찾는 손님이 잘 없다. 
서울 신설동 돼지참숯구이전문점 '육전식당'은 수제손만두와 만둣국으로 점심매출을 활성화하고 있다. 제법 오랜 시간 한식당을 운영했던 업주의 경험과 노하우로 완성도 높은 만둣국을 만들어낸다.

◇ 한식당으로 시작, 직장인들의 단골 점심식사 공간
오대성 대표의 어머니는 10여년 간 한식당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칼국수와 감자탕을 메인으로 판매하다가 점차 메뉴를 한두 가지씩 늘려갔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순댓국, 설렁탕, 비빔밥 등 한 끼 식사 메뉴를 골고루 구성했다.
▲ 만두 메뉴로 점심시간에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가격은 주로 4000~5000원대. 저렴한 데다 어머니의 손맛도 탁월한 편이라 점심 장사는 제법 잘 됐다. 직장인들의 ‘점심 아지트’로 통했다.
문제는 식사와 분식메뉴를 동시에 판매하다 보니 콘셉트가 모호하고 ‘전문점’의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또 근처에 경마장이 생기면서 저녁시간 5000원짜리 순댓국 하나에 4~5시간 소주를 마시는 손님이 늘었다.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당연히 매출도 저조했다.
결국 오 대표는 어머니와 오랜 시간 논의 끝에 업종을 고깃집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메인으로는 두툼한 스테이크형 삼겹살과 목살을 판매하고 점심에는 한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 간단한 한식메뉴를 판매하기로 한 것. 

“그나마 점심에 자주 오던 단골손님까지 잃으면 어떡하느냐”는 어머니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장기적으로 오래가는 음식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업종 전환 후 생각했던 것보다 입소문이 빠르게 났다. 오 대표의 ‘선택과 집중’은 적중했다. 탱글탱글하면서 고고한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고기 주문 시 서비스로 제공하는 재래식 된장찌개가 강력한 인기요소였다.

점심메뉴도 단출하게 구성했다. 기존 20여 가지나되는 한식 메뉴를 버리고 한우된장찌개와 생고기김치찌개, 새싹비빔밥(각각 6000원) 등 4~5가지로 대폭 줄였다. 요즘 같은 동절기에는 만둣국에 올인한다. 만둣국 정식(6000원)과 만두뚝배기(7000원)가 점심매출의 효자역할을 한다. 

점심시간 '육전식당'을 찾는 손님의 80% 이상이 만둣국을 주문한다.

◇ 개성식 수제손만둣국 주문율 80% 이상
고깃집으로 업종을 바꾸고 난 후 어머니는 가장 자신 있었던 만두 종목을 버리지 않았다. 특성상 고깃집과 어울리지 않은 메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인 만큼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두는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낸다. 만두 속은 숙주나물과 돼지고기 등심, 두부, 김치, 당근, 홍고추, 마늘, 생강 등을 다져 전날 미리 만들어 놓는다. 물기를 꼭 짜서 하루 정도 냉장 보관한 후 다음 날 오전 준비한 재료를 버무려 만두피와 함께 빚고 주문 시 삶는다. 개성식 손만두다.

오픈 초창기 처음 오는 손님 대부분이 만둣국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부분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주문하거나 아니면 낮부터 삼겹살과 소주를 즐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한식당 운영 당시 찾아오던 점심 손님은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만둣국을 알아봤다. 혹시나 하고 주문해 먹어보고는 “역시 그 맛 그대로”라며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육수는 황태 껍질과 디포리, 북어, 무,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다. 보리새우를 추가로 넣어 시원한 맛을 가미한 후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별다를 것 없는 방식이지만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육수와 만두를 정성으로 직접 만들어내기 때문에 만둣국은 이 집의 충분한 경쟁력이다.

만둣국 정식을 주문하면 5~6가지 기본 찬과 함께 무쇠솥밥을 제공한다. 1인용 크기의 무쇠솥에 즉석에서 밥을 지어 밥이 차지고 맛이 좋다. 자칫 저렴한 분식 메뉴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수제만두와 직접 담근 김치, 또 무쇠솥밥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포인트. 그저 한 끼 때우기보다는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도가 높다.

◇ 주당들이 즐겨 찾는 얼큰한 ‘만두뚝배기’ 인기
만두뚝배기는 육개장 스타일로 얼큰하면서도 맵고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황태와 북어, 멸치, 다시마로 우린 기본 육수에 소고기 양지 육수를 절반 정도 섞어 국물이 묵직하고 걸쭉하다. 만두뚝배기에는 수제만두와 숙주나물, 팽이버섯, 파, 당면을 푸짐하게 넣어 제공한다. 

부드러운 김치 만두와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 맛이 잘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경상도식 얼큰한 육개장 국물 베이스라 해장용으로도 인기다.

‘주당파’들은 술안주로도 즐겨 찾는다. 뒷맛이 칼칼하고 개운해서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입가심이나 식사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포장 판매를 염두에 두고 구성했던 왕만두는 생각 외로 고기 손님들의 주문율이 높은 편. 삶은 상태 그대로 간장에 찍어 먹다가 남은 두세 점의 만두는 불판에 구워먹기도 한다.

점심매출을 위해 집중 공략했던 만둣국이 현재는 고기 손님을 부르는 데 탁월한 미끼 메뉴가 됐다. 오 대표는 “간편한 시스템만 생각했으면 수제만두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성 단골을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메뉴를 구성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