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H캐피탈로부터 자영업자 대출을 받은 40대 김모씨. 지난 1월에 180여만원 대출 원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동산을 압류 당했다. 김씨는 경매가 자신의 가게에서 열렸지만 이 사실 조차 알지 못한 채 한통의 전화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가게 물건을 낙찰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를 한 이는 다름 아닌 낙찰자인 ‘전문 경매꾼(경매브로커)’.
경매꾼은 낙찰을 받자마자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매 최저가인 210만원에 낙찰 받았으니 350만원을 주던지 아니면 당장 낙찰 받은 물건을 가져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당장 저녁부터 영업을 해야 하는 김씨는 가격을 깎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매꾼으로부터 황당한 답변만 들었다. 경매꾼은 “내가 최저가인 210만원에 낙찰을 어떻게 받았겠냐”며 “여기 가게에 참가한 경매꾼들이 7명이 몰려와 그들에게 약을 쳤다. 1인당 10만원씩”이라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김씨가 “담합한거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경매꾼은 “이사람 참 헛살았네. 요즘 다들 이렇게 먹고 살어”라며 350만원을 내 놓을 것을 강요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그날 저녁 경매꾼을 만나 350만원을 주고 경매 낙찰서류를 넘겨받았다. 이후 김씨는 전화 통화 내용과 직접 만나 거래한 내용의 녹취록을 가지고 경찰서를 찾아 경매 담합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측으로 부터 녹취록은 효과가 없다며 담합한 브로커 중 한명을 증인으로 내세우라는 황당한 답변만 듣고 뒤돌아 서야만 했다.
지난해 12월. 아내의 카드빚 300만원 때문에 가전제품을 압류당한 박모씨. 그는 경매꾼들을 생각 치가 떨린다고 한다. 박씨는 집에서 경매가 열린 것을 알고 경매 참가자로 단독 응찰을 해 최저가인 260만원에 자신의 가전제품을 낙찰 받았다. 하지만 말이 260만원이지 그가 낙찰 받는데 들어간 금액은 총 350만원.
경매참가를 가장한 경매꾼들이 낙찰가를 올리지 않겠다며 요구한 뒷돈을 줬기 때문에 최저가로 낙찰 받을 수 있었다.
박씨는 “경매가 진행되기 전 경매꾼들이 다가와 집 주인이냐고 물어봤다”며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다 서로 잘 알고 있는 경매꾼들이고 아닌 사람은 집주인 아니면 친인척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그들(경매꾼들)은 3팀이 왔으니까 최저가에 낙찰 받을 수 있는 대가로 한팀 당 30만원씩을 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어길시 경매가격을 계속 올려놓겠다고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낙찰을 받은 뒤 경매집행관에 경매꾼들의 부당함을 알리며 항의 했지만 철저히 외면 받았다. 무력이 행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매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아 자신들이 어떠한 제재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최근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부채가 급증하자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서는 이를 받아내기 위해 가전제품과 같은 생활에 필요한 동산까지 압류를 진행하는 등 법원 경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를 악용하는 악덕 ‘전문 경매꾼’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전제품과 같은 소규모 경매는 집이나 영세한 자영업장에서 이뤄지고 채무자 측에서 쓰던 물건을 그대로 되사려 한다는 점을 노려 경매꾼들이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경매꾼들이 법원의 관할에 따라 영역을 나눠 활동하며 앞서 소개된 내용처럼 서로 담합까지 해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한 전문 경매꾼은 “예전에는 부동산처럼 억 단위의 경매를 하는 경매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동산처럼 부담 없는 금액을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경매꾼들이 늘었다”며 “1년에 이러한 동산 경매가 10만건도 넘게 나오는데 경매꾼들 끼리 서로 잘 알고 금액도 적다 보니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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