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월간외식경영'에서 주관하는 교육과 벤치마킹 투어에 빠짐없이 참석해 안면을 트게 된 사람이 있었다. 
일반 학교였다면 표창장을 주고 싶을 정도로 학습태도가 아주 뛰어났다. 열심히 듣고 빠짐없이 받아 적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강사나 주최 측의 지시에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말투나 행동에서도 교양과 세련미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는 외식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초보적 내용도 이해를 못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얼굴엔 아직 학생티가 가시지 않은 그는 누가 봐도 외식업 ‘초짜’였다. 

그가 바로 숙성육 전문가인 <맛찬들왕소금구이> 광명점과 아우네점 대표 김대형 씨다. 

▲ 김대형 대표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 탄탄한 바탕에서 나오는 유연함의 힘
김 대표는 펜더멘탈Fundamental이 탄탄한 사람이다. 교편을 잡았던 부친이나 가풍 탓이기도 하겠지만 본인 스스로 상식과 기본 가치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성향은 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거나 평소의 경영 패턴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직원들에게 조리나 서비스 기법보다 기본자세를 더 강조한다. 직원들이 평소에 일하는 동기나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유심히 관찰한다.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그의 말, 생각, 행동은 쉽게 감지된다. 

그러나 시인 이성복은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나 상식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개별 사건이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본은 힘이 세다. 기본은 지금 당장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개인이나 조직을 더 오래 더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상식과 기본 가치를 제대로 갖춘 사람과 조직은 두 가지 면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탄탄한 기본은 치명적 실수나 실패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춰준다. 준비된 기본은 효율을 쉽게 끌어 올려준다. 군인들이 힘들여 영점사격을 실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른 품성과 바른 철학은 바른 행동을 유발하고 위태롭지 않다. 동서고금의 진리다.

더구나 요즘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탄탄한 기본과 바탕은 큰 힘이 되어준다. 김 대표 자신도 잘 몰랐던 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바탕의 충실함’이 아닐까 싶다.

◇ 가치 중심 경영 고수
그가 견지하려는 기본 가운데 하나가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고객이 무섭고 소중하다는 걸 잘 안다. 처음 식당을 열었는데 어느 순간 손님이 줄었다. 하루는 텅 빈 식당에 어떤 손님이 들어왔다. 김 대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반갑고 고마웠다. 하마터면 껴안고 감사의 인사라도 할 뻔했다고 한다.


“요즘 맛없고 음식 나쁜 식당 있나요? 음식 수준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겁니다. 문제는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좋은 식당이지요. 외식업은 판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입니다. 손님이 식당에 머물다 간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내가 만든 음식과 내가 만든 서비스에 가치를 창출하고 늘리는 일, 새로 만든 가치를 고객이 누리고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일. 식당에서 그 외의 것은 모두 불필요한 일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김 대표가 숙성육 전문가로 재탄생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 ‘좋은 사람들’ 황금 인맥 구축하고 적절한 도움 받아
좋은 인맥을 구축하고 그들로부터 양질의 자극과 지도를 받았던 것도 큰 성공요소였다. 가까이로는 늘 힘이 되어주는 부인과, 짧지 않은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이 있다. 

외식콘셉트 기획자인 김현수 씨에게는 점포 콘셉트 설정과 경영 전반에 걸친 조언을 받았다. 대구의 이동관 씨에게는 고기와 조리 실무에 관한 지식을 배웠다. 이들의 조언과 지도와 뒷받침이 한 데 엮여 성공을 일구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식당을 처음 시작하고 힘든 시기에 이들을 만난 것은 그의 말대로 행운이었다. 물론 이들과의 만남을 촉발한 것은 부인이었다. 좀 더 배우고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김 대표의 분발심에 부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 개업한 식당에 손님은 오지 않았다. 급기야 당시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대표의 부인이 근처 번화가에 나가 식당 명함을 돌렸다. 명함에는 식당에 오면 우대한다는 문구를 박았다.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곱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던 아내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명함을 들고 거리로 나섰겠습니까? 내 뒤에 아무도 없구나. 내가 무너지면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더 강한 나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다졌습니다. 이때부터 나와 우리 식당, 뭐가 문제인지 하나하나 짚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 <맛찬들왕소금구이> 매장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 세상이 모두 스승,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받아들여
김 대표는 중산층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성장했다. 이른바 모범생 코스로 자랐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열등감이 심하다고 한다. 외식업 관련 지식이 적고, 나이도 어리고, 뚜렷한 주관도 없고, 이렇다 할 유의미한 경험이나 경력도 없다는 것이다. 행정학을 전공했던 그는 평범한 관료의 길을 가고자 했다.
학부 시절부터 치면 꽤 여러 해를 고시 준비와 응시에 청춘을 바쳤다. 마지막으로 행정고시에 낙방한 것이 스물아홉. 더는 국가고시에 미련이 없었다. 새로 시작할 30대마저 아무것도 확정된 것 없는 상태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 그때 고시 공부 대신 시작한 일이 외식업이었다. 별다른 고민이나 주저함이 없었다. 그냥 하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식업의 길은 고시공부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렸다. 마음을 비우고 낮은 데로 자리했다. 그렇게 마음먹자 주방보조나 시급 알바조차도 그에게는 스승으로 보였고 배울 바가 있었다. 

김 대표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를 존경한다. 그리고 그의 ‘댐 경영’을 실천하려 애쓴다. 인력과 자금 등 모든 사업 역량은 누구나 언제나 부족하다. 그걸 댐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쓴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그도 먼저 댐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김 대표의 댐 경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그는 지금도 차분하게 댐의 둑을 높여가고 있다.

아래는 사마천이 쓴 ‘사기’의 이사 열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김대형 대표가 지향하는 성공법칙의 최종 단계이기도 하다.

태산은 아주 작은 흙덩어리 하나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마침내 큰 산을 이룬다. 넓은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결국 깊어진다.
(泰山不辭土壤故大 河海不擇細流故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