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캐릭터, 열 모델 안 부럽다?' 기업들이 캐릭터를 활용한 이미지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애니메이션이나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를 통해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와 직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캐릭터를 단순히 이름만 있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회사 내 직책과 특기, 좌우명 등을 가진 실제 인물로 설정해 친근감을 더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모델비용을 절감하면서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부 기업은 이종산업과 연계해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기아자동차다. 기아차는 자사 자동차를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자동차 캐릭터와 연계한 교통 교육, 캐릭터 차량 전시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S-Oil의 ‘구도일’ 캐릭터와 로보카 폴리

시대 흐름이 불러온 캐릭터의 진화

기업 입장에서 캐릭터는 친근한 속성으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 거부감 없이 모든 연령과 성별을 대상으로 인지도나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쉽게 말해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 연상작용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캐릭터는 광고는 물론 애니메이션, 웹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형, 장난감 등 다양한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렇듯 캐릭터의 활용도가 높아진 데는 최근의 시장이 기능적인 소비에서 기호를 구매하는 소비로 전환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시대가 흐르고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히 하드웨어적 속성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과 브랜드에 내포된 개성과 가치, 경험 또한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캐릭터의 활용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도 잘 드러난다. 캐릭터 마케팅은 과거에도 기업들이 꾸준히 이용해왔다. 다만 지금처럼 기업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제품 이미지를 담당하는 캐릭터로서의 역할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60년대에 등장한 동아제약의 '판피린걸'이다. 당시 이 캐릭터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카피와 함께 유명세를 타며 동아제약의 간판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이외에도 유한킴벌리의 '뽀삐'는 1974년 8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상품 캐릭터이자 장수 캐릭터다. 유한킴벌리는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브랜드를 고민한 끝에 강아지를 등장시켰고, 이후 우리나라 강아지 이름은 한순간에 모두 '뽀삐'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

과거 기업들이 제품 홍보를 위해 캐릭터를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어느 한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정유, 건설, 타이어, 보험 등 전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또봇

친근한 캐릭터를 찾아라

각 기업의 캐릭터들은 단순히 이름만 있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회사 내 직책과 특기, 좌우명 등을 가진 실제 인물로 설정돼 친근감을 더한다. 이러한 가상인물 캐릭터 마케팅 바람을 선도한 것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2011년 말 기업광고의 주인공으로 '정대우 과장' 캐릭터를 선보였다. 정 과장은 대우건설의 설립연도와 같은 1973년생으로 입사 13년차. 1남1녀를 가진 4인 가족의 가장으로 3년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근무한 프로필의 소유자다.

정 과장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스타가 됐다. 5인조 남녀 혼성밴드 '정대우 밴드'로 각종 CF광고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문의가 쏟아졌다. 단순히 인기만 끈 것도 아니다. 대우건설의 아파트브랜드인 푸르지오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도 정 과장이 CF광고에 등장한 이후 동반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S-Oil의 '구도일' 캐릭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S-Oil의 상징이 된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CM송에서 따온 이름이다. '좋은 기름'이라는 뜻의 '굿 오일'(good oil)을 그대로 발음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S-Oil 브랜드를 쉽게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효성에도 기업 캐릭터 '하이맨'(HI Man)이 있다. 하이맨은 2007년 입사한 홍보팀 7년차 대리로 30대 초반의 미혼 남성이다. '바꾸고 나서는 그냥 후회하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고 실행력이 특기다.

이밖에 기업광고 중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 캐릭터로는 금호타이어의 '또로'와 메리츠화재의 '걱정인형'도 빼놓을 수 없다.






▲메리츠화재 걱정인형
이종산업간 협업 통한 캐릭터 마케팅 성공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이종산업간 협업을 통한 캐릭터 마케팅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애니메이션 마케팅에서 주로 나타난다. 자사 자동차를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자동차 캐릭터와 연계한 교통교육, 캐릭터 차량 전시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또봇>은 신생 애니메이션 회사인 레트로봇과 완구업체인 영실업이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때 등장하는 자동차가 기아차의 모델들이다. 또봇 X, Y는 쏘울과 포르테쿱, Z와 W가 스포티지와 레이를 본 따 만들었다. 최근에는 K3가 경찰차인 C로 등장하며 기아차의 소형차와 준중형차들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폴리교통안전교실

기아차는 영실업의 제안을 받아들여 라이선스 협약을 맺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 히트하면서 아이들에게 저절로 기아차의 모델들이 각인돼 미소를 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사회공헌활동인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에서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를 활용하고 있다. <폴리와 함께하는 교통안전 이야기> 등의 영상물을 제작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아이들의 안전교육 집중도를 높이고 현대차라는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업 캐릭터 마케팅은 브랜드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하나의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기업 브랜딩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캐릭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