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외국계 LCC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훨훨 날고 있다. 물론 최근 몇년간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CC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내승객비율이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돌파하는 등 LCC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성장폭은 국적 LCC보다 외국계 LCC가 훨씬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공사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1~7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2329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256만여명(약 11%)이 국내외 LCC를 이용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LCC 이용승객비율보다 3.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적 LCC보다는 외국계 LCC의 증가폭이 훨씬 컸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적 LCC의 수송객수는 169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증가한 반면, 제스트항공과 세부퍼시픽, 스쿠트항공, 피치항공 등 외국계 LCC는 같은 기간 87만여명으로 무려 84.0%의 성장세를 보인 것.
업계에서는 LCC 이용 보편화로 국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외국계 LCC들이 신규취향을 늘린 데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저가항공사인 피치항공의 국제노선 취항 행사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 5명 중 1명 이용… LCC시장 쾌속성장지난 2004년 국내 첫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출범하면서 국내 항공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이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해왔던 국내 항공시장에 저렴한 항공요금으로 무장한 한성항공이 새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이에 힘입어 2005년 제주항공, 2007년 에어부산·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 등이 잇달아 출범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내서비스 축소와 단일항공기 보유를 통해 비용을 줄인 저가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항공권을 제공하며 '단골'을 늘려갔다.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증가했고, 어느덧 우리나라 항공여행객 5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국내·국제선 포함).
국내 LCC를 이용하는 국제선 승객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첫해 16만3975명에서 지난해에는 490만9641명으로 30배나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첫해 0.5%에서 9.6%로 크게 확대돼 올해는 1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LCC의 국제선 취항이 국제선 여객 증가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2009년 3351만여명이던 국제여객 이용승객 수는 지난해 5098만여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국내 LCC시장 확대와 국제여객 증가는 또 다른 도전을 불러왔다. 싼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외국계 LCC들이 국내시장을 겨냥해 잇따라 신규취항에 나서고 있어서다.
현재 한국에 취항 중인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는 모두 10여개다. 부정기편이 있기 때문에 매달 운영하는 항공사의 숫자엔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15개의 항공사가 국내에 들어오는 셈이다.
에어아시아의 자회사인 에어아시아엑스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천·부산에 각각 취항 중이며, 인천노선을 올해 안에 주 14회(현재 주 7회)까지 늘릴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그룹은 전세계 항공사 중 탑승객 수 10위에 올라 공룡 저비용항공사로 불린다. 에어아시아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박지성이 속한 영국의 프로축구팀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구단주다.
필리핀의 세부퍼시픽과 에어아시아제스트는 한국인의 단골 휴양지인 마닐라·세부·보라카이에 취항한다. 일본 ANA항공의 자회사 피치항공은 오사카와 인천·부산을 각각 잇고 있으며, 싱가포르항공의 자회사인 스쿠트항공은 싱가포르-타이베이-인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이에 더해 신규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 신규취항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항공사 가운데 3곳은 이미 이달 초 운항을 시작했거나 이달 말부터 운항한다.
◆'가격우위' 외국계 LCC… 국내 LCC는?
외국계 LCC의 성장 원동력은 바로 '가격'이다.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기본으로 수시로 특가항공권 이벤트를 벌이며, 90%까지 할인된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지난해 세부퍼시픽항공은 1000원(편도·세금 불포함)에 필리핀행 항공권을 풀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국내에 새로 취항한 홍콩익스프레스가 편도요금 최저 6만9000원대, 왕복요금 14만~15만원에 항공권을 판매하는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회사의 평균 항공료는 국내 LCC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기내식 등 부가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인터넷 발권, 운영 인원 최소화 등을 통해 수지를 맞춘 결과다.
물론 국내 LCC들도 할 말은 있다. 가격보다는 '서비스의 질'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LCC는 외국계 LCC가 시행하지 않는 기내식을 비롯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외국계 LCC들은 기내식은 물론 물, 담요 등에 대해서도 별도요금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국내 LCC는 마이너스 옵션을 시행하지만, 외국계 LCC들은 플러스 옵션을 적용해 운항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저마다 선택사항이 다르다.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은 기내식을 시키지 않아도 되고, 목이 마르지 않다면 물도 필요 없다. 또한 항공운임을 아껴 여행지에서 더 여유 있게 관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LCC 이용객들은 국내 LCC보다 가격이 저렴한 해외 LCC로 더 많이 몰리는 추세다. 특히 외국계 LCC들의 '얼리버드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날이면 그야말로 인터넷 예매사이트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저비용항공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LCC 점유율(국내선·국제선 포함)이 21%를 넘어섰다. 반면 유럽은 38%, 북미는 30%이고 동남아시아는 50%가 훌쩍 넘는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외국계 LCC가 한국에 속속 상륙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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