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 햄릿의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됐다. 직장인들은 ‘버티느냐, 나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가게 된 노동자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기업들과 일정의 위로금을 지급받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이에 <머니위크>는 희망퇴직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오늘을 진단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희망퇴직자와 초강수를 둔 기업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또 2016년으로 예정된 정년연장 법안의 실효성과 해외의 구조조정 사례 등 ‘희망퇴직의 시대’를 다각도에서 조명했다.

희망퇴직. 사전적 의미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직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자가 인원감축을 위해 종업원에게 퇴직 희망을 물어 해고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불경기가 지속되며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희망퇴직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는 불경기로 인해 증권·조선 등 경기민감업종뿐만 아니라 KT·삼성생명 등 경기방어기업까지도 희망퇴직을 시행하거나 시행 중이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그 동네에도 희망퇴직이 있을까.

◆ "넌 해고야!" 구조조정 다반사


부동산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유명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Apprentice)에서 “넌 해고야”(You Fired)를 외쳐 유명해졌다. 지난 2007년부터 미국의 ‘USA 네트워크’(Network)'를 통해 지난해까지 방영된 드라마 <번 노티스>는 퇴출(Burn) 당한 스파이 마이클 웨스턴이 마이애미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해고’를 외치는 것으로 유명해진 회장님이 있는가 하면 엘리트 스파이가 해고당한 얘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해외에서도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은 일상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해외기업의 경우 고용승계와 조기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 등을 통해 퇴직희망자를 지원한다.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 IT업계에서의 구조조정이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IBM은 전세계 직원 중 8000여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며 HP도 올해까지 직원 2만7000명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회사로 전환한 델(Dell)도 올 초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감원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1만50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 美 직장에서 퇴직하는 방법 3가지

회사의 규모나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직장에서 퇴직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본인의 의사에 따른 퇴사다. 일반적으로 2주가량 미리 상사에게 알리고 정리한 뒤 회사를 나간다.

두번째가 바로 ‘불경기로 인한 일시해고’(Layoff)다. 우리나라의 희망퇴직과 흡사하다. 해고(Fire)와 비슷하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금액이 주어진다. 최소 2주에서 6개월치의 급여를 제공하며 1주에서 2주가량의 준비기간도 준다.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을 회사가 도와주기도 한다.

일시해고는 이름 그대로 잠시 해고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나아지면 복직시키기도 한다. 지난 2009년 GM은 연초에 직원 7000명을 내보낸 데 이어 임원 35%와 직원 수천명의 감원을 계획했다. 이후 미국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자동차업계의 경기가 나아지자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조립공장에 800명,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공장에 550명을 복직시켰다. 이 사례도 일시해고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도널드 트럼프의 유행어인 ‘해고’(Fire)다. 통상 문제를 일으킨 경우 해고되는데, 해고통지 순간부터 회사의 경비나 상사가 옆에 붙어서서 바로 나가기를 권고한다. 상황에 따라 민사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
 
해외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해외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국내보다 고용유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비정규직 등이 도입된지 15년여가 흘렀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고용보호법제(EPL)로 측정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OECD 평균 수준이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EPL은 2.01을 기록, 28개국 중 16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2.12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정규직 고용보호(28개국 중 10위)와 임시직 사용규제(28개국 중 12위)만을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 EPL은 2.04로 OECD 평균 1.95를 상회하며 28개국 중 12위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기업,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구조조정 프로세스를 살펴볼 경우 자본시장이 발달해 국내와는 달리 사전적인 구조조정 양태를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자본시장이 발달한 영국과 미국의 경우 부실기업에 대해 자본시장의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시스템이 작동하고 ‘챕터11’(Chapter 11)과 워크아웃 등의 제도적 구조조정을 사후적 기구로써 운영한다. 사모투자펀드(PEF)가 M&A(인수·합병)와 경영권 참여, 사업구조 또는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사전적인 기업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 및 구조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바이아웃(Buy-Out)펀드가 활성화돼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기업을 인수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면서 사전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시행한다.

PEF가 아무리 사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전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 등장하는 것이 사후적 구조조정인데, 이 부분은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법정관리제도와 워크아웃제도가 있다. 이는 각각 미국의 1978년 발효된 연방도산법상의 챕터11과 영국의 부실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일부 기능을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해 설계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