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 위생은 어떨까. 지난 5월26~27일, 기자는 양일에 걸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푸드코트 매장 2곳을 선정해 둘러봤다. '미스터리 쇼퍼' 체험을 위해서다.
미스터리 쇼퍼란 일반고객으로 위장해 매장을 방문, 서비스와 품질 등에 점수를 매기는 사람을 말한다. '현대판 암행어사'인 셈이다. 업태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체크리스트가 있지만 '먹거리 불안' 기획인 만큼 기자는 '먹거리 위생'에만 초점을 맞췄다.
'미스터리 쇼퍼' 체험에 앞서 미스터리 쇼퍼 컨설턴트인 민유식씨와 사전 미팅을 가졌다. 민씨는 미스터리쇼핑 전문기업인 FRMS의 대표이기도 하다. 체험 목적을 설명한 후 매장 방문 전 받아야 할 교육 내용을 숙지했다. 미스터리쇼퍼의 이해와 실전, 고객 경험마케팅 사례, 미스터리쇼퍼의 활동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뤄졌다. 체크리스트 항목 이해와 역할 연기연습은 필수다. 은밀하게 진행돼야 하는 만큼 직원에게 들켜선 안되기 때문이다.
민씨는 "위생에 관한 체크리스트는 매장 내 고객 시선으로 보이는 것과 주방으로 나뉜다"며 "식기·도마·행주 등의 위생관리부터 음식물쓰레기 보관상태, 직원복장상태 등 체크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민씨의 조언에 따라 4~5개의 체크리스트를 정하고 방문할 업체를 선정했다. 고심 끝에 아워홈의 F매장과 현대그린푸드의 H매장 2곳으로 최종 결정했다. '위생'을 평가하는 것이니 만큼 오픈된 주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기름때 위에서 철판요리를 하는 F매장의 요리사
H매장의 조리실 살균기 작동 모습
◆웰빙음식 표방… 위생관리는 '꽝'
먼저 방문한 곳은 여의도 IFC몰 내에 있는 F매장이다. 세계 기차역을 콘셉트로 2012년 오픈한 이곳은 인도·동남아·미국·일본·유럽 등 총 13개의 요리 코너가 마련돼 있다. 이날은 전문가인 민씨와 함께 방문했다. 오픈 전 준비하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2회에 걸쳐 이뤄졌다.
이튿날에는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H매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본가스시, 포타이 등 9개의 요리 코너가 있다. 방문한 시간대는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3~4시다.
매장 방문 뒤 과정은 동일하게 진행됐다. 우선 외관과 주변을 둘러보고 식사메뉴를 고르는 척 하면서 매장 곳곳을 관찰했다. 직원들의 복장 및 위생상태, 식기류 관리 및 소독여부, 주방 내 정리정돈, 식자재 신선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먼저 손쉽게 체크할 수 있는 직원의 복장과 위생상태는 H매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F매장 직원의 경우 앞치마에 오물이 많이 묻어 있거나 음식을 만진 손을 그대로 앞치마에 닦는 등 청결하지 못한 행동이 빈번하게 눈에 띄었다. 한 직원은 식자재를 바닥에 내던지는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또 다른 직원은 음식 앞에서 위생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동료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청결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H매장 직원들은 전원이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모자, 이중 앞치마, 마스크 등을 모두 착용해 위생관리에 철저한 모습이었다. 식자재를 다룰 때도 비닐장갑을 착용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도중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등 비교적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식기류 관리 부분에서도 H매장의 위생상태가 훨씬 뛰어났다. H매장은 주방기기 중 눈에 잘 띄지 않는 높은 부분까지 청결함을 유지했다. 곳곳에 위생을 위한 소독기가 작동 중인 점, 수저 소독기가 마련된 점도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반면 F매장에선 눈에 띄는 소독장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카드리더기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와 식기류 위의 치우지 않은 음식 잔해 그리고 도마에 놓여 있던 검은 때가 묻은 행주 등이 발각돼 감점요인이 됐다. 특히 눌러붙은 기름때가 가득한 철판 위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민씨는 "과거에 요식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위생에 대한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요식업계 한 관계자는 "조리대 근처의 기름때를 제때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바퀴벌레의 먹이가 될 수 있고 위생상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F매장은 식자재 신선여부, 주방 내 정리정돈 부분에서도 굴욕을 맛봤다. 신선한 재료가 있어야 할 외부 식자재 코너에는 한눈에 봐도 시들시들한 배추와 콩나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주방 유니폼을 입지 않은 직원이 주방에 들어가 다른 직원의 요리를 도와주는 모습도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회사 차원 위생관리 이뤄져야"
H매장의 경우 고객이 식사하는 도중 청소노동자가 대형쓰레기통을 비우는 모습에서는 감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위생 체크리스트에서는 F매장을 크게 앞섰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직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위생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식조리의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위생관리는 직원 스스로가 매일매일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로 고객을 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인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F매장을 운영하는 아워홈은 식자재업계 중 최강자다. 지난 10년간 매출규모 면에서 1위 자리를 내놓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009년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아워홈이 '고품격 메뉴', '프리미엄 메뉴' 등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먹거리의 기본인 위생관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먹거리 관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