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신인 아이돌그룹, 신인배우, 연극인, 음악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 중에서 끼와 재능을 두루 갖췄지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만나 소개하는 일명, 스타의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이들을 발굴하는 ‘스타포텐’을 기획했다. (포텐은 potential의 줄임말로 잠재력, 가능성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후 하루 1300원으로 산다는 자린고비 오다길의 생활상이 이슈가 되는가 하면, 의정부 폐 정신병원을 찾아가 밤새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돌아와 호러와 힙합을 넘나들기도 했다. 이어 ‘슈퍼 쾌남’으로 데뷔해 가진 인생 첫 무대에서도 역시 두 남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노래 도중 스탠드 마이크가 넘어지자 당황하기는커녕 무대 바닥에 마이크처럼 누워버린 그들이었다. 특이한 이 두 남자의 특별한 삶을 들어봤다.
#포텐 1. 특이한 두 남자가 특별해지기까지
‘특이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슈퍼쾌남. 데뷔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타난 정턱과 오다길은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산만하게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코미디 영화 주인공 ‘오스틴 파워’를 연상케 하는 레드, 블루 수트는 ‘슈퍼쾌남이 아니면 누가 소화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4월이 가고 한낮 30도에 이르는 5월 말이었건만, 두 남자는 조금 더워 보였다.
“더워요? 아뇨? 안 더운데요? 선글라스가 빠졌어요. 아~” (정턱과 오다길)
두꺼운 의상을 걱정했더니 스타일의 화룡점정 ‘선글라스’가 빠졌다고 아쉬워하는 슈퍼쾌남.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토록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방송 사고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지난 4월 4일 방송된 아리랑TV ‘심플리 케이팝’에서 슈퍼쾌남은 데뷔곡 ‘멋진 남자’를 부르는 도중 미니 스탠드 마이크가 쓰러지자 마이크를 세울 틈도 없이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누워 노래를 이어갔다. 잘 짜인 퍼포먼스 같기도 한 이 무대는 ‘신인 가수의 방송사고 대처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각종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빠르게 퍼져 총 조회수만 300만을 넘겼다.
“우와... 어이없죠. 진짜... 어떻게 그러지? 원래 눕는 게 아니라 둘이 같이 엎드려서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가 뒤에 준비돼 있었어요. 그래서 미니 스탠드 마이크를 구했는데 중국산 저가 제품이라 그랬나? 픽 옆으로 넘어졌는데 다른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그 부분은 노래에서 유일하게 립싱크 할 부분이었거든요. 불가피했죠. 중간에 기회 봐서 일어서려고 했는데 형이 또 누워버리는 거에요. 나 참.... 그래서 계속 불렀죠.(하하)” (정턱)
“쟤 왜 저러나... 싶었죠. 옆을 봤더니 정턱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도 누웠죠. 뭐. 기가 막힌 첫 무대였죠. 그날 무대에 선 다른 가수들보다 방청객, 팬 분들은 우리 무대를 가장 기억에 남기실거에요. 우리 무대가 최고였거든요!” (오다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립싱크 부분에서 입만 뻐끔거리기 힘들었던 정턱은 누웠고, 오다길은 따라 누웠을 뿐이다. 데뷔 무대부터 삐거덕거린 이유는 지난 ‘슈퍼스타K4’에서부터 함께 해 온 엘리스의 빈자리가 커서가 아닐까.
“가끔 연락와요. 앨리스... 한국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가 되겠다며 저희를 떠났... 아뇨. 제 입맛이 까다로워서 밥 먹기 힘들다고 나갔나... (하하) 음악적 색깔이 안 맞았다고 해둘게요. 나중에라도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꼭 같이 음반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정턱)
“밥 먹기 힘들었대? 왜? 아닌데...” (오다길)
산만했다. 질문 하나에 시작된 두 남자의 만담은 말을 끊기 전까지 끝나는 법이 없었고, 듣다 보면 별 중요한 이야기들도 아닌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하! 우리가 좀 정신이 없죠?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요. 별 잡스러운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는 이런 평범한 이야기에서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멋진 남자’ 노래도 그렇고, ‘아빠 차’도 그렇고요. 노래 ‘아빠 차’는 친구들이랑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차를 마련하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오다길 형 아버님 차를 빌리게 된 거죠. 직접 운영하시던 택시였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가 없어 설움 겪은 남자들의 마음을 녹여볼까?” (정턱)
평범하기도 하면서 독특한 노래 소재에는 ‘슈퍼쾌남’의 더욱 독특한 뮤직비디오 촬영법이 더해진다. 자신들의 스토리와 연출법을 소화해줄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없다며 직접 기획부터 촬영까지 도맡아한다는 ‘슈퍼쾌남’은 이번 ‘멋진 남자’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폐 정신병원을 찾아 헤맸다. ‘꼭 그 곳이어야만 했냐’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마치 영웅담을 꺼내 놓듯 들뜬 정턱의 설명이 이어졌다.
#포텐 2. 쾌남들의 제2의 직업 ‘뮤직비디오 감독’
“첫 장소는 곤지암이었어요. 곤지암에 문 닫은 정신병원이 있다 길래 오다길 형이랑 둘이 갔는데 이미 그 곳은 동네 무서운 동생들의 아지트였죠. 어찌나 무섭던지 의정부 쪽으로 돌렸어요. 폐 정신병원에 삼각대랑 카메라를 들고 오다길 형이랑 들어갔죠. 밤 12시 쯤 들어가서 찍고 나오니까 해가 뜨더라고요. 우리가 직접 찍어야 비용도 절감되고 우리 생각도 잘 담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가 쭉~ 직접 만들 거예요.” (정턱)
가수 이무송의 노래 ‘사는 게 뭔지’를 샘플링한 슈퍼쾌남의 데뷔곡 ‘멋진 남자’는 대한민국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노래다. ‘눈물이 찔끔찔끔 날 때도... 굳세게 내일로’를 외치는 슈퍼쾌남의 랩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 시즌1 TOP4를 기록한 우혜미의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졌다. 노래 후렴 부분에는 ‘사는 게 뭔지’의 익숙한 멜로디가 반복돼 리스너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노래만 들어서는 ‘슈퍼쾌남’의 노래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멋진 남자’ 뮤직비디오에는 룰라 이상민 선배님이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패러디해서 ‘그것이 알고싶당’ MC로 등장해요. 제가 바로 패더리의 선두 주자랄까요. 달샤벳 뮤직비디오 때 KBS1 ‘인간극장’의 자막 화면을 패러디했는데 그 뒤로 합성 어플까지 등장하던데요? 아! 그리고 지드래곤 ‘꼬랑지’ 머리도 어쩌면 제가 시초죠. 저번에 ‘메리어스는 내 흑인 친구’ 뮤직비디오 보시면 알겠지만 앞 머리는 제가 처음이 확실하다니까요? (히히)” (정턱)
“에이~ 지드래곤이랑은 다르지. 그 때 1000원 주고 산 피스를 이마에 붙였는데 스타일링기로 펴니까 녹아내리고, 털 빠지고, 색깔 다 지워지고... (킥킥) 클래스가 다르지 임마~” (오다길)
정턱과 오다길이 큰소리를 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너와 헤어지고 돈 쓸데없어’, ‘아빠 차’, ‘매리어스는 내 흑인친구’ 등의 위트 넘치는 뮤직비디오로 매니아 층까지 형성한 슈퍼쾌남은 최근 걸그룹 달샤벳의 ‘있기 없기’, 가수 김지수의 ‘빈티지 맨’, 인디밴드 톡식의 ‘카운트다운’ 등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텐 3. 뼛속부터 개가수 ‘한국의 론리아일랜드’
리얼해서 웃기기까지 한 랩 가사와 독특한 비주얼, 남다른 말투, 코믹한 뮤직비디오 등등 두 남자는 개그맨과 가수를 아우르는 ‘개가수’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듯하다. 이름부터 개가수의 본능이 느껴진다. 개가수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전 여자친구가 턱이 섹시해서 붙여준 이름이에요. ‘정턱’. 섹시한가요? 요새 살이 쪄서... 그런데도 사람들이 섹시하다고들 하더라고요. 1984년생이고요. 동생은 대기업 다니고 곧 승진해요. 취미요? 1년 전에 감자탕 집에서 서성이던 고양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있어요. 이름이 ‘키키’인데 키키랑 에어켠 켜두고 집에서 나체로 누워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요. 아, 그 때는 정말 세상 다 가진 것 같죠.” (정턱)
자기소개를 부탁했는데 동생 승진 소식을 먼저 전하는 정턱이다. 사귀는 여자친구마다 싫어한다는 정턱이라는 이름, 턱이 섹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에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 정턱의 변명이다. 취미는 나체로 누워있기, 특기는 청개구리 성격이란다. 남들과 똑같은 것은 싫다는 정턱의 특기는 오다길의 특기이기도 하다.
일본 꽃미남 배우 오다기리 죠를 닮아, 아니 닮고 싶어 지은 이름 ‘오다길’. 그는 지난 2013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 연예인 특집에 출연해 쇼핑비 800원, 문화비 500원이면 하루 생활이 충분하다고 밝혀 정턱은 물론 MC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구세군, 구제 시장 등에서 산 옷은 앞에서 보기에는 멀쩡하다가도 허리가 뜯어져 있거나, 팔꿈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기 일쑤였다. 식당 대신 도시락, 헬스장 대신 집 근처 동네 약수터를 택한 오다길은 꿈을 향해 노력하는 청년의 모습으로 보이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짠해지는 청년이었다. 대체 그렇게 아껴서 어디에 쓰는 것일까.
“제 쌍둥이 형이 파일럿 공부 중인데 비행 연습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들거든요. 형도 도와주고... 워낙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절약 습관을 강조하셔서 몸에 뱄어요. 그리고 제가 돈을 쓸 때는 확실히 써요. 방송이라고 거짓으로 꾸민 것은 없지만, 평소에 쓸 때는 쓰거든요. 제가.” (오다길)
“형이 아버님 선물 사드린다고 6만 9000원짜리 메이커 운동화 샀던 때가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돈 많이 쓴 날이에요. 요즘도 똑같아요. 그 때 방송에서 본 모습이랑 변한 게 없어요. 오늘도 매니저 형이 브리또 사줘서 얻어먹고... 밥을 사는 날이 없다니까요? 브리또도 오늘 처음 먹어봤대요. 어휴” (정턱)
이미 오다길의 절약 습관에 질려버린 정턱. 브리또 뿐이 아니다. 정턱이 아니었으면 평생 그 흔한 아메리카노 커피도 못 마실 뻔 했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남자의 묘한 인연은 지난 2007년 SBS 공채 개그맨 9기로 합격하면서 시작됐다. 역시나 개그맨의 피가 흐르고 있던 것일까.
“그냥 한 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지원해 본 건데 자꾸 성대모사 같은 걸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없는데요? 왜요? 싫은데요?’라고만 계속 얘기했는데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합격했어요. (하하) 뭐죠? 왜죠? (하하)” (정턱)
“친구들이랑 같이 봤는데 저도 성대모사를 시키길래 부끄러워서 심사위원 중에 한 PD님한테 가서 귓속말로 조용히 배우 변희봉 씨 성대모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붙여주더라고요.” (오다길)
본능적으로 타고난 개그감은 개그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휘됐다. 오다길을 봐오던 정턱이 어느날 오다길에게 “함께 가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의미심장하게 묻자 오다길은 “응, 그래”라고 답했고 그 때부터 두 남자는 ‘정턱과 쾌남들’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댄서로 활동 중이었어요. 클릭비 ‘카우보이’, 강타 ‘스물셋’, 컨추리꼬꼬 ‘콩가’, 김종국 ‘남자이니까’ 등 댄서로도 오래 활동했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개그맨이 됐고,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가수를 하고 있네요. 또 타투리스트이기도 해요.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어느 정도 이룬 거네요?” (오다길)
“형은 원래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묻어간다니까요. 맨날 말만 하면 ‘그래 그래’.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어요. 착해요. 제 말도 잘 듣고. 음악 작업할 때도 조언, 아니 댄서 활동했다더니 춤이 왜 그 모양인지...” (정턱)
쉼 없이 개그를 쏟아내는 개구쟁이 동생 정턱과 말 수는 없어도 가끔 하는 말이 이상하게 웃긴 오다길. 두 남자의 개그 본능, 위트 넘치는 노래를 오래도록 듣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 ‘슈퍼쾌남’의 노래는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4년? 계약서상 4년 남았어요. 가수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우리도 모르죠. 화가에서 댄서, 개그맨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처럼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아직은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고민도 되고요.” (정턱)
두 남자의 조합에 미국 최장수 코미디쇼 ‘SNL’에서 개그맨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론리 아일랜드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앤디 샘버그를 주축으로 2명의 동창들이 모여 결성된 론리 아일랜드는 수위 높은 19금 가사와 B급 유머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론리 아일랜드의 노래 ‘I am on a boat’는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패러디해 국내 팬들에게도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어렵지 않은 쉬운 노랫말과 공감을 일으키는 가사내용, 입에 감기는 힙합 멜로디는 ‘슈퍼쾌남’의 장기이자 매력이다.
“한국의 대표 힙합듀오가 셋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이나믹 듀오와 배치기, 그리고 슈퍼쾌남이죠.” (정턱)
#포텐 4. 대표님 전 상서 ‘넘치는 끼 어떡하나요?’
인상적이었던 데뷔도 잠시, 5월까지 음원계는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화려한 무대와 웃음을 뒤로 한 채 잠시 멈췄던 음원계는 5월 중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고, 발라드 대표 가수 백지영, 이선희를 비롯해 12년 만에 그룹 god가 완전체로 컴백했다. 슈퍼쾌남의 대표는 다음 앨범 활동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애가 탄다.
“언제까지 기다릴까요. 대표님은 더 기다리라셔요. 지금은 쟁쟁한 가수들도 많고, 월드컵도 있고... 우리는 빨리 내고 싶어요. 새로운 음악도 보여드리고 싶고, 뮤직비디오도 선보이고 싶고... 보여줄 것,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월드컵 끝나고요? 아시안게임 있어요. 그 때도 못내면 우리 언제 음반 내요. 아시안게임 끝나고 음반 좀 내려는데 HOT나 젝스키스라도 컴백하면 어떡하죠. 우리?” (정턱)
참 현실적인 고민이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속사 대표와 끼가 넘쳐 주체할 수 없는 슈퍼쾌남의 줄다리기는 누구의 승자로 끝이 날까. 오다길은 다음 앨범 후보곡으로 자신감에 관한 2곡과 허락에 관한 1곡을 두고 고민 중이라고 예고했다. 양 측의 줄다리기가 하루 빨리 끝나길 바라며 오다길은 유유히 홀로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저번 주 토요일에 술집에서 맥주 먹다 잠깐 밖에 바람 쐬러 나왔는데 섭외를 당했지 뭐에요.(하하) 역시 제 스타일을 한 눈에 알아보고 XTM ‘옴므’라는 프로그램 PD가 저를 즉석으로 섭외하더라고요. 카무플라주 팬츠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PD가 ‘해이트(HATE)’가 얼마나 나올 것 같냐고 묻는 거에요. 그래서 전 ‘올 해이트! 피스~!’라고 외쳐줬죠! (하하) 여러분,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저 나옵니다!” (오다길)
걱정이다. 정턱은 옆에서 혀를 끌끌 찼다. 남성 스타일 버라이어티쇼 XTM ‘옴므(HOMME)’는 MC들을 비롯한 게스트들이 길에서 즉석 섭외한 남성들의 패션을 ‘라이크(Like)’와 ‘해이트(Hate)’로 나눠 좋고 싫음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올 해이트(All Hate)’는 패션테러리스트나 다름 없는 점수라고 일러주자 그제서야 해맑게 웃는 오다길은 스스로 위로했다.
“에이~ 올 해이트는 아니겠지~ 그 때 옷 괜찮았는데? 헤헤~” (오다길)
인터뷰 말미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오다길은 말문이 열린 듯 숨겨뒀던 개그 본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을 묻자 오다길은 고민도 없이 ‘우뢰매’를 들었다. ‘우뢰매’는 지난 1986년 개봉한 심형래 주연의 어린이영화다. 장난감부터 영화 전 편을 소장하고 있다는 오다길은 극중 흰색 머리에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데일리’와 결혼하는 것이 소원일 때도 있었다. 갑자기 ‘우뢰매’ 3탄에서 그려지는 외계인 리안삐와 지구인 차돌이의 가슴 아픈 이별 장면이 생각난다며 오다길은 울부짖었다.
“끄익~ 끼악~ 웅히응하꾸응끼~” (오다길)
말 한 마디를 해도, 행동 하나를 해도 ‘어떻게 하면 특이하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듯한 슈퍼쾌남. 그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감을 어찌 떨쳐버릴 수 있을까.
“억지로 독특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 노래가 슈퍼쾌남이고, 우리 뮤직비디오가 슈퍼쾌남이죠. 가식도 아니고 그저 물 흐르듯 하는 거예요. ‘특이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고급스럽다’는 말과 동의어처럼 들리지 않아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정턱)
정턱과 오다길, 두 남자의 뮤즈는 코믹한 UCC와 댄스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싸이도 아니고, 뼛속부터 개그맨 가수 UV도, 독특한 콘셉트와 노래로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노라조도 아니다. 키키와의 휴식과 우뢰매에 안식을 취하는 두 남자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여리다. 스치는 일상에서 노랫말을 쓰고, 지나는 거리에서 이야기를 담는 두 남자들의 노래는 앞으로도 쉬우면서도 독특하게 팬들을 찾을 것이다.
이 두 남자 ‘슈퍼쾌남’의 스타포텐은 ‘똘끼’다.
<사진=유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