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귀에 익숙한 CM송과 함께 겨울철 온 가족이 모여 먹던 ‘빙그레 투게더’가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투게더는 출시 이후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의 대표 장수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투게더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통 아이스크림으로 분유가 아닌 ‘100%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 신선함과 풍부한 맛이 살아있어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빅브랜드로 성장했다.

1974년 투게더의 출시는 국내 아이스크림시장에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한 일종의 '사건'과도 같았다. 정통 아이스크림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는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통 아이스크림은 국내에서는 특급호텔이나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소위 ‘께끼’라 불리던 저급한 수준의 샤베트를 맛볼 수 있었을 뿐 아이들 선망의 대상인 정통 아이스크림은 아버지들조차 부담스러운 제품이었다.

이에 당시 아이스크림시장을 선도하던 빙그레는 1972년부터 정통 아이스크림 개발에 매진했다. 이미 우유제조업을 하고 있던 빙그레로서는 분유가 아닌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해 미국의 아이스크림을 능가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자 힘썼던 것. 기껏해야 아이스밀크 정도나 만들 수 있었던 당시로서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선진기술을 갖고 있던 미국의 퍼모스트 멕킨슨사(당시 빙그레의 기술제휴업체)는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개발업무에 협조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동아시아의 제휴업체가 자신들과 자웅을 겨루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결국 빙그레는 독자적으로 기술을 연구하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으며 2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1974년 투게더를 출시했다. 설비의 자동화를 꿈도 꿀 수 없었던 시기였기에 아이스크림 믹스를 용기에 담을 때 일일이 손으로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때 얻은 자신감은 몇년 후 퍼모스트와의 제휴를 끝내고 독자적인 제품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투게더라는 제품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한 이름으로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10원짜리 '께끼'에 익숙해 있던 일반 국민들 사이에 600원(800cc기준 당시 소매가)짜리 최초의 국산 고급 아이스크림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투게더는 '아버지 월급날' 같은 특별한 날에 온가족이 모여 함께 먹었을 정도로 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포장지는 가족의 따뜻함을 표현하기 위해 황금색을 채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당시 부의 대명사가 황금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투게더를 구입하는 것이 곧 황금을 구입하는 것’이라는 등식을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곧 국민들의 대리만족 심리를 활용한 일종의 황금마케팅이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마흔살'이 된 투게더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2억개가 팔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